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기 [ 33 ] 아잔 그리고 터키와의 작별
2014. 9. 9 제 8 일차 터키에서의 마지막 여정 3
13:10분, ‘성 소피아 성당’관광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높이 솟은 성당의 미나렛(첨탑)으로부터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지금은 ‘아야 소피아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데 미나렛은 아직도 모스크로서의 역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확실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구성진 목소리의 아잔 소리가 또렷하게 귓가를 울리고 있다.
성 소피아 성당 방향 ▲
뿐만 아니라 건너 편 ‘불루 모스크’의 미나렛에서도 함께 들려오고 있다.
술탄 아흐멧 광장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로 가득하다.
불루 모스크 방향 ▲
한 편에서 먼저 부르면 반대편에서 따라 부르는 듯, 한 구절씩 교대로 낭송하는데,
한 구절을 최대한 길게 뽑는다.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는 말이지만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마치 노래 소리처럼
매우 청량한 울림으로 들려온다.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모스크들이기에 가장 뛰어난 목소리를 지닌 ‘무에진’들이
낭송하는 소리인 듯하다.
터키에 와서 처음 들었을 때의 아잔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데도 소음처럼 느꼈는데,
마지막 날 술탄 아흐멧 광장에 울려 퍼지는 이 아잔소리는 바로 가까이에서 듣는
데도 마냥 정겹게만 들린다.
내가 아직 터키 이스탄불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술탄 아흐멧 광장에서 성 소피아 성당을 배경으로▲
술탄 아흐멧 광장에서 바라본 불루 모스크 ▲
오늘 이곳을 떠나면 언제 다시 와 아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기에
황급히 디카를 동영상 모드로 변경하여 아잔 소리를 짧게나마 담아본다.
자세히 들어보니 ‘서둘러 예배하러 오시오’라는 의미인「하이야 알랏 쌀라」
부분을 낭송하고 있는 듯하다.
아잔 소리 동영상 ▲
아잔(Azan)
아잔은 이슬람교에서 예배 시각을 알리기 위하여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을 말한다.
유대교에서 예배를 알릴 때 나팔을 불거나 기독교와 불교에서 종을 울리는 것과
같다.
전에는 ‘무에진’이라는 사람이 미나렛에 올라가 직접 소리를 외쳤다는데,
최근에는 많은 이슬람 사원들이 녹음기와 확성기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슬람은 하루에 다섯 번 예배를 드리는데
「새벽에서 해뜨기 사이」와 「정오에서 오후 중반 사이」,
「오후 중반에서 해지기 사이」와 「해진 직후」,
그리고 「밤에서 새벽 사이」라고 한다.
그 시간을 아잔소리로 일제히 알려주는 것이다.
이스탄불이든 한가로운 시골마을이든 모스크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아잔 소리는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데
지금 들리는 아잔은 바로 「정오에서 오후 중반 사이」에 해당한다.
아잔은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하며 시작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알라-후 아크바르(4번 반복)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아슈하두 알라- 일라-하일랄라 (2번 반복)
(하나님 외에 신이 없음을 증언하나이다.)
아슈하두 안나 무함마단 라수-룰라(2번 반복)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예언자임을 증언하나이다.)
하이야 알랏 쌀라(2번 반복)
(서둘러 예배하러 오시오.)
하이야 알랄 팔라(2번 반복)
(서둘러 축복 받으러 오시오.)
알라후 아크바르(2번 반복)
(하나님은 가장 위대하시다.)
라~ 일라-하일랄라
(하나님 외에는 어떤 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알라’는 유일신(有一神)으로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과 동일하다.
결국 뿌리가 같은 종교인 데도 서로 적대시 하며 세계 평화를
깨트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아타튀르크 공항으로
14:05분, 술탄 아흐멧 지역의 한 식당에서 터키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먹은 후 버스에 올라 공항으로 향한다.
잠시 후 마르마라 해가 보이는 도로변에서 그동안 함께하며
묵묵히 도움을 주던 터키인 가이드 ‘알리’와 먼저 작별한다.
버스에서 내린 알리가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우리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준다.
14:30분, 버스가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짐 가방을 내리고,
터키 곳곳을 누비는 동안 안전하게 이동 시켜주었던 버스기사와도 작별의
악수를 나눈다. 정말 수고 하셨다.
헤어질 때는 언제나 아쉽고 서운하다.
끝까지 남아 출국수속을 도와주던 시인을 꿈꾸었던 노혜일 가이드와도
이제 헤어져야 한다.
마치 시집간 딸을 터키에 두고 떠나는 엄마라도 된 듯 아내는
뜨거운 포옹으로 그녀와 작별을 한다.
언젠가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시 시집(詩集)에서라도 그녀의 이름을 발견하길 기대한다.
아타튀르크 공항의 짐가방 검사▲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하고 있는 일행들▲
그리고 2014년 9월을 함께하며 우리부부에게 친절했던 ‘청춘 팀’의
예쁜 아가씨들도 또 다른 여행길에서 다시 만나길 희망해 본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대기 중인 인천행 아시아나 OZ552편 항공기▲
2014년 9월 9일 18:20분, 인천행 아시아나 OZ552편 항공기는예정된 시간보다
약 30분 늦게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을 이륙한다.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자리 잡고 있어서 아시아이면서 유럽인 나라!
“메르하바(안녕하세요)” 한 마디면 통하던 친절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그 터키와 작별하고 있다.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터키쉬 딜라이트(Turkish Delight)’라고 하는
무척이도 달콤한 터키 디저트인 ‘로쿰’을 비행기에 실고 동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 한 동안 터키의 달콤함에 빠져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 도착 예정시간은 한국시간으로 9월10일 09:20분이다.
똑 같은 거리임에도 2시간 정도 빠른 약10시간의 비행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고 있는 제트기류라는 바람이 우리 비행기를
뒤에서 팍팍 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내가 터키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날은 2014년 9월10일이다.
그로부터 6개월이 훌쩍 지나간 오늘에야 여행기를 끝내게 되었으니
참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순전히 내 성격 탓이다.
사실 터키로 떠나기 전에 먼저 다녀온 분들의 여행기를 읽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알고 갔고 또 현지 가이드의 설명까지
잘 들었지만 부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한 여행기들은 도리어
나에게 심한 갈증을 준다.
그럴 때마다 인터넷 바다에 빠져 자료들을 검색하고 수집한 후
이를 정리하다 보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가끔은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자문도 하지만 몰랐던 숨은 이야기나 궁금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참을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들을 담아 글로 옮기는 시간들이 무척 행복하다.
실제 여행기간은 겨우 9일간에 불과하지만 글을 쓰는 6개월 동안
나는 그곳을 천천히 음미 하면서 다시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복을 지속하려면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다시 가방을 싸야 한다.
‘이번에는 어디로 떠나 볼까?’
그러나 솔직히 돈과 시간과 건강이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열심히 사는 것뿐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첫댓글 잘 정리해서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2015년 1월 8일부터 15일까지 님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코스(시계방향)으로 터어키를 여행했습니다.
여행 전에는 미리 읽으면서 예습을 했고
여행 후에는 상세하게 복습을 하게 되어
터어키를 여러 번 곱씹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어디서 그 많은 자료를 가져와 올리셨는지 열정에 놀랍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러시아 북유럽여행과 미동부 캐나다 여행도 같은 코스로 여행해서 많이 참고 했었습니다.)
엘리야님도 여행을 참 좋아 하시는 군요. 그런데 제 여행기가 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열심히 쓴 보람이 있군요.
다음에는 어디로 가실 계획인지 여행길에서 한 번 만나는 인연이 있길 기대합니다.
@유호용 예~ 다음 여행을 할 때에 미리 상의 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