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연초에 갑작스런 명령으로 쿠웨이트에서 귀국, 곧바로 이어진 네덜란드/벨기에 파견. 결국 11월 말에야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는 그동안 분위기가 많이 변해 있었더군요.
2013년의 어닝 쇼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프로젝트의 수주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에 그저 아파트 분양이 조금 잘 되는 것에 기대어 지내느라 분위기는 영 엉망이었습니다.
특히 저처럼 나이와 직급이 어느 정도 되는 직원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 사무실은 마치 도서관같은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게다가 임금 피크제가 시작되어 이 기준에 걸린 사람들은 퇴직금을 정산맏아 퇴직 연금 계좌에 넣어두고 대 해 연봉의 9%씩을 삭감당하며 지내는 중이었지요.
주요 직책자는 임금 피크에서 제외되는 규정이 있기에 기존에 직책을 맡고있던 사람들은 느닷없이 그 직책에서 해임되어 후배 직원 =밑에서 보조 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이었지요.
자시이 가르치고 키우고 그 자리에 발령을 낸 사람인데 느닷없이 그 밑의 팀원으로 발령을 받는 상황이 여기 저기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도 그 상황이 얼마 남지 않았더군요.
게다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것도 아니고 경력직으로 입사했으니 더 상황이 안좋더군요.
그 시점에 오래 전부터 함께 비지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고민하던 동료가 제안을 해 오더군요.
"이제 우리 일 합시다."
워낙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회사의 상황도 그렇다 보니 저 하나라도 경쟁에서 벗어나 주는 것도 회사를, 동료를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수 개월 동안, 회사 일은 대충 하는 척만 하면서 퇴근 후에 모여 계획을 구체화 시키고 영업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어느 정도 결과가 손에 잡히고, 그 결과가 너무 커져서 도저히 양다리를 걸친 상태에서 고객사를 관리할 수 없게 된 시점에 회사에 당당하게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의 판로가 대기업들의 수주 절벽으로 꽉 막힌 상태인지라 해외에 유리하 조건으로 판로를 뚫어주는 제 사업 내용은 곧 많은 고객사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었지요.
기업 컨설팅.
해외 유망 지역에 아주 좋은 조건으로, 약간의 투자 만으로 작은 공장을 지어 현지 업체의 지위를 받아서 그 나라의 발주처로부터 직접적인 오더를 받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입니다.
첫 대상지역이 오만입니다.
10여개 회사의 의뢰를 받아 현지 조사를 나왔고, KOTRA 및 현지 대사관도 국내 업체들의 불항을 타개해 주는 일인 만큼 발 벗고 도와주고 계시네요.
이번 월요일에는 투자자들이 직접 들어와 제가 그동안 조사해 놓은 상황을 직접 둘러보고 본 계약을 체곃할 예정이지요.
회사 생활을 하며 10여년 간 돌아다니던 사막을 이제는 제 사업을 위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법인카드 한 번 쓰는 것도 아깝고 가슴이 미어집니다.
결국 오늘 아주 좋은 입지를 발견했고, 이번 일요일에는 이곳 정부 담당자에게 그곳을 불하해 달라고 할 예정입니다.
서울의 1/2 정도 되는, 아직 부지도 정지되지 않은 황무지 사막을 3일간 돌아다니며 물색한 결과입니다.
이정표조차 제대로 없는 처음 와보는 곳을 가끔은 도로도 없는 곳을 사륜구동 차량으로 돌아다녔지요.
이번 10여 건의 본 계약이 성사되면 계속 이어지는 후속 투자 계약으로 빠른 안정을 찾게 됩니다.
계약을 이행하는 데에 따르는 부수적인 계약들도 만만치 않지요.
모든 일에는 무상이 없으니까요 ^^;;
게다가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이 해외 직접 투자를 하는 일인데 어디 쉽겠습니까?
그 모든 난항들이 모두 제 사업 모델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봉이 김선달" 사업이라고 하더군요.... -,.-;;
예전 대학 시절,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울 때 전산실 격언이 있었습니다.
"하루 먼저 터득한 사람이 하루 늦게 배우는 사람을 가르치는 고수가 된다."
제가 바로 중동을 10여년 일찍 터득한 사람이니 고수 맞지요.
고수가 사업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곧 컨설팅이고, 이는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일입니다.
아뭏든, 김선달은 대동강가에서 "물"을 팔았지만, 저는 사막에서 더위와 싸우며 경험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고객사는 3년 계약을 하자 했더니 "3년 지난 후에 당신이 우리를 버리고 다른 동종 업체를 끌어들이면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10년 계약하자" 라는 제안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불황이 곧바로 제 사업 기회가 되고있는 아이러니를 맞닥트리고 있습니다.
뜨거운 사막에서 모래 좀 팔겠습니다.
2018. 4. 오만 사막 한가운데에서
첫댓글 새로운 소식 반갑습니다. 늘 건강하소서~
민이님!
오래간만에 댓글 답니다.
내가 2009년도에 사우디에서 근무할때 민이님의 좋은글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 나도 은퇴를 하고, 민이님도 회사를 퇴사하고 사업을 하시는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컨설팅 쉬운것 같으면서 아주 어려운 분야입니다. 계약을 할듯말듯 하다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치지요.....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