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
아이 두 명이 싸웁니다. 제 앞에서 거친 말들이 오갑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합니다. 괜히 나섰다가 더 커질 것만 같습니다. 중간에 서있는 아이가 저를 바라봅니다. 어떻게 좀 말려보라는 눈빛입니다. 정말 내가 나서서 해결될 일인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과 의논했습니다. 복지요결을 살펴봤습니다.
"문제를 없애는 일이 꼭 좋을 거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개인의 삶도 사회의 사람살이도 괴로움과 즐거움이 씨줄 날줄처럼 엮여 이루는 생활의 총체인데 한쪽을 없애면 어떻게 될지 두렵습니다. 문제를 없앨 자신도 없습니다."
- 복지요결 65쪽 -
이 구절이 마음에 꼭 와닿습니다.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습니다. 중간에 서있던 아이의 눈빛이 아른거립니다. 제 자신이 책임감이 없었던 건 아니었는지 성찰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만한 능력이 없는지 살펴봅니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인지 모르는데, 함부로 문제라 규정하고 전문적 개입이라는 이름으로 무례를 범하기 쉽습니다. 어설픈 지식이나 관심으로 멀쩡한 사람을 문제 있거나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기 쉽습니다. 그러니 돌아섭니다. 긴급하거나 치명적인 사안이 아니라면 … 돌아서는 심정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문제를 눈앞에 두고도 물러서니 무능한 사람, 냉정한 사람, 비겁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섭니다. 잘할 수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만큼 돕습니다. 역량과 기회비용을 헤아려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 복지요결 65쪽 -
제 마음을 읽은 듯한 구절입니다. 마음에 위안이 듭니다. 문제를 문제라 규정하기도 조심스럽고 바로 나서자니 조심스럽고 피하자니 책임감이 없어보입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만큼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돕는 것이 제 한계를 인정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습니다. 문제를 피하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상황 사안의 최선입니다.
2. 부탁
역사책모임 아이들을 도와주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광활 선생님이 계시지 않더라도 부모님께 차량을 부탁드리고 용돈을 모아서 물놀이하러 가고 여행을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혹 내가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이 어색한 건 아닌지 조심스러웠습니다.
1) 알아서 하라고 맡겨 버리지 않습니다.
…
의논하지 않고 맡겨 버리면 사회사업 가치 이상 철학이나 기관 정책에 반할 수 있습니다. 경험 지식 정보가 부족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 복지요결 83쪽 -
중심을 잡는 역할. 사회사업가가 바라보고 의도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가치 이상 철학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덧붙여 사회사업 활동과 나의 어린 시절 삶을 생각했습니다. 그 둘의 차이점은 사회사업의 의도입니다. 활동의 주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 서로 어울리길 원하는 마음. 사회사업가가 해야할 일입니다.
3. 당사자가 한 일이 적어도 당사자가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가
가정극장하며 문득 든 생각입니다. 작년부터 가정극장을 해와서 익숙한 아이가 있는 반면, 처음이고 쑥쓰럼이 많아 극장 준비를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이들마다 강점이 다릅니다. 아이들마다 잘 할 수 있고 해볼 만한 일이 다 다릅니다. 아이들의 역량 처지를 고려하여 부탁했습니다. 같은 활동이지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다르다보니 제가 지나치게 많이 도와주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자원의 탐색부터 개발 활용 평가까지 또는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준비 진행 평가까지 반드시 당사자나 지역사회가 다 해야 하거나 다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복지를 이루는 데 당사자나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 사안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어쨌든 당사자나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당사자나 지역사회가 하게 부탁하는 겁니다.
- 복지요결 83쪽 -
설령 제 도움이 많았을 지라도 스스로 극장주라 여기는 아이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장주인 아이가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활동의 주인으로 세워지도록 도와주고 거드는 일이 사회사업가의 역할임을 깨달았습니다.
첫댓글 1. 문제에 대하여 더 즐거운 일에 집중하기를 잘했습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니면 그 맘때 아이들이 대개 겪는 일입니다.
우리가 만난 아이들은 '문제'라기 보다는 부정적감정을 소비하는 놀이나 선생님 관심끌기에 가깝습니다.
선생님이 나한테 집중하고 야단치면 더 즐거워하는 마음 속 도깨비. 장난꾸러기 심술꾸러기 도깨비.
짐짓 모른 체하고 여러 아이들과 즐겁게 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울려 놀았습니다.
다같이 어울려 노는 쪽이 더 재미있거든요.
어린 시절은 아침이슬과 같아서 해가 뜨면 사라지고 맙니다.
그 찬란하고 짧은 순간에 상담하고 훈육하고 싸우고 있기는 너무나 아깝습니다.
아이들 어린시절에 즐겁게 어울려 논 추억이 많아질길 바랍니다.
문제 행동 문제 상황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에게 마음을 쏟으면,
잘하려고 하는 아이, 적극적이고 밝은 기운을 지닌 아이가 소외됩니다.
누구에게 집중할 것인가? 전체 분위기가 어떻게 되길 바라는가?
선택해야 합니다.
잘하려고 하는 사람,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에게 정성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김동찬 우리 복지관에도 아이들 마음에 수시로 변하는 도깨비가 찾아옵니다.
방망이까지 드는 날은 축제입니다.
그렇다고 도깨비와 방망이를 미워할 수 없습니다.
그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고 삶이라 생각합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우리 마을입니다.
2. 부탁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광활 선생님이 계시지 않더라도 부모님께 차량을 부탁드리고 용돈을 모아서 물놀이하러 가고 여행을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는 한희는 참으로 복 받은 사람입니다.
요즘에는 대학생이나 성인이 되어도 직접 무엇을 계획하고 준비 진행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수업이나 프로그램을 참가하고 소비하는 데 익숙한 반면, 스스로 만들고 더불어 나누는 경험이 적습니다.
역사책모임 아이들은 잘하고 있습니다. 잘하는 일이라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꾸준히 이어가게 칭찬 감사로서 세워줌이 마땅합니다.
사회사업 문답 편, 3가지 질문과 한희의 실천 고맙습니다.
22일 목요일 저녁 복지요결 문답 시간에 나눠주세요.
한희 학생의 3가지 질문과 답을 아동과 함께하는 우리 동료들과도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양한희 학생 김동찬 선생님.
@이대령 글 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
귀한 생각들이네요. 양한희 학생 목소리로 얼른 듣고파요.
고맙습니다. 내일 만나서 함께 이야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