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날 금정산에서 만난 노루발이다.
중학교 동창 3명이서 떠난 여행이라
즐겁기 그지 없는데
숲을 좋아하는 취미도 같아서
만나면 늘 숲으로 들어간다.
11월 마지막 주일의 금정산 숲은
겨울이 번지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이 노루발풀을 만난 것이다.
작은 이 풀꽃 앞에서 팍...
엎드린 것은 물론이다.ㅎㅎ
그것은 이 풀에 대한 예의고
지나간 내 젊은 날에 대한 그리움이다.
정명이 '노루발'이고 이명으로' 노루발풀'이라고 부른다.
근데 난 이 녀석을 정명으로 부르기보다
이명으로 부르길 더 좋아한다.
그냥 '노루발'하고 부르면 왠지 식물이라는 느낌이 안 드니까...
이 녀석은 5~7월에 꽃을 피우는 녀석인데..
활짝 핀 꽃을 만나기보다
봉오리만 보거나..
아니면 지금 사진처럼 꽃이 지고 난 후
말라있는 꽃대만 보기 일쑤였다.
그것도 아니면 한 겨울에 눈속에서
파란 잎을 만나고 반가워하기도 하는 녀석이다.
그러니까..
이 노루발은 늘 푸른 잎을 가지고 있는 상록성이 식물이다.
' 노루발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노루발 꽃이 피면 암술대가 길어서 꽃 밖으로 늘어지는데
그 모습이 노루의 발을 닮았다고 해서
노루발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산 속 큰 나무 아래에서 자라다보니
늘 햇볕이 모자란다.
사진을 찍어도 이쁜 이 녀석들을 더 이쁘게 찍어주지 못해서 속이 상한다.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그들을 처음 만나서 이름을 불러 준 날은 또렷이 기억한다.
만난 즉시 이름을 바로 불러 주기보다
이름을 알지 못해서 우선 머리 속에 꽃 모습만 입력시키고
이름을 나중에 불러주게 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 노루발을 만난 날도 역시 내 꽃 추억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오래 전
내가 산에서 펄펄 날던 시절,~~ㅎㅎ
산행의 맛은 겨울 눈산행이라며
겨울 산을 오르는 것을 겁내지 않던 그 시절에
눈덮힌 골짜기에서
초록색 잎을 만났다.
얼마나 대견하고 반갑던지..
그때는 카메라도 없어서 인증샷도 찍지 못하고
그냥 그 감동만 안고 왔는데
누군가에게 이름을 물어보려고 해도
주변에는 이 이름을 불러 줄 사람이 없었다.
이름을 불러 주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노루발'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상록성 식물이라서 한 겨울 눈속에서도
그렇게 푸른 잎을 달고 나 같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는 것도 알았다.
꽃이름을 불러 주는 일은
이렇게 내 삶의 어느 한 순간을 되새기는 일이다.
꽃을 만났던 그 순간의 시간과 공간이
함께 떠 오르는 일...
그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매화노루발
노루발 식구들 중에는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로 ' 노루발'과 '매화노루'발이 있다.
-그리고 백두산에 가면 노루발 식구들이 아주 많이 있다는데..
콩팥노루발,새끼노루발,호노루발,홀꽃노루발..등등
언젠가 이 이름들도 불러 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그것은 나도 모르는 일이지만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매화노루발은 꽃 모양이 꼭 매화꽃을 닮았다고 해서 매화노루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른 봄날 매화꽃 여행을 한차례 하고 난 후
코 끝에서 매화향이 사라진 여름 날
숲에서 이 매화노루발을 만나면 지나간 봄날의 탐매 여행이 떠오르며
행복은 두 배가 되기도 한다.
어제..첫 눈이 내렸다.
이제 주변에서 꽃들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에는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나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다.
이 꽃편지를 읽은 분들은
이제 겨울 산에서 노루발풀의 초록잎을 만나면
엄청 반가워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첫댓글 연일 올리시는 우리나라의 토종 식물이 매우 아름다워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크나큰 공부가 되어서 보람된 작품을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더 고맙습니다. 급히 올리느라 오자투성이인 글을 읽어주셨네요. ㅎㅎ
야생화 이야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매화노루발이 예쁩니다.
공부 잘하고 갑니다. 기억이 잘 될지...
기억해주세요. 겨울에 초록잎을 만나면 일단 의심해보세요.ㅎㅎ
자유님 글을 만날때면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이 무한발동합니다~
감사히 잘 봤습니다..
남서방님의 글을 만날 때면 지난 시절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해집디다. ㅎㅎ
눈밭을 헤매다 왔습니다.
이 글 읽고 또 산언저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 하겠네요.
귀차니즘과 게으르즘의 발동으로 겨울산에 가볼런지는 모호하지만 ㅎ
혹여라도 눈산에서 초록이를 만나면 이녀석 아닐까 유심히 보겠습니다.
근데 야생화나 야생초 중에는 노루 라는 합성어가 들어간 것들이 참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