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올해 여름은 지구촌 곳곳이 무더위로 힘들어하고 있네요. 여기도 7월부터는 대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마당에 설치한 물놀이용
풀장에서 하늘이와 현수는 하루에도 몇번을 들락날락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난 4월
지성이와 인애는 초등과정 검정고시를 잘 보고 돌아왔습니다. 올해 중2
나이인 지성이는 내년에 중졸 검정고시를 보고 그리고2년후엔 고졸 검정고시를 보겠답니다. 그동안 홈스쿨을 하면서 정말 이렇게 공부해도 되나 걱정하다가 이제 조금 자신이 생겼나 봅니다. 시험을 보러
갔지만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많은 분들께 받은 사랑과 격려가 아이들에게 큰 위로와 감동이었다고 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돌보아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지성이나 인애 모두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부르심과 소명을 잘 발견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는 아이들이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좋은 교제를
나누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예전에 러시아 연해주에서 가까이 지내던 가족이 모스크바에서 잠시 다녀갔었습니다. 8년만에 만나서 아이들의 귀엽던 모습은 사라지고 서로의 기억도 가물가물했지만 이국 땅에서 자라가는 청소년으로서
동병상련을 느꼈다고 하네요. 6월에는 키르기즈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이스쿨에서 열린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 연합 청소년수련회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온지 한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말씀을 전하시던 분을 기억하고
따라하기도 하고 그때 함께 부르던 찬양을 되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도 토크막에서 사역하시는
분의 초청으로 진주에서 섬기러 오신 청년들을 따라 여러 곳을 함께 다니며 아이들을 섬기며 한주간을 함께 지내고 돌아왔습니다. 짧은 시간들이었지만 아이들도 처음 저희 곁을 떠나서 지내는 시간이었고 저희도 두 아이가 떠난 후의 삶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참 감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5월 중순에 제가 잠시 쓰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감기로 이틀정도 골골하다가 아내가 차린 죽을 먹으려 일어났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뒤로 넘어졌습니다. 그날 심한 저혈압이었는데 어떻게 뒤로 넘어갔는지 기억도 없고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이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낫겠지 하고 기다려도 차도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병원을
가려고 지인에게 비쉬켁에 어떤 병원이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그 길로 밤 9시에 저희 집에 찾아와 주셨습니다. 대사관 응급지원팀장과 이곳 사역자 대표를 함께 모시고 말이에요. 마침
대표로 섬기시는 분이 한의사여서 침을 놓아주셨구요. 침을 맞고서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C.T.를 찍으러 병원을 갔는데 이곳 의사들 특유의
무성의한 태도에 M.R.I.를 권유하는 것을 접어두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벌써 2달이 지났는데 매주 비쉬켁에 갈 때마다 침을 맞고 이제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밤에 급히 달려와주신 분들, 그리고 늘 잊지않고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위험한 순간을 안전하게 지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쓰러져 일손을 놓은 기간이
준비해둔 모종들 옮겨심는 시기라 올해 농사는 완전히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5월 30일에도 눈이 오는 바람에 올해는 어떻게 했어도 정상적인 재배가
어려웠겠다며 그나마 마음의 위로를 삼고 있습니다. 그나마 봄철 열무와 무 심은 것들의 수확이 끝나고
나서 그런 일을 당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아내랑 지성이가 저대신 채소들을 종종 돌아보고 있지만 작년처럼
고아원 아이들에게 매주 보내줄 정도의 수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올해 고아원에서 성인이 되어
나오게 되는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을 함께 농사를 하려고 초청할 계획이었는데 그것도 어긋나 버렸습니다. 아쉽지만
올해는 다음을 위해 한해 쉬어가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내가 가르치는 카리나는 올해 한글
말하기 대회에서 아쉽게도 입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어 능력시험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구요. 베가이는 여름방학동안 토크막 시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어 잠시 한글공부를 쉬고
있습니다. 그 사이 또 다른 학생이 한명 늘었구요. 아이잔이라는
학생인데 올해 대학을 가야하는 나이인데 한국으로 가려고 준비중인 아이입니다. 주유소 직원을 통해 부탁받은
학생인데 어머니가 러시아인이어서 어릴때부터 키르기즈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수민족인 둥간과
고려인 혼혈인 카리나, 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 못한 베가이, 무슬림이
된 러시아인 어머니를 보며 이 땅을 떠나려는 아이잔 모두 한글을 배우려는 이유는 다르지만 한글을 통해 우리에게 임한 그 은혜를 함께 누리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번에 온통 엉망이 되어버린 비닐하우스와 텃밭을 보면서 제가
한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잡초가 무성하고 제대로 물을 주지 못하고 온도관리도 못했는데 기대하지
않은 수확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수확하고 남겨진 아니 버려진 씨앗들이 저절로 자라서 양상추며 토마토, 오이, 고추, 피망, 배추, 무, 멜론, 심지어 수확한지 2년된 콩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었습니다. 제가 게으른 농부라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만 너무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생명이란
이렇게 놀라운 것이었구나! 그동안 잡초가 자라는게 싫어서 땅 위에 검은 비닐을 씌우고 재배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구요. 잡초가 조금 생기더라도 조금 더 땀을 흘려야 하더라도 아버지가 만드신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땅을 대하려고 합니다. 나에게 필요없어 보이는 잡초들도 만드신 이유가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내년에는 어떻게든 잡초들과도 어우러져 살아갈 길을 찾아야겠어요. ^^
은혜 가운데 항상 평안하시길……
1.
노동허가와 비자 연장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2.
함께 농사일을 해나갈 사람을 잘 선정할
수 있도록.
3.
더불어 사는 사람들 현지 지부와 한글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4.
프로그레스의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세워가도록.
5.
아이들이 홈스쿨을 잘 해나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