같이 읽는 시 메신저 / 김미옥

[회떠주는 여자]

메신저

김미옥

등 돌려 눈 감으면 그립지는 않아요

그의 답장은 숨 까쁘게 뛰어올 때도

마냥 기어올 때도 있지요

커서는 화면 속에서 깜빡깜빡 졸기도 하고

새로 나온 이모티콘*은 짓궃게 놀리기도 하지요

그가 쏘아 올린 엇박자의 울림으로

애간장을 태우기도 하지요

조금만 더 시원한 '문자'를 입력해 주세요 나는

새들의 파티에 초대받은 까마귀에요

화려한 입담에 통째로 낚이기도 하고요

슬쩍 그의 열매를 훔쳐오기도 한답니다

당신의 만찬을 먹느라 꼬박 세운 새벽이면

따끔거리는 목구명 비릿한 눈물냄새

"제발 나를 보러 와 주세요."

비루한 내 식탁은 하늘에 붕붕 떠 있어요

새로운 꺼리를 찾아 먼 곳에 갔나봐요

창문에 불 꺼진지 오래네요

씁쓸한 우리들의 공명(共鳴)

*이모티콘 : 컴퓨터나 휴대 전화에 있는 문자와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하여 만드는 재미있는 표정이나 모양

-시문학지령500호 기념 사화집 [오백번의 응]에서 발췌

30일 재생기간 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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