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목욕탕 딸린 여관에서 묵었다.
차가운 몸을 뜨거운 물에 담그면 사르르 녹는 것 같이 노곤하게 풀린다.
순례중 첫 산행이어서 떡도 사고 렌턴도 준비하고 파스도 샀다.
1박 2일로 지리산을 완주할 줄 몰라서 떡이 많이 남았다.
공부하기전이나 걷는 도중에 허기를 달래주는 좋은 간식이 됐다.
순례기간동안 떡을 가장 많이 먹었다.
목욕을 마치면 선생님께 시장구경하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방앗간이나 떡집을 찾아다녔다.
따뜻한 인절미, 고소한 콩고물을 가득 묻혀서 다시 먹고 싶다.
새벽 일찍 구례여관에서 나와 화엄사까지 걸어갔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산비탈이 가파라서 점심때 쯤 도착했다.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면서 쉬지 말고 벽소령휴게소까지 가기로 했다.
눈쌓인 등산로를 지치듯 달리는 재미가 있었다.
해가 저물어서 도착한 벽소령대피소.
남자숙소는 히터가 없다. 이층침대로 되어있는데 아랫층에서 잤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옷을 다입고 자는 데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때문에 심난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3시쯤 밖으로 나와 출발을 서둘렀다.
깜깜한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이 참 아름다웠다.
아직 동이 뜨지 않는 어둑어둑할때 선생님께서 시편23편에 말씀을 알려주셔서 함께 암송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기록깨기~
1박 2일만의 지리산 종주가 쉬운일이 아니라는 말씀에 어깨가 으쓱했다.
덕유산, 설악산,.. 다수의 산과 길에서 빠르게 걸었다.
달려가는 모습을 본 분들은 하나같이 산악동아리에서 왔냐고 물어봤다.
산행중에 뛰어내려가시다 뒤를 바라보시며 소년처럼 웃으시는 선생님의 미소와 "재밌다"라고 말씀하시는 소리가 그립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산다는 주목 군락지가 있다.
이정일 선생님을 함양군 서상면에서 만났다.
선생님께서 활동하시는 이야기를 들었다.
맛있는 귤을 먹으면서 우리는 졸지 않았다.
첫댓글 벽소령대피소 - 정말 추웠어. 잠을 못 이루고 새벽 일찍 나왔지... 그 시각에 길 떠난 날이 어디 그뿐이었을까
방앗간에서 산 따끈한 떡이 산행하며 꽝꽝 얼었겠다...
전설의 다섯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