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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돌아오다
- <인디 속 밴드 이야기>의 '김기자'를 만나다
그녀가 돌아왔다. 상상공장 내에서 ‘베일의 그녀’, ‘얼음공주’, ‘카리스마 김기자’ 등으로 불리며 무성한 궁금증을 낳은 그녀. 본명보다도 다음 카페 ‘인디 속 밴드 이야기(http://cafe.daum.net/Indiestory)’의 ‘김기자’로 유명한 그녀가 길고도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1년 간 다른 세상을 만나면서 상상공장의 보석 같은 가치를 재발견했다는 그녀와의 길고도 솔직한 대화를 담았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름은 김민정이고, 상상공장에서 수석기자 겸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카페 ‘인디 속 밴드 이야기’를 운영하며 1만 2천여명의 회원들에게 인디 씬의 소식과 뮤지션들의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어요.
Q. 카페‘인디 속 밴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카페인가요? '인디 속 밴드 이야기'는 2002년 상상공장에서 운영하던 웹진의 한 카테고리였어요. 운영상의 문제로 웹진이 문을 닫게 됐는데 제가 너무나 애착을 갖고 있던 꼭지라서 2003년 7월 말에 다음에 카페를 만들고 계속 진행하게 됐습니다. 카페에는 인터뷰 뿐만아니라 각종 공연소식과 신보, 다양한 인디 씬의 소식들이 올라가고 매주 월요일 전체메일을 통해 이 모든 소식들을 받아보실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디 씬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정보와 보석같은 밴드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만큼 음악관계자, 뮤지션, 방송작가, 매니아, 입문자 분들까지 아주 다양한 유저분들이 회원으로 계시죠.
Q.‘인디 속 밴드 이야기’의 소개란을 보니 그 시작이 굉장히 드라마틱하던데요. 계기가 된 아소토 유니온(現 윈디 시티)의 길거리 라이브 사건을 좀 얘기해주세요. 대학교 4학년 때였는데 우연히 홍대 거리를 지나가다가 극동 방송 삼거리에서 길거리 라이브가 펼쳐지는 광경을 봤어요. 놀이터도 아닌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공연이 흥미롭고 음악도 상당히 좋아서 지켜보고 있는데, 경찰차가 나타나서 멤버들과 공간을 제공한 가게 주인을 연행해가더군요. 물론 경찰서에서도 신고를 받아서 온 것이겠지만, 그 과정이 과히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져야하는 걸까?' 많은 생각이 들었죠.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부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나름대로 결심했습니다. 언젠가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되면 뮤지션과 이씬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작업을 하겠다고요. 1년쯤 후에 웹진을 시작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씩 실현하게 됐습니다.
Q. ‘인디 속 밴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상상공장과의 인연이 깊을 것 같은데, 류재현 감독님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대학교 4학년 때 ‘101 문화센터’라는 상상공장의 전신이 된 조직에서 인턴으로 근무 했었어요. 그 때 지금의 류재현 감독님을 만났고, 이 후에 상상공장이 만들어지면서 원년 멤버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 ‘인디 속 밴드 이야기’의 활동이 시작된 후로 인디 씬에선 ‘김 기자가 찍은 밴드는 뜬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던데. 평소에 음반도 많이 듣고 공연도 한 달에 많게는 20회 이상 다니다 보니 좋은 음악이 많이 귀에 들려요. 그런 곡들을 카페 배경음악에 신경 써서 선곡해두는데 제 귀가 굉장히 대중적이라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뮤지션 분들도 카페 배경음악을 통해 좋은 곡들을 알게 되었다고 종종 얘기하세요. 간혹 음반 수록곡 의뢰를 부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점들은 참 행복하죠.
'인디 음악이다, 인디 밴드다' 하면 굉장히 외곬수적이거나 마니아적인 걸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팀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거든요. 일반인 분들이 들어도 부담 없고 감동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곡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이런 곡들을 여러분께 지속적으로 소개해드리고 싶어요.‘인디 속 밴드 이야기’가 이 쪽 씬을 접하는 초심자분들에게 징검다리의 맨 첫 번째 돌 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합니다.
Q. 평소 즐겨 찾으시는 클럽이 있는지? 아쉬운 점 중 하나인데, 마니아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전에는 각 클럽의 색이 비교적 뚜렷했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취재를 시작할 즈음부터는 그런 분위기들이 많이 옅어졌다고 하더군요. 물론 지금도 나름의 색을 유지하고 있는 클럽들이 있습니다. 보통 공연을 보러 갈때는 출연진이나 정보 위주로 움직이는 부분이 많아요.
Q. 홍대 앞 인디 밴드와 함께하며 속상했던 기억과 뿌듯했던 기억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뛰어난 팀들이 부득이하게 사라질 때 참 안타깝죠. '나는 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자책감도 들고요. 반대로 뿌듯한 순간은 가능성이 있는 팀들이 음악적 색깔을 찾고 나름의 길을 잘 헤쳐나가는 모습을 볼 때죠. 제가 대학 때 음악을 했었고 재즈 아카데미 작편곡과에서 공부한 적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밴드들 입장에서 좀 더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Q. 상상공장에 거의 1년 만에 돌아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서 1년이라는 시간을 할당받은 것이었어요. 당시에 일하면서‘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거든요. 그동안 상상공장 밖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배우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상상공장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도 있었구요. 안에 있으면서는 몰랐던 것들이 밖에서 보니 너무나 잘 보이더군요.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일들이 얼마나 의미심장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에도‘인디 속 밴드 이야기’에서는 정보 위주의 전체메일을 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요.
최근 상상공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 월드 DJ 페스티벌’이나 ‘OPEN the FUTURE’는 행사 당일 사회를 보는 정도로, 준비 단계부터는 깊게 참여하지 못했지만 만감이 교차합니다. 축제를 기획하고 돕는 21c RPM (시민축제기획단) 이 조직된 것도 굉장히 뿌듯하고요. 학생이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축제가 만들어진다는 건 참 획기적이고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상상공장에서 이런 일들이 최초로 벌어지고 지속되고 있다는 것에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임하는 부분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함께 더 큰 포부를 가지고 꿈을 이뤄갔으면 좋겠습니다.
Q. ‘인디 속 밴드 이야기’의 10년 후의 모습? 정식 사이트 오픈이나 단행본 발행 등 관련된 얘기는 몇 년 전 부터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내실을 다졌다면 이제는 꿈꾸던 일들을 펼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프라인 북 집필이라든지 여러가지 구상하고 있는데 차근히 진행해나가고 싶어요. 이제 곧‘상상 기자단’이라고 해서 취재,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에디터들을 뽑을 예정이에요. 분량의 제한이 적은 웹의 특성을 살려서 최대한의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그 움직임은 '상상공장'과 '인디 속 밴드 이야기'가 있는 한 계속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상상공장에 기획자나 뮤지션을 꿈꾸는 20대 초반의 회원들이 많은 편인데,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대엔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하죠.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관심과 용기입니다. 젊은 나이일수록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겠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지면 이제 가지를 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할 것인지 취미로 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판단은 본인에게 달려있겠죠. 일단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답은 이미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하나 든다면 일기를 쓴 뒤 일정시간이 지난뒤 읽어보세요. 현재의 여러분에게 말을 거는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여러분 자신이 인생의 CEO인만큼 누구나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관심과 용기만 있다면요. 꿈을 이루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으니 많이 경험하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리처드 바크의 '환상'이라는 책을 Tip으로 알려드릴께요.
인터뷰가 끝난 뒤, 문득 사무실에서 그녀를 처음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평소 앨범 신보가 나오면 뮤지션들이 ‘류 감독님과 김 기자님께 전해 달라’며 종종 CD를 가져오곤 했기 때문에 ‘밴드 멤버인가보다’라는 착각을 방불케 했던 그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유달리 튀는 외모와 패션어블한 그녀가 왜 ‘인디문화 전문가’로 불리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상공장을 가리켜‘보석 같은 공간’이라고 말하는 김민정 기자. 하지만 역으로 그녀처럼 보석 같은 이들이 있기에 상상공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게 아닐까?
* 홍대 앞 인디문화 전문가, '김기자'는 누구인가?
본명은 김민정. 문화기획집단 '상상공장'의 취재기자 겸 기획자로 홍대 앞에서는 본명보다도 '김기자'로 알려져 있다. '인디문화 전문가'로 통하는 그녀는 한달에 20여일 이상 공연을 보러다닐 만큼 라이브에 정통해있다. 아소토 유니온(現 윈디 시티)를 시작으로 뷰렛, 럼블 피쉬, 마이 앤트 메리, 언니네 이발관 등 수많은 밴드들과 독특한 인터뷰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다음 카페 '김기자의 인디 속 밴드 이야기' (http://cafe.daum.net/ideamasters)를 운영하며 1만 2천여명의 회원들에게 밴드들의 공연일정 및 인디 신의 생생한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과 '서울 사랑 컬처 퍼레이드'등 굵직한 행사 기획과 위성 DMB 방송과 마포 FM 100.7 <12시의 파워 충전>에서 '김기자의 인디 파일'을 진행했던 그녀는, 홍대 앞 걸출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긴 <홍대 앞으로 와> (바이북스)의 필진으로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인터뷰 김현정 사진 신주희
2007.10.11 |
첫댓글 개인적으로 매일 퍼가기만 많이 했을뿐 이곳에서 활동은 별로 안하였지만, 김기자님의 다양한 공연소식과 글들이 인디문화에 많이 기여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리옵고, 저도 시간이 되면 최대한 참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