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루브르의 방문은 예약을 했다.
티켓은 이미 뮤지움 패스를 구매한 상황이고,
예약시간 전에 피라미드앞으로 가면 되리라.
이른 아침이지만, 루브르는 바쁘다.
이미 제법 긴 줄이 우리를 맞이한다.
예약한 티켓과 뮤지움 패스를 들고 이리 저리 묻는다.
긴 줄 뒤에 서란다.
예약의 조건들이 의미를 잃어 버렸다.
줄이 제법 길지만, 그래도 제법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빠르다.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 온 루브르 박물관.
모든 죽은 것들의 모임 장소.
죽어있는 모든 것들의 회합에 살아 있는 지기는 헤멘다.
어느곳에 무엇이 있는지,
한글 안내 책자가 있어도,
죽은 것을 찾아 다늬는 일은 어렵고 어렵다.
바뀌는 시스템 역시 더 어렵게 하지만,
루르브박물관에서 오전 하루를 보낸다.
함께 한 사람들 역시 죽어 있는 것들의 모임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몇 곳 둘러 보지도 않았는데 몸이 지쳐 버렸다.
밖으로 나가기로 한다.
루브르 박물관.
엄청난 이름이다.
그 엄청난 이름의 유명세도 우리에게는 무관심이다.
지기는 그것이 참 좋다.
색깔이 없다는 것이 맞을까?
색깔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어찌되었던 그 이름의 유명세도 우리에게는 무색하다고 해야 하나.
어제의 하루가 그랬다.
예약을 했지만, 예약이 색깔을 잃어 버렸다.
잃어 버린 색깔에 붓질을 할까.
세느강을 걷는다.
마켓을 들러 이선생의 운동화를 하나 사고,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피카소 미술관을 둘러 본다.
난해하다.
난해, 어려운 이해를 찾아 헤메 보지만.
알아 볼 수가 없다. 도저히....
지기의 짧고 낮은 이해력으로 알아 보기가 너무 어렵다.
그렇게 어려운 시간들이 지나고 숙소로 돌아 온다.
지기는 짧은 잠을 자고 일어나 저녘을 먹는다.
언제 또 이분들이 파리를 오시려나.
이렇게 길고 먼 여행 자체가 처음인 분들인데.
밤 나들이를 한다.
파리의 야경을 보기 위해.
노틀담 성당을 지난다.
화재의 잔해들이 휀스로 둘러쳐져 있다.
휀스를 빙 둘러 보고, 에펠탑을 향해....
도착시간이 절묘하다.
에펠탑의 야경은 매시 정각에 5분간 벌어지는 반짝거리는 불빛이 화려하다.
절묘한 타이밍에 도착한다.
9시 정각에 에펠탑의 불빛쇼를 본다.
개선문을 향해 걷는다.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의 화려한 가로수길을 걷는다.
밤거리 구경은 언제나 새롭다.
화려한 파리의 밤 거리...
그러나 어제 하루는 의미를 잃어버린 예약과
색깔을 잃어버린 난해한 시간들과,
다시 찾은 밤거리의 색깔들이 어우러진 하루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