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예전에 장 선생님께 수업받았던 제자구요. 이번에 서울대 사회대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쓸일이 있을까 싶어 면접 본 다음날 수기는 대충 써놓고
올릴까 고민중이었는데 선생님의 권유로 지금 올리게 되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어찌 보면 조금 장문의 글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으
시는게 좋을겁니다. 면접 내용을 더 길고 자세히 쓰지 못해 아쉽군요.
면접은 대략 어떤 것이다라는 것에 대한 감을 잡는데는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설대 사회과학대 면접 수기>
사회과학대 면접은 17일 오후였습니다 전날 논술은 생각만큼 잘
보지 못해서 구술에서 점수를 따야 한다고 생각했죠. 나름대로
구술면접은 자신도 있었구요. 1시쯤 도착해서 밥을 먹으니
1시 반이 되더군요 그때 대기실로 입장해보니 제자리가 맨 끝이었습
니다. 한조가 23명씩이었는데 저는 9조 마지막 번호였습니다.
그냥 번호만 그렇고 당일날 추첨을 통해 면접 순서를 다시 정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전 제비뽑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뿔싸!! 그런데 올해는 수험번호 순서대로 면접을 한다고 조교가
말해주더군요 -_ㅠ 무려 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겁니다.
(당시의 막막함이란 정말 다시 상상하기 싫습니다)
한 조당 담당 조교가 한명이어서 순서가 되면 두세명씩 데리고 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전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가지고 간 신문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을 다 보고나니 1시간이 지났습니다. 이것도 최대한
늦게 본겁니다 (바둑이랑 연예 기사까지 다 봤음) 시간 정말 안 갑니다.
그래서 다른 애들은 뭐하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공부를 하거나
자고 있더군요. 제 옆에 앉은 여자애는 순정 만화를 보고 있었습니다.(ㅠㅠ)
아마 긴장을 풀려고 그런 것이라고 추측됩니다만. (아님 말고)
전날 잠을 잘 못 잤기 때문에 슬슬 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자고
일어났더니 30분이 다시 지나 있더군요.. (이런 제길!!! 1시간 반쯤 자려고
했는데) 화장실 갔다온 후 집중해서 제가 요약해놓은 노트를 보기 시작
했습니다. 기초소양은 안 물어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몰라 자기소개나 학과 지원 동기, 존경하는 인물 등은 준비해 놓은 말을
속으로 다시 외웠습니다.
제 생각에는 왠지 양극화를 물어볼 것 같아서 집중적으로 준비했었기
때문에 그것도 다시 보고 몇가지 쟁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대기실에는 200명중에 10명도 남지 않았
습니다. 드디어 제 번호가 불리우고 마지막까지 남은 세명이서 조교를
따라 6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면접을 준비하는 시간이 8분이고 면접시간도 8분입니다.
문제지를 받으니 역시 3문제인데 한자가 엄청나게 섞여 있었습니다.
한자 공부는 면접 준비할때 조금 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의사결정과정에서 다수와 소수에 관한 문제였고
두 번째는 동아시아 역사 전쟁에 관한 관점의 차이
세 번째는 문화에 대한 것이었습니다.(잘 기억이 안남 이유는 하도 대충봐서)
제가 제일 자신있는 주제는 2번이었지만 그건 다른 아이들도 다 할 것 같아서
차별화를 위해 1번을 선택했습니다.(나중에 알고 보니 다들 그렇게 생각
했더군요 ㅠㅠ) 1번에는 작은 문제가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수의 의사 표현이 갖는 의의였고 두 번째는 왜 소수가 의견을 표출하는가
하는가였습니다.
문을 노크하고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 들어가니 교수님이 두 분
앉아 계셨습니다. 한분은 상대적으로 젊으신데 좀 체격이 있으시고 한 분은
좀 연세가 있어 보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각각 언론정보학과,경제학부
교수님들 이었습니다. 편의상 젊은 교수님을 교수1, 나이 드신 교수님을 교수2로
칭하겠습니다.
나: 안녕하십니까 면접번호 14**번 이**입니다.
교수1,2:(웃으시며) 그래. 오래 기다렸지? 않게.
(이때 준비해 둔 농담을 하려고 했으나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그만둠.
그리고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인상 좋은 아저씨가 교수님이었다는 것을 순간 깨달음.
화장실에서 내가 무슨 행동을 했었는지 잠시 생각함. 아마 교수님은 신경도 안
쓰셨던거 같지만.)
교수 1: 학생은 몇 번 문제를 선택했나?(나이드신 교수님은 첫 번째 사탕을 까서
입에 넣으심)
나: 네 저는 1번 문제를 선택했습니다.
교수1: 대답해보게
나: 문제도 읽을까요?
교수1: 아니 답만 말하게.
나: 네 먼저 진정한 민주사회란 개인의 평등한 사회가 보장되는 사회입니다
민주주의가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모든 사람의 참여를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정책 결정이나 의사 결정에서 다수의 의지대로만 정책이 결정되면 소수의
주권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결정은 일부의 사람이 하지만 그것이 시행되는
과정은 전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은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따라서 소수의 의견 개진은 평등한 결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합니다.(이것보다 길게 말했지만 생각이 안 남)
교수1: 그럼 말이지, 모든 경우에 있어서 소수의 의견을 고려하면 효율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나: (잠시 생각한 뒤) 네 물론 결정을 할 당시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수 있지만 그렇게 합의된 의견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더 힘을 얻게 됩니다. 또한 다음번의 의사 결정에 있어서 더 세련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효율성이
높습니다.
교수: 그럼 학생은 소수의 의견에 섰을때 항상 표현하는 편인가?
나: 네 저는 항상 제 의사를 표시합니다.(이런! 거짓말을 해버렸다)
교수 2: 그렇군 (두번째 사탕을 입에 넣음) 2번 문제에 답해보게.
나: 네 우선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이익 집단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이나
가치를 위해 의사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쌀 협상 비준 동의안이 통과될때 농촌 출신 의원들은 결사적인
반대를 했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농민들의 생존권이나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행동하신 분도 있지만 자신의 지역구에서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저지하신 분도 있습니다.(제기랄!!!!!
예가 적절치 않은것 같다. OTL)
교수 1: 학생은 가치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그럼 인터넷상에서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평등하게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질문이었음)
나: 네. 그것을 인위적으로 제지하면 개방성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인터넷의 순기능마저 마비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체적인 정화기능에
맡겨야지 외부에서 의사 표현을 가로막는건
옳지 못합니다.(역시 더 길게 말했지만 요지만)
교수 2: 음.. 터치하지 말아야 한단 얘긴가?
나: 예 그렇습니다. 그것은 21세기형 검열 효과를 발휘하는 또 하나의
절대 권력이 되어버릴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규제하게 되고 온라인의 장점은 사라질 것입니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이정도로 끝냄)
교수 2: 내가 미국 유학을 하고 있을때 얘긴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게 있어.
TV앵커가 자기보다 정치를 모르는 사람은 투표하지 말라더군.
TV앵커면 최고의 엘리트인데 그런 사람조차 그렇게 말하더라구.
굉장히 충격적이더라구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잠시 말문이 막힘)....
교수 2:(사탕을 뱉고 세 번째 사탕을 입에 넣으며) 편안하게 하게.
답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니까
나: 네 소수의 의한 지배보다는 다수 민중에 의한 지배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망했다!!!!! 초딩같은 발언을 해버렸다)
교수2: 음. 어떤 경우에도 의사 표현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
나: 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리 훌륭한 왕이 다스리더라도 왕정
체제보다는 최악의 공화제가 낫다고 생각합니다.(이것도 적절치
못한 비유 ㅠㅠ 난 망했다)
교수1,2:(약간 한심하다는 표정. 뭐 나 혼자 그렇게 느꼈을수도 있지만)
이때, 밖에서 시간이 다 됐다는 노크 소리가 들림
교수 1: 수고했네. 오래 기다리느라 힘들었을텐데 나가보게
나: (일어서서) 네. 감사합니다. 3월달에 꼭 다시 뵙고 싶습니다.
이게 면접 전부입니다 기억의 한계로 일부가 생각이 나지 않고 질문의
순서도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건 긴장을 해서 말을 또박또박
못 했다는 겁니다. 제가 자신있는 경제 문제도 안 나왔구요
다른 면접조는 차갑게 대한 교수님도 있다고 하는데 제가 면접을 본
교수님들은 두분 모두 친절하셨습니다. (사탕을 많이 드시긴 했지만)
경영대나 법대 면접은 어려웠다고 하는데 사회대 면접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잘 못한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항상 저를 격려해주신 장관식 선생님과 논술면접을 지도해주신
이의선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저는 절대 알바가 아님)
카페 게시글
에듀코아 수강후기
설대 면접 수기 올립니다
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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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05 23:0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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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쨌든 축하한다 성태씨~~ 고생많았어.. 면접이라 하면 나도 할말 많은데.. 물론 취업면접이지만.. ㅋㅋ
자~알 읽었다. 그리고 고맙다^^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꺼라 믿는다.
멋있으세요!!! 도움이 많이 됬습니다!!
부럽당~ 나도 이런 수기 쓰고싶었는뎅 ㅠㅠ;; 축하드려요 진심으로^^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우와 ㅇ-ㅇ ,,,,,,,,,,,,,,,,,,,,,,,,,,,,,,,,,,,, 두둥 ㅠㅠ ㅋㅋ 감동이에요 ㅠ _ ㅠ ㅋ
부럽부럽~ ㅜㅁㅜ... 추카해엽~*^^*
06이시겠군요. 무슨반이신지..^^ㅋ 전 나침반인데...하하하;
우와...부럽당...
부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