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부터 거의 주말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찾았던 광화문을 지난 주말 오랜만에 찾았다. 물론 ‘촛불집회’가 아닌 ‘전시(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전시(집)회? 갤러리 자인제노(gallery ZEINXENO)에서 열리고 있는 민경아 개인전 <거짓말로 참말듣기>가 그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와 거대한 고래가 등장하는 판화를 만나게 된다. 민경아의 신작 <옐로 오션(Yellow ocean)>이다. 판화 상단은 광화문을 배경으로 수많은 촛불들이 반짝이는 반면, 하단에는 거대한 고래가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다.
그런데 그 거대한 고래에 ‘구멍’이 난 것이 아닌가. 그 구멍 안에 누군가 웅크리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이 피난 중 조난을 당해서 터키 해변에서 숨진채 발견되었던 전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시리아 난민 꼬마 쿠르디이다.
민경아는 일명 ‘피노키오 작가’로 불린다. 민경아의 ‘피노키오’는 달팽이류의 존재 방식을 닮아가는 <나홀로족의 함께 살기>(2007)와 달팽이 소라 조개 등의 <껍데기>(2007)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다. 민경아의 ‘껍데기’는 판화라는 매체의 특징인 ‘복제’에서 기인된다.
전통적인 미술은 알맹이/껍데기라는 이분법에서 껍데기를 실속 없이 허울만 좋은 ‘것’으로나 아무 쓸모도 없는 하찮은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외람되게도 그 ‘껍데기’ 없이는 ‘알맹이’를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떼어 내려니 아프고 그냥 두자니 근질근질한 상처 ‘껍데기’는 ‘알맹이’를 위협하면서 동시에 보호한다. ‘껍데기’는 마치 ‘에르곤(ERGON)에 기생하는 ’파르에르곤(parergon)‘처럼 ’알맹이‘를 보충-대리(supplement)한다.
2010년 민경아는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코에 피노키오 코를 성형하거나 뒤러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에 피노키오 코를 성형한 판화작품을 제작한다. 이후 그녀는 동물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접목시키고 사람의 얼굴에 피노키오의 코를 성형해 놓은 기괴한 형태를 만든다.
민경아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코에 피노키오의 코를 성형하여 보충-대리한다. 따라서 민경아의 ‘피노키오’는 타락한 자본주의 세상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는 빈슐뤼스(WINSHLUSS)의 피노키오와 닮았다. 왜냐하면 민경아의 <거짓말로 참말듣기>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원점? 민경아의 신작 <옐로 오션>에 등장한 거대한 고래 말이다. 그 고래는 제페토와 피노키오를 삼킨 고래 몬스트로가 아닐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페토와 피노키오는 고래 뱃속에서 불을 피워 몬스트로가 재채기를 하도록 만들어 뗏목을 타고 탈출한다.
물론 그 거대한 고래는 (제페토와 피노키오가 고래 뱃속에서 살아있다는 점에서) ‘요나의 고래’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나는 그 거대한 고래의 뱃속에 있는 시리아 난민 꼬마 쿠르디를 보면서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들을 떠올렸다.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들을 등에 태우고 나타난 ‘세월호 고래’ 말이다. 따라서 나는 민경아의 <옐로 오션>을 보면서 세월호 참사 추모곡인 핫칙스(치타, 장성환)의 ‘옐로 오션’을 떠올린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의 빛 그들의 어둠을 이길 거야
Yellow Ribbons in the Ocean.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거야
Yellow Ribbons in the Ocean.
Ocean. Oh shine
@ 갤러리 자인제노의 민경아 개인전 <거짓말로 참말듣기>는 6월 25일까지 전시된다, 강추한다!
- 미술평론 류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