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네 처마에 데롱데롱 바람소리 안고 있는 풍경소리.
제법 한파를 지나 온 한 주를 보내고,
정월 대보름의 아침이 밝아 왔다.
겨우내 온화했던 날씨가 걱정이라도 되었단 말인가?
뒤늦은 추위로 일주일을 보내고, 날이 풀린다고 한 오늘이지만.
풍경소리 요란하게 흔들어 깨우는 바람이 차다.
길지 않은 나들이 발걸음도 지나고.
까치까치 설날도 지나고,
오늘 정월 보름이 지나면 큰 명절인 설날도 끝인데,
안골의 지기네 소식도 전할 겸 몇 자 적어 본다.
봄날씨만 같았던 나그네 발걸음이 끝나고,
봄날씨만 같았던 설날도 지나고,
어제 저녘쯤엔 전화가 한통 와야만 했는데.
울리는 전화통에서는 골소식 전하는 목소리 들리지 않고,
자신을 광고하는 선거 관련 기계음만 귓전에 맴돈다.
정월 대보름이라며 경노당으로 오라는 소식이 없다.
깨짱구 말에 의하면 이즈음엔 어떤 모임도 없다고 한다.
골의 정월 대보름 놀이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묻혀 버린 듯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미 잡혀 있던 깨짱구의 뱅기와 숙소들이 취소 되었고.
치앙마이 여행의 취소로 짧은 남도 발자욱을 마친 깨짱구.
처마에 데롱데롱 달린 풍경소리만이 바람소식을 전하는 안골.
깨짱구는 이제 비로소 휴식의 시간을 갖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제 떠나야 할 시간들의 발걸음을 찾아 헤매야 하는 지기.
4월의 발걸음 준비가 편하지 않다.
아마도 계획을 미루어야 할 듯 한 현실.
무심한 듯 울리는 바람소리의 풍경.
코로나 바이러스.
한동안 잊은 듯 기억의 저 편에 밀려나 있었던 그림책이 하나 있었다.
낙동정맥과 백두대간.
잠이 오지 않는 이즈음의 밤시간이, 왠통 산티아고 북쪽길에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의 밤은 덮어 두었던 그림책으로 뫔이 가는 듯하다.
낙동정맥과 백두대간의 길들이 스멀스멀 밀려 온다.
코로나 바이러스.
멀리 떠나는 길만 보려고 했을까?
불편한 발걸음 계획에 도장을 찍으려 하는 것 보다는,
한동안 뒷줄로 밀려나 있었던 계획을 앞으로 슬쩍 끼워 넣어 보는 것도 괜챦을 듯.
지기의 바뀔 것 같은 올해의 발걸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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