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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노땅 연극포스터 부치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4-10-25/짝재기양말
연극포스터 스카팅(스카치테이프로 부침)을 했다.
오랜만에 대학로일원과 동네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각각 200장씩 400장을 부쳐놨는데 오랫동안 붙어있으니 흡족하다.
동네주변은 15일이 넘었는데도 오랜 수명을 자랑한다.
우리 동네 해방촌은 이태원 바로 옆에 있는 국제동네로
세계 각국 인종이 몽땅 모여살고 노천카페 코어가 형성돼 있어 딴 나라 같다.
당근 서울시내 젊은 멋쟁이들이 모여들어 주말이면 북적댄다.
대학로도 우리 동네만큼은 아니지만 수명이 길다.
어떻게 부쳤기에 안 떨어지고 오래갈까~
알바에게 외주하청을 주면 속도위주로 뻔한 곳에 부치고 곧 떨어진다.
하루도 못가는 소모성 낭비적 행태인데 별수 없는 것.
이것도 좀 넉넉한 연극이나 하지 궁핍한 연극은 못한다.
기껏 종로문화게시판에 비싼 돈 주고 표현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 난 천천히 부치기로 작정하고
또 떨어지기 쉬운 뻔한 곳은 가급적 탈피해 일단 관찰 분석을 한다.
시각디자이너인 난 잘 보이며 떼기 힘든 곳에 부친다.
그래 하루에 50장을 부쳐도 몇 시간을 잡아먹지만 며칠을 가는 거다.
대학로를 벗어난 지역은 웬만해선 연극포스터를 볼 수 없다.
기껏 종로일원이나 명동일대에만 쫘라락 부치는데..
지속적으로 관찰한 바로는 시민들이 관심 갖는 걸 본적 없다.
왜? 주로 공사 중인 건물펜스나 그 비슷한데 부치니..
부치면 떼고 또 부치면 떼고 테이프 자국만..
그것의 반복이니 너저분해져 시각공해에 미관훼손에 한몫 거든다.
무슨 예술작품도 아닌데 누가 그걸 볼까~ 외면하지..
내가 포스터를 부치며 새록새록 생각나는 건 ‘아비뇽페스티벌’이다.
또 1957년생으로 57살 먹고 포스터 부치는 꼴이 슬프다.
19년 전에 가서 놀았던 아비뇽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연극천국’이다.
지난번 연극 관객모독을 아트원에서 오랫동안 한 뒤
끝내고 쫑파티 자리에서 배우 기주봉은 마흔 살까지 포스터를 부쳐봤단다.
그때만 해도 그런 일이 신화나 전설이 아니고 현실이었다.
내가 44살이던 2001년, 연극계 최초 조폭연극
‘나 엄마 안 할래’를 연우소극장에서 할 때도 매일 200장씩 부쳤다.
작가 김현우하고 둘이서 영하18도인 맹추위를 뚫고..
강남 강북으로 나눠서.. 일례로 내가 청량리588가면 작가는 압구정가고..
40대 중반에 그랬으나 그보다 훨씬 옛날에도
작가가 연극포스터 부치는 일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없다.
지금은 젊은 배우라도 포스터 부치는 일은 없다.
그만큼 퇴물자본주의 녹을 많이 먹어 ‘연극정신’이 고급스럽게 녹슨 것일까?
아래는 일본의 성공기업 未來工業(미라이 공업)의
창업주이자 CEO 山田昭男(야마다 아키오)란 할배 연극포스터 부치기.
그는 연극인 출신, 애플에 비길 성공방정식을 일궈냈다.
이 훌륭하신 할배의 나이는 올해로 70살 이란다.
유럽선진국들은 배우가 할매 할배되어도 극장에 나와
청소를 하거나 매표나 안내 수표를 거든다는데..
들은 얘기지만 영국에서 쥐덧 하는 극장이 그렇다는 전설 따라 30cm가 있다.
새까만 후배들을 사랑하고 격려하는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해도 초연한 정신은 소중한 것.
우리는 연극을 극장 안만 생각하고 극장 밖의 창의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누가 하니까 따라하고 전부다 그렇게 하는 건 ‘매너리즘’이다.
키보드나 꼼지락거리는 온라인 인터넷에 연연하지 말고
남 보기에 쪽팔리고 막노동 개고생을 해야 하는 오프라인에도 신경을 쓰자!
영화도 안 그런데 요새 연극은 방송연속극보다 더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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