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상(鸞翔)
당나라 류장경(劉長卿) 왕유(王維), 한유(韓愈)의 시 3수
망룡산회 도사 허법릉(望龍山懷道士許法稜), 류장경(劉長卿)
용산을 바라보며 도사 허법릉을 회상하다
심추창진(心惆悵津) 마음은 슬프고 아파오는데
용산운지제(龍山雲之際) 용산에 구름이 피어 오른다
조독환(鳥獨還) 새는 홀로 돌아와
현애절벽기천장(懸崖絕壁幾千丈) 수천 길 되는 절벽의 단애에 매달려 있네
녹라요요불가반(綠蘿嫋嫋不可攀) 녹색 쑥대가 하늘 하늘거리며 벽 잡고 오르지 못할 듯
용산고(龍山高) 용산은 참으로 높구나!
수능천 영원중(誰能踐 靈原中) 누가 오르리오! 신령이 사는 이곳을
창취만(蒼翠晚) 푸른 비취 빛 늦게까지
람연폭수여향인(嵐煙瀑水如向人) 안개바람과 폭포 물은 서로 마주 대하는 사람들 같구나
종일초초공재안(終日迢迢空在眼) 종일 멀고 높은 허공에 눈을 매어두고 있는데
중유일인피예상(中有一人披霓裳) 무지개 치마 입은 오직 한 사람이 보여라
송경산정손경장(誦經山頂飧瓊漿) 산머리에서 불경 외고 구슬 꿰어 저녁 먹고
공림한좌독분향(空林閑坐獨焚香) 텅 빈 숲 속에 홀로 가부좌 트고 분향하고 있다네
진관렬시엄성행(真官列侍儼成行) 참된 관리로 차례로 시중하고 유가(遊街)을 멀리하고
조입청소례옥당(朝入青霄禮玉堂) 조정에 들어가 청운의 옥당에 들었다네
야소백운면석상(夜掃白雲眠石牀) 밤에는 하얀 구름도 숨고 석상은 잠든다
도화동리거인만(桃花洞裏居人滿) 도화동에는 사는 사람 가득하고
계수산중백일장(桂樹山中白日長) 계수나무 빽빽한 산중의 하루 낮은 길고도 긴데
용산고고요상망(龍山高高遙相望) 용산은 높디 높고 아득히 멀어 서로 바라만 본다네
* 도사 허법릉(道士 許法稜) : 정확한 인물의 내력은 알 수 없지만, 이 시에 의하면, 과거급제하여 옥당에 들었던 인물 같은데 인품이 높아 류장경이 존경한 분이다.
< 유장경(劉長卿) : 약 726년 ~ 786년(추정), 당나라 시인이자 관리 >
하북(河北) 하간1) 또는 안휘(安徽) 선성(宣城, 지금의 안후이성 안후이현 쉬안청) 출신으로 자는 문방(文房)이다. 젊었을 때 낙양(洛陽, 허난(河南)성 뤄양시) 남쪽의 숭양(嵩陽, 덩펑(登封)현 쑹양)에서 밭을 갈기도 하고 책도 읽는 삶을 살았다. 당 현종 742년에서 746년 사이에 진사가 되었다. 장주(長洲) 현위(縣尉), 전운사(轉運使) 판관(判官)과 유후를 지냈으며, 덕종 781년에 수주(隨州) 자사를 지냈다.
특히 오언시에 뛰어나서 ‘오언장성(五言長城)’이라는 칭호를 들었다. 시에서 동의어나 동일 표현이 돋보이는데, 특히 전원과 산수 묘사는 도연명과 왕유, 맹호연에 버금간다고 평가된다. 자연 경물(景物)을 빌려 정감을 표현하는 데 뛰어났으며, 시어가 맑고 고왔다.
시들 중에는 유배당하여 실의 속에 보내는 생활과 깊은 산골에 숨어 살려고 하는 정서를 그린 것이 많다. 또 일부 작품에는 전쟁과 반란의 시대를 겪은 사회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그의 시에는 원망의 시어가 많지만, 오언절구(五言絕句)는 고상하고 원대하며 담백하다는 평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봉설숙부용산주인(逢雪宿芙蓉山主人)>, <송영철상인(送靈澈上人)> 등이 있고, 작품집으로 『유수주시집(劉隨州詩集)』10권과 『외집(外集)』 1권이 있다. 또한 『전당시(全唐詩)』에 그의 시 507수가 남아 있다.(중국인물사전, 한국인문고전연구소)
송우인귀산가 2수(送友人歸山歌 二首) : 벗을 보내고 산에 들다, 왕유(王維)
<其一>
山寐寐兮無人(산매매혜무인) 산 쓸쓸하고 아무도 없는데
又蒼蒼兮多木(우창창혜다목) 짙푸르게 우거져 나무도 많네
羣龍兮滿朝 (군룡혜만조) 유능한 신하들이 조정에 가득한데
君何爲兮空谷(군하위혜공곡) 그대 어찌 빈 골짜기에 있나
文寡和兮思深(문과화혜사심) 화답 적은 글은 생각 깊기 때문이고
道難知兮行獨(도난지혜행독) 도는 깨우치기 어렵고 행하기도 외롭다네
悅石上兮淬泉(열석상혜쉬천) 돌 위로 샘물 흘러 기뻐하며
與松間兮草屋(여송간혜초옥) 소나무 숲에 초가집 짓네
入雲中兮養雞(입운중혜양계) 구름 속에서 닭 기르고
上山頭兮抱犢(상산두혜포독) 산꼭대기 올라 송아지 안아 기르네
神與棗兮如瓜(신여조혜여과) 신선이 대추를 주니 크기가 참외만 하고
虎賣杏兮收穀(호매행혜수곡) 호랑이는 살구 팔아 곡식을 사들이네
媿不才兮妨賢(괴부재혜방현) 부끄럽게 재주 없는데 현자등용 방해하고
嫌既老兮貪祿(혐기로혜탐록) 이미 늙었는데 벼슬을 탐하리오!
誓解印兮相從(서해인혜상종) 맹세코 인끈 풀어 그대 따르고
何詹尹兮何卜(하첨윤혜하복) 태복(太卜) 정첨윤(鄭詹尹)에게 무슨 부탁을 하겠는가
< 왕유(王維) : 699? ~ 759 >
중국 당대의 화가, 시인. 유마힐(維摩詰)에 연유해서 자를 마힐이라 했다. 일찍이 시문으로 유명했으나 음률에도 자세하고 비파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여러 개의 관직을 역임했으나 안록산의 난(765~757) 때 체포되어 어려운 생활 후 숙종(재위 756~762)을 섬겨 상서우승(尙書右承)에까지 이르러 왕우승이라 불리웠다. 젊었을 때부터 장안에 가까운 남전(성서성)에서 망천장(網川莊)을 경영하여 도심지를 피해 불교에 경도하는 생활을 보냈다. 이와 같은 생활 태도가 후세, 소식(蘇軾)이 말하는 『시중화, 화중시(詩中畫, 畫中詩)』의 이상을 뜻하는 문인화의 시조로 헤아리게 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송 말기에 전해온 왕유의 산수화는 세밀한 묘선에 의한 청록산수였던 것 같고 원대 이후의 남종화와는 다르다. 『망천도권』 등 후세에 모범이 되는 것이 있다. 명대에 동기창에 의해 남종화(南宗畫)의 시조로 일컬어지게 되었다.
산석(山石), 한유(韓愈, 766~824)
산석락확행경미(山石犖確行逕微) 산의 돌은 험하고 길은 좁은데
황혼도사편편비(黃昏到寺蝙蝙飛) 황혼에 절에 이르니 박쥐들만 나는구나
승당좌계신우족(升堂坐階新雨足) 법당 올라 섬돌에 앉으니 단비가 내리는데
파초엽대치자비(芭蕉葉大梔子肥) 파초 잎은 크고 치자는 살찐다
승언고벽불화호(僧言古壁佛畵好) 오래된 벽 불화가 좋다고 말하기에
이화래조소견희(以火來照所見稀) 등불 가져와 비춰보니 드물게 보는 것이네
포상불석치갱반(鋪床拂石置羹飯) 돌 닦아 상을 펴고 밥과 국을 차려오니
소려역족포아기(蔬糲亦足飽我飢) 현미 나물밥 넉넉하여 주린 배가 차오른다
야심정와백충절(夜深靜臥百蟲絶) 밤 깊어 조용히 자니 벌레소리 들리지 않네
청월출령광입비(淸月出嶺光入扉) 밝은 달 고개 위에 떠오르니 사립문을 비춘다
천명독거무도로(天明獨去無道路) 날 밝아 일어나 나섰는데 길을 잃어
출입고하궁연비(出入高下窮烟霏) 오가는 길 높고 낮은 산 비구름에 막혀있네!
산홍윤벽분난만(山紅潤碧紛爛漫) 산은 온통 붉고 물은 짙푸른데
시견송력계십위(時見松櫪皆十圍) 보이는 소나무 상수리나무는 둘레가 열 아름은 된다.
당쉬적족우윤석(當淬赤足蹋澗石) 물에 맨 발 담가 시내 돌을 내 디디니
수성격격풍취의(水聲激激風吹衣) 콸콸대는 물소리에 옷자락이 휘날리네!
인생여차자가락(人生如此自可樂) 인생이 이만하면 즐겁지 아니한가?
개필국속위인기(豈必局束爲人鞿) 어찌 관직에 얽매여 굴레 되어 사는가?
차재오당이삼자(差哉吾黨二三子) 아쉽구나! 내 친구들
안득지노부갱귀(安得知老不更歸) 어찌 다 늙도록 물러나지 못하는가!
* 빨간색 부분은 서첩 미수록
< 한유(韓愈) : 768년 ~ 824년 >
중국 당(唐)의 유학자, 문장가. 자는 퇴지(退之), 당시 당나라는 지배계급 내부에서 보수파의 족벌 호족과 개혁파의 신흥 서족(庶族) 사이에 격렬한 '당쟁'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의 문필 활동은 이 당쟁 하에서 전개되었다. 문장가로서 유종원(柳宗元) 등과 고문(古文) 부흥에 힘써,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라 일컬어진다.
유학자로서 석가, 노자를 배척하여 유교정신을 명확히 하고, '도통'(道統)의 관념을 주창하여 송학(宋學)의 선구가 되었다. 즉 석가와 노자의 비판을 통하여 유교의 목적을 인간의 '상생상량'(相生相養)에 두고 유가의 도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군신ㆍ부자의 의를 지켜 널리 대중을 사랑하는 길이라 하였다. 이 도는 요(堯)대에 시작하여 순(舜)에 전해지고, 맹자(孟子)에게까지 이어졌지만, 이후 단절되어 전해지지 않고 석가와 노자의 사상에 빠져 버렸던 것을 그가 명확히 했다고 한다. 이것이 '도통'의 관념이다. 또한 사람의 성(性)에 상ㆍ중ㆍ하의 삼품(三品)이 있다는 주장은 당시의 품급(신분) 질서 하에서의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다.
첫댓글 글씨를 공부하시는 분은 반드시 익히시고, 당송 8대가의 유려한 시와 그 표현력을 음미해 보세요! 정말 주옥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