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다 지고 없는 세상은 참으로 쓸쓸한 세상일 것 같다.
하지만 난 쓸쓸한 세상을 살아 본 기억이 없다.
아직 한 번도 꽃들이 다 지고 없는 세상을 만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겨울에도 어딘가 찾아보면 꽃은 피고 또 지고 있었으니까..
그런 녀석들은 사실 가을에 피는 꽃인데 어쩌다 생태 환경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가 내게 발견되는 꽃이었다면
이 계절에 개화를 시작하는 녀석들이 있으니..그게 이 둥근바위솔이다.
바위솔 종류에는 '바위솔''좀바위솔'정선바위솔'둥근바위솔' 난쟁이 바위솔'등 다양한 식구들이 있다.
돌나물과이며 여러해살이풀이다.그리고 잎이 두꺼운 다육질 식물이다. 다른 꽃들이 지는 10~12월에 꽃이 핀다.
꽃이 다 지고 열매를 맺고 나면 지상부는 마른다.
다른 이름으로는 와송,기와버섯,기와지기.탑상화라고도 한다.
항암효과가 탁월하다고 해서 바위솔만 보이면 싹쓸이 해가는 바람에 점점 갈수록 그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 남아 있는 이 바위솔 식구들을 만나려면 높다란 기와지붕 꼭대기나 암벽 끄트머리...아니면 바닷가 절벽을 찾아가야 한다.
극성스러운 꽃쟁이들은 암벽위에 피어 있는 이 녀석들을 로프에 몸을 묶어 안전 장치를 한 뒤에 꽃을 찍어오기도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산 이기대 부근에 가면 이 둥근바위솔 군락이 있었다.
흔하디 흔한 식물이었다. 그런데..이제는 겨우 몇 몇 송이가 눈에 띌 뿐이다.
어제...영양에 1박 2일 봉사가기로 한 날..
우리집에는 시누님이 오셨다. 어른을 모신다는 것은 접빈객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눈물을 머금고 영양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가족과 동해바다로 놀러갔다.
동해바다로 행선지를 잡고부터는 내 마음은 혹시나...이 둥근바위솔을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에 차 있었다.
해국은 이미 지고 있어서 활짝 핀 녀석을 만나긴 어려울 것이고...
그래도 어쩌면 한 두송이쯤은 나를 기다려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있었다.
그 기대뒤에 둥근바위솔을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다.
둥근바위솔을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에 속할 것이다.
꽃과의 인연은 안달복달한다고 만나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만날 인연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는 평소의 내 인생관이 꽃에도 적용된다.
그래서..슬그머니 가방속에 망원 렌즈를 챙겼다.
바닷가 암벽, 어느 높은 곳에서 이 둥근바위솔이 피어 있다면 영양을 포기하게 한 것은 결코 우리 시누님이 아니라,
그것은 둥근바위솔과 나와의 인연때문이리라...
역시...둥근바위솔이었다.
가파른 절벽 한 귀퉁이 그것도 가시덤불로 둘러 싸여서 둥근바위솔이 피어 있었다.
가슴이 콩닥콩닥...흡사 연인을 만난 듯 두근거린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짜증 아닌 짜증이 싹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첫댓글 좋아하는 야생화를 볼 기회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공부 잘하고 갑니다...
예...그나마 위안이 되었지요.ㅎㅎ
사진솜씨와 글씨가 대단하십니다.
자유님 때문에 꽃에대한 해박한 지식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둥근바위솔 구경 잘 합니다.
금년에 저는 정선바위솔 담아 보려했는데 후딱 다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이기대 바위 꼭대기에는 지금 한창인가 봅니다.
어느분이 밧줄타고 잔뜩 담아서 소개하고 있네요.
둥근바위솔이 바로 와송이었군요.
세상에 꽃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자유님의 가슴은 늘 콩닥콩닥 설렘으로 가득차 있겠네요.^^
바위솔은 많이 보아 왔지만 둥근바위솔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