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편견이라는 선택을 제공한다.
중국에 장기간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중국물건에 대해 병적인 불신을 경험하게 된다. 마트에서 신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몇번의 고민을 거쳐야 한다. 신중에 신중을 더해 구입한 물건에 대해 만족하는 확율은 언제나 절반이하이다. 중국물건은 조잡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바로 이익 때문이다. 14억 인구대국에는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상상이 안될만큼 많다. 그들과 경쟁하려면 가격이 싸야한다. 그러니 품질은 뒷전이다.
그런 나라에도 성공하는 제품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샤오미이다. 오죽했으면 "대륙의 실수"라고 부를까! 하지만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기능이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유명한 기업이 화웨이이다. 최근에 그 비결이 밝혀졌는데, 충격적이다. 정부가 엄청난 재정을 지원한 것이다. 즉 생산원가 1만원 짜리 제품에 정부가 30%의 재정을 지원하니 경쟁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게 되고, 몇년을 그렇게 마케팅하다보니 세계 1등을 달성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회사는 몇개에 지나지 않는다.
내 자신의 5촌 백부님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 있는 덕적면장이셨다. 섬을 점령한 공산당은 면장인 백부님을 심하게 고문했고, 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으셨다. 어린시절 큰댁을 방문할 때마다 사랑방에서 불편한 몸으로 외출도 못하고 양손을 떨며 고생하시는 백부님을 뵈어야 했다. 우리 집안의 기억속에 공산당은 "천하에 나쁜 놈들"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두환대통령시절 국제그룹이 강제로 공중분해를 당했다. 제 지인중에 한분이 그 회사에 과장으로 재직중이었는데, 자신의 직장이 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경험을 해야 했다. 하기는 내 자신도 역시 전두환에 의해 공중분해된 회사 출신이다. 정주영씨의 동생인 정인영씨가 설립한 현대양행이라는 중공업회사가 있었다. 지금의 두산중공업이다. 잘 나가던 회사를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대우중공업에 통폐합되었다가 다시 산업자원부 소속을 거쳐 두산에 매각되었다.
권력에 의해 피해를 경험했다면 그는 그 권력의 실체세력들을 미워해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국가발전이라는 대의명분하에 우파권력은 때때로 수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우파정권을 지지한다. 그 주된 이유는 아무래도 625 를 통해 축적된 기억의 영향때문일 것이다. 625의 피해는 남쪽 보다는 중부지역의 거주자들이 뼈저리게 경험한 편이다. 하지만 이제 그 세대는 얼마남지 않았다. 그리고 중부지역에 비해 피해를 덜 경험한 지역의 거주자들이 대거 중부지역으로 이전을 하면서 전국을 장악하고 있다.
몇일전 중국에서 친하게 지내던 장로님과 대화를 하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분은 국제그룹에 근무하던 분이시다. 우파라는 세력에 의해 직장이 사라지는 경험한 트라우마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로하여금 편견에 사로잡히게 하고있음을 발견했다.
"집이라도 한채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파가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우파는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많은 충격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면 당신 좌파였어?" 마치 망치로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해가 된다.
"아! 국제그룹 출신이지"
이제 선거가 코 앞에 다가오고 있다. 우파들은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고 전략을 모색하는가보다. 가장 쉬운 것이 "분열극복"이라고 선택을 한다. 맞는 말이다. 분열만 극복하고 하나로 뭉치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알게 모르게 "우파정권에게 상처입은 국민의 치유"일 것이다.
좌파는 이러한 국민들의 정서를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마치 중국정부가 화웨이회사에 30%의 생산비를 제공해주고 좋은제품 싼가격에 판매해 경쟁업체를 파탄나게 하는 정책을 따라하고 있다. 512조원+추경예산을 더하면 금년의 국가재정은 어떻게 될까? 그러나 철부지 자식들은 보모의 통장에는 관심이 없다. 당장 먹고싶고 입고싶은 옷사주고 고급차 사주면 그 부모가 최고라고 치켜세운다.
한국의 보수는 절대로 좌파를 못이긴다.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진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합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서로 기득권 다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통합조건에 "우리가 어떻게 상처받은 국민의 감정을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는 아예 필요성조차 못느끼는 한심한 집단들이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고 세상이 바뀌었다. 공산당이 뭐하는 곳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권력이 법을 무시해도 목적이 선하면 상관없다고 덮어준다. 적폐 덩어리인 당신들 한테는 그렇게 버르장머리를 고치는 것이 맞다고 맞장구 쳐 준다.
인간은 경험이라는 편견을 벗어날 수 없다. 년말에 방문한 중국에서 발견한 한가지 긍정적인 현상은 "폐비닐 수입이 금지된 중국의 변화"인데, 마트나 시장에서 제공하는 비닐봉투의 품질이 한국산과 대등해 졌다는 점이다. 물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중국내에서 발생한 폐비닐은 다시 재생되어 본래의 품질처럼 살짝만 건드려도 찢어질 수 있다. 하지만 튼튼한 비닐봉투의 경험을 통해 "비닐봉투가 원래 이렇게 튼튼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국민들의 의식을 깨우게 될 것이고 그러한 경험은 그들에게 새로운 편견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