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 전성시대 중국근대사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꼽는다면 단연코 마오쩌둥의 후처인 江青이 이끈 홍위병 난동일 것이다. 이들은 10여년에 걸친 기간동안 중국의 문화를 철저히 파괴했다. 마치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세력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각종 문화기념 시설을 파괴하듯이!
중국 홍위병들은 대학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규정해 학업을 중단하고 조국건설이라는 명목으로 모두 시골로 찾아가 집단농장을 만들었고 교수와 학자를 비롯한 지식인들을 강제로 시골로 추방했다.
당연히 60년대에 대학에 진학을 했던 70대 이후의 세대들은 대학공부를 건너뛰고 만다. 마치 한국의 586세대들이 데모로 학업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듯이. 중국공산당의 홍위병 10년기간은 한국에게 절호의 챤스를 제공해줬다.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의 시동을 걸수있는 여유를 제공한 셈이다. 만일 마오쩌둥이 죽지않았다면 중국은 더 많이 망가졌을 것이다.
홍위병에게는 특징이 있다.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성보다는 극단적이다. 뚜렷한 목적이나 목표보다는 맹목적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상에 대해 "무조건적"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상의 실수나 허물까지도 홍위병들에게는 매력으로 느껴진다.
중국에서 60년대를 쥐락펴락하던 홍위병이야기는 사실 현재 한국사회를 주도하려는 세력들과 일치한다.
지난 정부때 박근혜대통령을 지지하는 홍위병들은 50대 이후의 세대들이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무조건적"이었다. 적어도 이성적으로 사고만 했더라도 사태를 그토럭 악화시키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20대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홍위병들은 매우 젊다. 주로 30~40대가 주축을 이룬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정권의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비 이성적"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전 정부 지지자들과 다른 점은 매우 "용의주도"하다는 점이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어떻게 용의주도한 두뇌의 소유자들이 "맹목적인 지지자"가 될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군중속에 무리를 이루며 살아가는 각 개인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한다. 오늘날 각종 SNS나 유투브방송이 각광을 받는 것도 그러한 현대인의 심리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머리를 쓰며 도구를 이용하는데 익숙한 집단은 정보통신을 활용한다. 하지만 생태적으로 정보통신에 둔한 집단은 몸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 한다. 그런 면에서 우파쪽에 속한 집단이 몸으로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좌파내지는 진보에 속한 세대들 중에는 정보통신을 이용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현상은 "맹목적이며, 비이성적인 세력"의 준동은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건국70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혼란기이다.
20대 대통령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는 이미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아쉽게도 그의 목표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그러기에 그는 더 초조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만일 지난 한 해 "적폐청산"이라는 주제에 올인하지 않았더라면 역설적으로 그의 목표를 향한 행진에 참여자가 더 많아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 후가 뒤바뀐 대통령의 전략은 그를 지지하지 않는, 아니 지지했던 국민들까지 "매우 염려스럽게"만들었다.
즉, 그의 이상이 실현된다면 이 나라에는 "더 극심한 적폐청산"이 진행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주고 말았다. 대통령 자신의 구상이었는지 아니면 586참모의 설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아쉬운 전략이다.
현재 대통령의 진심을 읽는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통령의 진심이 일반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급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5년이란 기간은 자신의 설계를 완성하기에 짧은 시간일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한 격언은 대통령이 꼭 기억해야할 금과옥조라 생각한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 바로 "홍위병"들이다. 그들의 활동은 대통령의 구상추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이성적 국민들을 격분하게 만들뿐이다.
대통령은 자존심이 너무 강하다. 정말이지 상상 밖의 충격이다. 자신이 경멸하는 박정희대통령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마치 "王"을 보는듯하다고 표현하는 일반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텐데.
어차피 임명할 참모라면 "이 세상에 털어서 먼지안날 사람이 있겠나? 결점이 있다고 내치기 보다는 그에게 일할 기회를 주어 국가를 위해 봉사하게 하고싶다"라고 말하면 안되는 것일까?
홍위병은 파괴자이다. 그리고 훼방꾼에 지나지 않는다. 마오쩌둥은 근대중국의 국부로 추앙을 받지만 사실은 덩샤오핑이 그의 허물을 감싸준 덕분이다. 마오쩌둥이 장제스의 군대와 싸우며 홍군의 지도자로 근대중국의 기틀을 세우는데 큰 공로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말년에 나라를 망치는 홍위병난동을 묵인한 역적이다. 그래서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그의 초상화는 중국에서 사라졌지만 3대 지도자로 취임한 덩샤오핑은 "모든 사람은 허물이 있다"는 인간애로 마오쩌둥을 복권시켰고 그를 다시 국부로 추앙받도록 길을 열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