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2함대 이은희 소령·이예리 대위
유도탄고속함 윤영하함 함장·부장
출항 때마다 ‘싸우면 박살낸다’ 구호
“여군 아닌 군인으로 임무 완수” 포부
제73주년 여군의 날을 하루 앞둔 5일 해군2함대 450톤급 유도탄고속함(PKG) 함교에서 이은희(소령·왼쪽) 함장과 이예리(대위) 부장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병문 기자
대한민국 국군 내 여군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해 접적해역에 투입되는 전투함정 함장과 부장(부함장)이 모두 여군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군은 5일 “제2연평해전 영웅 고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물려받은 해군2함대 450톤급 유도탄고속함(PKG) 윤영하함 함장과 부장에 모두 여군을 보직했다”며 “지난 2017년 최초의 여군 전투함 지휘관이 탄생한 이래 함장과 부장이 모두 여군으로 구성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은희(소령) 함장과 이예리(대위) 부장이다. 이 소령은 2011년 임관해 진해함(PCC) 통신관, 서애류성룡함(DDG) 대잠관 등을 거쳐 지난 8월부로 윤영하함 13대 함장으로 취임했다.
윤영하함 최초 여군 함장이기도 한 이 소령은 “서해와 NLL은 전우들의 피와 땀으로 지킨 우리 바다라는 점을 항상 되새기며 막중한 책임감으로 임무 수행하고 있다”며 “윤영하 선배님의 필승 정신을 이어받아 적과 싸우는 것에 매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 소령의 6년 후배인 이 대위는 세종대왕함(DDG) 통신관, 성남함(PCC) 전투정보관 등을 거친 뒤 이번에 처음으로 2함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대위도 “함장님과 내가 여군이라서 다른 장교들과 다른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군이 아닌 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도탄고속함은 적과 마주한 최전방에 투입되는 함정이다. 접적해역에서 적의 도발에 대비하고, 선배전우가 피로 지킨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하는 것이 부대 임무다.
접적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보면 매 순간이 실제 상황이다. 북한 경비정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관측되고, 정체불명 어선이 수시로 NLL을 드나든다. 언제든 전투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선 현장 지휘관의 어깨도 무거워진다.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부하들의 생존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출항 할 때마다 ‘싸우면 박살낸다’는 함대 전투구호를 외친다. 언제든 전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결연한 의지와 각오는 안보 최전선에서 철통같은 대비태세 확립에 일조하는 원동력이 된다.
앞서 이 대위 말처럼 사실 여군이란 단어도 이제 낡은 표현이 돼가고 있다. 대한민국 여군은 1950년 9월 여자의용군교육대로 공식 창설된 이래 지난 73년간 남군과 다름없는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며 성별에 따른 구분선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영해를 굳건히 수호하는 두 사람 모습처럼 우리 군 곳곳에서 여군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전체 간부(장교·부사관) 정원 가운데 여군의 비율은 2018년 6.2%에서 지난해 9% 가까이 늘어났다. 국방부의 여군인력 확대 추진계획에 따라 여군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한 결과다.
국방부는 병역자원 획득여건 등을 고려해 오는 2027년에 여군 비율을 15.3%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여군이 육·해·공군 및 해병대 각급부대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일보 이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