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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명작재연 - 챠이카(갈매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5-10-15/짝재기양말
갈매기를 그 나라말로 ‘чайка(챠이카)’라 한다.
출연배우로부터 ‘봐,주십사~’문자가 왔다.
여배우 조경숙,
나랑은 1994년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란 연극으로 인연이 됐다.
당시 난 이 배우 얼굴을 크게 부각시킨 이미지 포스터를 만들었다.
‘챠이카’라고? 검색해보니 애플씨어터 사과극단이다.
대장 ‘전훈’.. 그는 한국최고의 ‘체홉전문가’다.
흠, 믿을만한데?
요새, 일상 새끼줄이 바쁜 터인데 다 접어놓고,
충만한 호기심에 이끌려,
배우 이봉규를 꼬드겨 무조건 나오라하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관객들이 쫙 줄서있는 흥행?스런 공연장 분위기..
요새 대학로 연극극장들은 '다단두 임대차 폭격'을 맞아서 그런지 썰렁하다.
그 뻔한 허접 오픈 런~들.. 매너리즘 좆밥 들도.. 자취를 감춘 상황..
이런 시각공해가 좀 잦아드니 외려 상쾌하고 기분이 가볍다.
눈빛극장(안톤체홉 클래식시어터), 선돌극장 옆 앞전이다.
극장 안, 괜찮은 시설 장치들.. 무대, 삼삼하고 깔끔한 애플 특유의 특징..
배우들도 삼삼하다.
아는 배우들..
유명여배우役 아르까지나-조경숙, 유명작가役 뜨리고린-김대건,
28년 경력 퇴임 법무관役 쏘린-신철진,
집사役 샴라예프- 문영수,
교사役 메르베젠코-문영동.
모르지만 잘하는 배우..
연출가 겸 작가지망役 꼬스챠-이동규, 의사役 도른- 한범희.
체홉의 갈매기를 여러 군데서 여러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을
그동안 다양하게 섭취했지만 전훈製 갈매기는 완전 다르다.
극의 앞절에서 매너리즘에 대한 반격과 저주를 빙자하며,
새로운 양식으로 해법 제시한다는 연극작법에 대해 설왕설래가 나오지만,
그간의 갈매기는 극이 담고 있는 이런 신선하며 혁명적 메시지를
우롱하듯 또 다른 매너리즘으로 극의 본질을 흐려놓고 작품의 질을 망가트려 놨다.
버젓한 대극장에서 개품 잡는 이런 연극행태가 다신 없었^으면..
워낙 세계명작이니 알만한 인간이면 다 알겠지만 내용사항은 이러하다.
러시아에서 유명여배우랑 유명작가랑..
머, 유명하다면 그렇지 아니한가? 스타쉽 어쩌구..
그녀의 오빠라 하는.. 잘살고 있는 듯한.. 시골 어디로 온다.
거기엔 그녀의 자식이 어떤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한창 피 튀기는 나이.. 자식인 아들은 어떤 획기적 공연을 보여주는데..
그 자식은 유명여배우의 자식인데 사이가 그리 안 좋다.
매너리즘 일색인 여러 저러한 관객들.. 시시한 막말들..
그중 치명적이고 심각한 말들.. 그게 시시비비가 되는데..
그런 실험적 공연에 아들 ‘꼬스차’는 완전 뚜껑이 열려서 마음껏 지랄을 한다.
출연배우 1인분, 그 꼬스차의 애인사이라는 여배우는 ‘니나’.
근데 이 니나가 유명작가 뜨리고린에게 관심을 갖더니 푹 빠진다.
여성동무들의 속성이란~
허나, 이건 죄악이 아니다. 본능적인..
20대 초반 암컷들은 에스트로겐 분비가 넘쳐날 터이고
수컷은 또 나름대로 테스토스테론이 빵빵할 터다.
뜨리고린의 애인 아르까지나 또한 본능적 질투심이 창궐하고..
니나의 짝사랑은 어찌 완성된 듯 하나 결국엔 뜨리고린의 심심풀이로 끝난다.
이극에선 사랑, 질투, 열망, 애증 등 다각적인 감정이 교차된다.
극 줄기의 초점은 작가지망인 꼬스챠가 유명작가가 되는 때..
그의 첫사랑인 니나도 어느 정도 유명해진 여배우가 되지만 열정은 이미 식어버린 상태..
주인공인 그가 죽어야 연극이 끝날듯한데 총소리와 함께 끝장을 본다.
얼핏, 연속극 같은.. 멜로드라마 같은 형식에 꼬라지지만,
극의 소재와 구조 속에 담고 있는 대사들에선 장난 아닌 명대사들이 쏟아진다.
러시아 특유의 자연환경에 의한 정서가 듬뿍 담겨진 대사들..
영화 ‘트랜스포터 라스트 밋숑(미션)’을 보면
러시아 인간들에 편견대사가 나온다.
뭔가 우울하고 파괴적이며 심각하며 안(反) 명랑하다는 양키들 빈정거림..
겉으론 그럴 거다. 껍데기로 봤을 땐.. 그러하나,
역사적 철학적 버전으로 충실할만한 질퍽한 내용이 있다.
지금 현재, 군사외교적으로는 양키나라들에는 밀리나
문화 정서 철학적인 면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나타내고 공유를 하고 있다.
히틀러 단골 주절거림에 '이게 중요하다'란 말이 말 되는 것.
극에 몰입해 귀를 동물적으로 열어놓으면 들리는 명대사들..
‘재능은 없고 야망만 있는 것들은 진짜 천재를 깎아내리는 재능밖에 없쥐..’
‘불안한 미래만 생각한다면 늙음과 죽음 뿐이쥐’
‘하지만, 그것은 어차피 생각하지 않아도 오게 되어 있어.’ - 아르까지나 대사
‘멍청한 것들아!
기득권을 지키려고, 자기가 모두 옳다고 주장하고,
그 틀을 조금만 벗어나려고 하면 다 잡아먹는 것 따위에 난 굴복하지 않아!‘
‘여자라는 동물은 남자의 실패를 용서해주지 않는 건가?’
- 꼬스챠 대사
갈매기는 장막극이다. 그런고로 상당히 길다.
그러함에도 중간 인터미션 15분 포함해 130분으로 짜 놨다.
몰입해 본다면 인생철학적으로 좋은 시간이 될 터다.
이런 연극이 대학로 한 귀퉁이에서 성성하게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고 아껴 봐줄만한 덩어리라 본다.
고급이던 저급이던 지적허영에 목마른 당신이여~
이러헌 철학적 품격과 고품질 예술명품에 빠져들길 바라는 바다.
대학로 연극이 아무리 망가져도.. 그래도 진짜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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