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숫가마을에 사는 최선웅입니다.
올 여름 방학 시골사회사업을 구상하며 지난 여름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2016년 여름을 활동을 마치고 쓴 글입니다.
이 때는 농활팀과 함께하지 않았습니다.
자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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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출발합니돠둬ㅏㅐㅣㄷ ㅓ(차원을 이동하며 소리가 깨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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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5일 도서관에 물난리가 났습니다.
합동연수 다녀 온 다음 날입니다.
동네 어른과 아이가 바가지들고 모였습니다.
퍼내고 또 퍼내고 나르고 또 나르기를 며칠.
그 사이 호수에 푸른 물이 찼고 태양빛은 더 강렬해졌습니다.
폭우와 땀과 웃음과 눈물과 이웃과 인정이 여름을 열었습니다.
8월 12일 지금은 절기 상 입추가 지났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귀뚜라미 소리가 커지고
마당에 풀 자라는 속도가 느려지는 때입니다.
골목에는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하나둘 줄고 학교와 방학 숙제 이야기가 늘어납니다.
사진을 보니 이번 여름의 시작과 끝이 드러납니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벌써 아득히 먼 이야기 같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심야책방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옆마을에서 책모임 하는 동안 상추마을 김동찬 선생님이 혼자 물을 퍼내고 계셨어요.
책모임 마치고 도서관으로 서둘러 갔더니
"아무튼간에 천하태평이야 글이 눈에 들어와요? "
혼나가며 물 퍼냈습니다..
도서관이 다 정비되지 않은 채 여름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 겨울, 호숫가도서관의 처음도 그랬습니다.
이사한 책들을 다 정리하지도 못한 때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지요.
그때가 여러번 떠올랐습니다.
처음을 생각하게 하는 비.
저자와의 대화는 벌써 세번째입니다.
엄마들이 책모임에서 진형민 작가의 책을 읽고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지요.
"그럼 작가도 함께 초대해서 만나볼까?"
세번째 저자와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가 활동의 주인으로!
호숫가도서관의 원칙이지요.
엄마들이 시작하고 제안하셨지만
아이들이 작가를 만나는 일에 주인노릇하기를 바랐습니다.
아이들이 할 만한 일을 미리 궁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지요.
작가님께 손편지를 부치고
저자와의 대화 장소를 자신의 이름으로 빌리고
아이가 직접 서점에 책 주문했습니다.
저자와의 대화 모금함을 만들고
작가님 오시는 날 어떻게 마중할까 회의했습니다.
책활동은 마을 곳곳에서 했어요.
대전 시내 장에 가고
개울가에 발 담그고
친구 집에서 에어컨 바람 맞으며 호사를 누리고
음식 만들어 먹기도했어요.
아이들이 많은 일을 했고
대부분 둘레 사람의 도움을 얻었어요.
특히 책모임 엄마들이 큰 힘이 되어주셨지요.
10평 작은도서관은 아이 방학 활동의 작은 거점이고
드넓은 호숫가마을이 주 무대였습니다.
*2016년 여름 저자와의 대화 기록 http://cafe.daum.net/_c21_/bbs_list?grpid=1RNKs&fldid=V3f2
세번째 저자와의 대화를 시작한 자랑스러운 소리내어책읽는엄마들.
엄마들은 서울에 문학여행 갔어요.
아이들과 계실 때는 엄마인데
엄마들끼리 계실 때는 소녀로 변신.
*엄마들 책모임 기록 http://cafe.daum.net/_c21_/bbs_list?grpid=1RNKs&fldid=UsbG
그러다 또 물이 셌지요.
이 위급한 상황에 웃고 사진 찍는다고 소나무 선생님께 또 혼났어요.
"나는 관장님 같은 사람하고 못살아~!"
실은 아이들을 기다렸어요.
아이들과 도서관을 구하고 싶었어요.
가까이 사는 아이들은 집에서 바가지를 가지고 왔어요.
승현이는 냉장고 안 플라스틱 서랍을 떼어왔어요. 아이고.
아이들이 신나게 일했어요.
호운이가 "와 물 또 퍼내고 싶다." 했지요.
맙소사. 호운아.
* 호수가 된 도서관 http://cafe.daum.net/daechaungholib/F9aL/275
도서관에 물이 차고
방학 활동에 바빠도 틈틈이 놀았어요.
은우랑 물놀이 자주했지요.
개울물이 좋을 때는 개울로
그렇지 않으면 이웃집 마당에 있는 풀장으로 갔어요.
이번 방학에는 반가운 손님들도 많이 다녀가셨어요.
그 가운데 학교 후배 시골팀 후배 정기인과 사진 찍었어요.
매 방학이면 열리는 마을 선생님 수업
이번에는 동네 아주머니가 자연염색과 바느질 선생님이 되셨어요.
완두콩 물들다 선생님이 애쓰셨어요.
모임 전에 상화에게 전화해서 선생님들 드실 보리차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상화가 도서관에 일찍 왔어요.
상화표 보리차를 드신 선생님들이 상화어머니께 상화 칭찬하셨어요.
동네 엄마들도 오셔서 배우셨어요.
손이 부족하면 선생님들을 거들기도 하셨지요.
* 2016년 여름 마을 선생님 기록 http://cafe.daum.net/_c21_/bbs_list?grpid=1RNKs&fldid=V3f9
마을 선생님 수업 끝나고 이웃집 마당에서 또 물놀이!
중학생 형들은 탁구 동아리와 곡성 여행, 이 두 가지 활동을 했어요.
탁구 동아리를 만들어 부원을 모집했지요.
포스터 직접 만들어 붙이고 동아리 배 시합도 계획했어요.
대회 상품은 유빈이네 많이 쌓여있는 각종 생필품으로 하자고 했지요.
부원 모집 0명
동아리 배 시합 무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에요.
만약 한명도 동아리에 들지 않으면 어떡하지? 처음 모였을 때 답을 찾은 문제였지요.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면 되지!
창단 멤버 넷이서 열심히 치고 여름방학 탁구동아리는 문을 닫았어요.
학기 중에는 유빈이 아버지 따라 탁구장에 가기로 했고
겨울 방학이 되면 다시 동아리를 열기로 했어요.
* 탁구 동아리 기록 http://cafe.daum.net/_c21_/bbs_list?grpid=1RNKs&fldid=V3f6
곡성 여행은 중3 창빈이가 기획했어요.
여행갈 장소를 정하고
함께할 친구들을 섭외했어요.
처음에는 친구 둘을 불러서 중3 여행팀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여행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져서
동생들이 자기네들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형들이 '동생들도 데려갈 것인가'를 두고 모여서 회의했고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어요.
숙소, 교통편, 일정, 예산
여행의 전 과정을 창빈이와 친구들이 기획하고 준비해서 잘 다녀왔어요.
* 2016년 여름 청소년 여행 기록 http://cafe.daum.net/_c21_/bbs_list?grpid=1RNKs&fldid=V3f8
여름이 끝날 즘 은우 목에 땀띠가 났어요.
엄마는 초등학생 언니오빠들 만나 회의하고
아빠는 중학생 오빠들 만날 때면
은우는 엄마 따라 갔을까요 아빠 따라 갔을까요?
정담 : 해들이 언니집에 갔어요.
민정씨와 제가 아이들 만나는 때 가끔 함께할 때도 있었고
엄마아빠 일하는 동안 동네 이곳저곳에서 초대받아 놀기도 했어요.
은우 챙겨주신 동네 언니 오빠 아줌마들이 참 고마워요.
꿀물 TIP 폭염속 에어컨 없는 도서관에서 지내는 법
1. 냉동실에서 아이스 팩을 꺼낸다.
2, 예쁜 스카프 하나를 고른다.
3. 스카프로 아이스팩을 감싼다.
4. 목에 예쁘게 두른다.
* 민정씨와 은우 도서관 출근 모습
어른들 심야책방 따라갔다가 호운이 오빠에게 선물 받은 은우
그렇게, 여름이 끝났습니다.
끝으로 나가가는 문과 처음으로 들어가는 문은 서로 맞닿아있습니다.
이제 가을로 갑니다.
첫댓글 타임머신~ 생생해요
은우가 학교 운동장 그네 밑 웅덩이에서 수영하던 일 떠올라요. 언제지요? 찌릿찌릿 차원 혼선인가...
물난리 글을 본 기억이 떠올라요^^
지금은 즐거운 추억이 되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