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위험하다
존 팰프리·우르스 가서 지음|송연석·최완규 옮김|갤리온|384쪽|1만5000원
아이브레인
개리 스몰·지지 보건 지음|조창연 옮김|지와사랑|328쪽|1만6000원
PDA, 아이패드, 위(Wii), 트위터, 페이스북, PDP, 와이파이, 스마트폰, MP4, DSLR, 안드로이드, 3G…. 신문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들 용어의 개념을 알고 있는 수준을 넘어 이들 최신 IT 기술과 기기를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라고 부른다.신간 '그들이 위험하다'(원제 Born Digital)에서 다루는 '그들'은 바로 디지털 네이티브다. 책은 방대한 인터뷰 자료와 최신 사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와 함께 도래한 새로운 위험들과 그 대책'을 다루고 있다. 각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 스위스 세인트 갤런 법대 교수인 저자들은 하버드대의 '버크먼 인터넷·사회연구소'에서 오랫동안 IT와 사회변화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이들은 정체성과 가치관을 사이버 공간에서 정립하고 '정보의 바다'에서 숨을 쉬듯 지식을 흡수하는 일에 익숙한, 다시 말해 '인터넷을 통해 사회화된 세대'에게는 숙명적으로 많은 위험 요소가 따른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는 '또래 집단의 규율'이 암암리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나의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타인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이런 규율을 지키지 않는 아이는 또래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하게 된다. 저자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폭력적 게임이 테러리스트에게 끼치는 영향, 디지털이 학교 교실을 바꾸는 방식,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현상 등을 조목조목 짚어 나간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의 신뢰성 문제도 중요하다. 실제 인터넷에는 엉터리 내용이 가득하고, 특히 건강 같은 중요한 이슈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는 인터넷 사용자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수'가 적극적으로 제작과 수정·보완에 참여하는 사이트는 다르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가령 위키피디아 같은 곳은 거짓된 정보가 올라오더라도 곧 수정과 반론이 이루어지기에, 상대적으로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다수에게 개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위키피디아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브리태니커 사전의 신뢰성을 조사한 결과, 예상과 달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또 다른 신간 '아이브레인'(원제 iBRAIN)은 테크놀로지의 멈추지 않는 질주가 젊은 세대의 두뇌 발달과 기능을 변화시키는 양상과 디지털 문맹들이 이른바 '뇌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다루고 있다.
미국 UCLA의 세멜 신경과학 및 인간행동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속에서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와 달리 성인이 되어서야 테크놀로지 기기들을 다루기 시작한 '디지털 이주민(immigrant)'이란 개념을 설정한다. 책은 이 두 집단의 뇌 활동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여러 실험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디지털 자극의 영향으로 좀 더 빠르게 반응하고, 집중시간도 짧다.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기에 장기적인 계획을 짜거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반면 디지털 이주민은 아무리 디지털 시대에 적응했다 해도 사회화와 학습방법이 디지털 네이티브와 다른 방식으로 훈련되어 있다. 멀티태스킹에 약하다는 속성이 대표적이다. 이는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로 이민 간 이민자들의 상황과 유사해서, 이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뇌는 인류의 뇌가 향하고 있는 진화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우리가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고, 나아가 우리 뇌의 기능도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이 처음으로 도구 사용법을 발견한 이래, 인간의 뇌가 이토록 급격하게 영향을 받은 적은 없었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멀티태스킹 능력과 즉흥성, 테크놀로지 의존성, 타인과의 공감 능력 부족 등이 디지털 네이티브가 갖고 있는 특성이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전통적인 대면(對面) 커뮤니케이션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대면적 의사소통을 위한 사회적 기술은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이다. 또한 디지털 이주민은 특유의 학습 방법도 갖고 있다. "디지털 이주민의 뇌는 정보처리에 시간이 더 걸리지만, 이들의 신경회로는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며, 기억과 학습 증진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테크놀로지 사회에서 IT 기기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사회적 불이익을 받거나, 최소한 스스로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네이티브와 디지털 원주민은 자신의 취약점을 잘 파악해 서로의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세대 간 대립이 아니라 소통과 화합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더러 논리적 근거가 부족한 부분이 거슬리지만 IT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