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1군단 특공연대 차지은 대위
첫 전방 특공연대 여군 중대장·DMZ 수색작전 투입 여군장교 팀장
장병들이 DMZ 남방한계선 철책 통문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차지은 대위가 DMZ 수색작전 투입을 준비하며 실탄을 확인하고 있다.
차지은 대위가 DMZ 수색작전 투입을 준비하며 실탄을 확인하고 있다.
차지은(왼쪽 셋째) 대위가 DMZ 수색작전 투입에 앞서 팀원들과 완전작전을 다짐하고 있다.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디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는 달을 넘어 다른 태양계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처음, 최초의 역사에서 미래를 향한 발자국이 남는다. ‘전방 특공연대 최초 여군 중대장’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첫 여군 장교 팀장’으로서 미래를 향한 또 다른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육군1군단 특공연대 차지은 대위의 임무수행 현장에 동행했다.
군장·총기·탄약…꼼꼼한 점검
동도 트지 않은 2일 새벽. DMZ 수색작전에 투입될 1군단 특공연대 장병들의 하루는 이미 시작됐다. 잔뜩 낀 물안개 위로 희미하게 보이는 푸르스름한 빛깔의 하늘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작전에 필요한 장비가 든 무거운 군장을 메고 통문 앞에 선 장병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차지은(대위) 중대장이 이끄는 팀은 이날 통문을 지나 DMZ에서 약 2시간 동안 수색작전을 벌였다. 지난 6월 연대에 전입 온 차 대위의 두 번째 작전. 2017년 임관해 27보병사단 수색중대와 39보병사단 해안감시기동대대 등을 거친 그에게 특공연대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곳입니다. 부단한 노력과 꾸준한 열정이 필요한 곳이라는 걸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온다고 했을 때 물음표를 던진 분들이 많았는데,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입니다.”
호흡을 맞춘 지 한 달여에 불과하지만 중대장을 향한 장병들의 신뢰는 두텁다. 정상우(상사) 부중대장은 “솔직히 처음에는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를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며 “이제는 ‘최초의 여군 중대장’이라는 타이틀보다 ‘우리 중대장’이라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경례!” 차 대위의 우렁찬 구령에 5명의 팀원이 거수경례를 했다. 차 대위는 현장 지휘관에게 날씨와 적 동향, 작전 이동로와 진행 방향 등을 보고하고 지침을 받았다. 이어 팀원들과 특이사항 발생 때 처리 절차를 논의하면서 임무수행 준비를 마쳤다.
“약실 확인, 탄알집 결합!” 탄약까지 불출받은 장병들은 개인화기와 장비를 점검했다. 모두 숨죽인 채 DMZ로 들어가는 통문 앞으로 걸어가자, 경계병들이 차례로 하나씩 문을 열어줬다. 마지막 통문을 잠그고 있던 자물쇠가 풀리고, 차 대위와 팀원들은 안개가 자욱한 DMZ 속으로 사라져갔다.
특공연대 DMZ 완전작전 기대
최전방 군단 특공연대의 DMZ 수색작전 투입은 흔한 일이 아니다. 보통은 사단 수색대대가 작전을 전담 수행하기 때문이다. 특공연대 장병이 지원하는 형태로 일부 포함되는 경우는 있지만, 1군단 특공연대처럼 특정 지역의 작전을 도맡은 적은 없었다.
박정훈(중령) 특공연대 늑대대대장은 “전시 특공연대의 임무가 전선 침투 후 적지종심으로 진출하는 건데, 수색작전을 수행하면서 DMZ 친숙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작전 자체가 훈련의 일환이기도 한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도 수색작전을 수행하는 다른 부대와 다를 바 없다. 실제 DMZ 내부 적 지형과 비슷하게 조성된 전선침투훈련장에서 상황에 맞게 조처하는 훈련을 한다. 지뢰지대를 극복하고, 적이 설치한 철조망 제거 후 침투하는 상황을 반복 숙달한다. 또 기동·측방·다중표적 사격을 포함한 근접전투사격(CQB)을 꾸준하게 전개해 작전수행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작전 간 적과 마주치거나 공격받았을 때 충분한 체력이 없다면,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 이에 특공연대는 강도 높은 체력단련을 독려하고, 전 장병이 특공무술 1단 이상을 획득하도록 정했다.
차 대위도 체력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성과를 자랑한다. 임관 전·후 체력검정에서 늘 특급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에는 2군단 최정예 전투원, 지난해에는 39보병사단 충무 탑 워리어에 등극했다. 그는 “여기 오기 전부터 늘 새벽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길렀다”며 “기본적으로 운동을 좋아하고, 체력이 강해야 주변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노력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지금 행동하라! Do Act Now!
수색작전은 6명이 한 팀을 이룬다. 부중대장이 이끄는 수색조와 중대장이 이끄는 지휘조가 각 3명씩 임무를 나눠 맡는다.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조처하면서 보고 내용까지 신경 써야 하는 중대장의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차 대위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부담과 압박보다는 기회와 영광으로 여긴다. 그는 “아무나 올 수 없고, 할 수 없는 자리라서 영광이다. 기회를 주시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며 “전원 간부로 구성돼 주특기 전문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가족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여서 적응에는 전혀 문제 없다”고 말했다.
차 대위에게 좌우명을 묻자 “지금 행동하라(Do Act Now)”는 답이 돌아왔다. “사소한 일이든 큰일이든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해결하는 속도와 추진력이 달라집니다. 고민에 빠지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문구를 되새깁니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군문에 들어설 때도 발휘됐다. 2010년 11월 북한이 연평도에 기습 포격 도발을 자행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있었습니다. ‘항상 있는 도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홈스테이하던 가족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보수호에 일조해야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학군단에 지원하겠다는 딸의 선언에 부모님은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그때 차 대위는 자료를 만들어 부모님께 ‘군인을 해야 하는 이유’를 브리핑하고 승낙을 얻어냈다. 지금은 딸이 군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고 응원을 보내주신다.
가족의 영향도 차 대위가 군복을 입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6·25전쟁 참전용사인 고(故) 차형기 육군대령이다. “제가 어릴 때 전쟁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입대를 준비하면서 할아버지의 희생과 헌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했고, 숭고한 정신을 계승해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실천하겠습니다.”
자신을 향한 기대에 부응하려는 차 대위는 뚜렷한 목표 3가지를 설정했다. “첫 번째는 DMZ 수색작전을 완전작전으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평시 국지도발 상황에서 군단의 격멸 태스크포스(TF)이자 전시 적지종심부대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고, 중대원 모두가 하나로 뭉쳐 각종 평가·대회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마지막 세 번째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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