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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원 박사의 周·人·工 四書三經] *—<제44강> (2017.01.02)
— <周·人·工 四書三經>은 ‘周易과 人性을 工夫하는 四書三經 강좌’를 말한다 —
2017년 새해 설계를 위한 <주역> 특강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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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새해 설계 주역 특강] *— 참다운 삶의 지혜 ★
『주역(周易)』은 참되고 진실한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그것은 자신이 이웃과 조화되는 삶이며 자연과 조화되는 삶이다. 그런데『주역(周易)』은 상징적인 표현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로는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주역(周易)』이 난해한 이유이다. 그러므로『주역(周易)』을 소설처럼 읽고 이해할 수는 없다. 차근차근 되풀이하여 읽으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새겨 가며 읽어야 한다.
『주역(周易)』에서 건괘(乾卦)는 모두 양(陽)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곤괘(坤卦)는 모두 음(陰)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는 만물을 낳고 기르는 ‘하늘’과 ‘땅’에 해당하고, 자녀를 낳고 기르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은 만물을 낳고 기르는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는 공통점이 있듯이 건괘와 곤괘는 나머지 주역 62괘를 통괄하는 바탕이 된다.
重天 乾
乾 元亨利貞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이 괘는 모두 양(陽)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건괘는 양(陽)의 성격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상징한다. 사람의 마음은 양(陽)에 속하고, 몸은 음(陰)에 속한다. 양(陽)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이 괘는 ‘마음’을 중시한다. 마음을 중시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기도 하고 마음을 중시하는 사람의 일생이기도 하다. 순수한 마음의 요소가 하늘이므로 이 괘는 ‘하늘’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 괘의 이름을 건(乾)이라 붙였다. 만물(萬物)은 기본적으로 하늘의 요소를 가지면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이 괘는 만물의 삶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므로 건괘는 하늘의 도와 인간의 도리를 모두 포괄한다.
그러므로 괘사(卦辭), ‘乾 元亨利貞’은 천도(天道)와 인도(人道)를 포괄하는 진언(眞言)이다. ‘하늘은 밝고 커서 사람을 포함한 만물을 이롭게 하고 바로 잡는다’ 는 것이다.
그 중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군왕(君王)의 도리도 이 건괘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늘의 뜻에 따라 백성을 다스리는 주재자가 군주, 곧 CEO이기 때문이다. 건괘의 중심(中心)은 구오(九五)이다. 구오의 자리는 천하에 가장 적중(的中)한 직위를 지닌 바른[正] 자리이다. 그래서 구오의 효사(爻辭)가 말한다.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나는 용(龍)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 여기에서 말하는 대인(大人)은 구이(九二)이다. 상층부 구오(九五), 하층부의 구이(九二)는 서로 중(中)의 자리에 있으면서 서로 응하는 정응(正應)의 관계이다. 그리고 구이(九二)의 효사는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지금은 밭[地上]에 있지만 장차 군왕(君王)이 될 덕(德)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대인(大人)은 구오(九五)인 군왕(君王)을 말한다.
『주역(周易)』에서 곤괘(坤卦)는 모두 음효(陰爻)로 이루어져 있는데 ‘땅’의 원리이다. ‘땅’의 생명 작용을 포괄한다. 땅 위에 일어나는 인간(人間)의 속성(屬性)과 도리(道理)를 말한다.
重地 坤
坤, 元, 亨, 利, 牝馬之貞. 君子有攸往, 先迷, 後得主 利
初六, 履霜, 堅冰至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땅의 원리이다. 일을 시작하며, 일을 처리하고 확장시키며,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며, 참고 견디면서 암말처럼 예리하게 시비를 가린다. 군자가 가는 바가 있다. 앞서서 하면 혼미하고 뒤에서 따라가면 잘된다. 이익을 중신한다.(坤, 元, 亨, 利, 牝馬之貞. 君子有攸往, 先迷, 後得主 利)"
곤괘(坤卦) “초육(初六)은 서리를 밟으면 딱딱한 얼음이 이른다.(初六, 履霜, 堅冰至)”고 했다. 그것은 음(陰)의 요소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에 처음 들어가거나, 음(陰)으로 일관하는 삶을 처음 시작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래서 그 문언(文言)에서 말했다. “선(善)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그 여유로 경사가 있고 불선(不善)을 쌓는 집은 반드시 재앙이 남게 된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성악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특히 규칙이나 법을 어기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들의 부드러운 모습만 보고 안이하게 규칙을 어기기라도 하면 그 다음에 엄청난 제재가 가해진다. 이러한 상황을 ‘서리를 밟으면 딱딱한 얼음이 이른다’고 표현한 것이다. 문언에서 말한 ‘적선(積善)’은, 이렇게 ‘성긴 서리를 밟아서 견고한 얼음이 되듯이, 규칙이나 예절과 같은 작은 것을 지키는 데서부터 차츰 차츰 쌓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문언(文言)에서 계속 말한다.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아들이 그 아버지를 죽인 까닭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져서 생긴 것이 아니다. 그 유래하여 온 바는 점진적인 것이 있었다. 다만 그것을 분별하고 일찍 분별하지 못한 것에 말미암는다.(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其所由來者漸矣! 由辯之不早辯也)”
그러므로 주역(周易)을 읽는 군자(君子)는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이른다’는 이치를 깊이 통찰하여, 작은 규칙이나 예절을 지키는 일에서부터 나중에 올 결과를 미리 예측하여 잘 대비하여야 한다.
*『백년을 살고 보니』를 펴낸 97세의 노철학자 김형석(金亨錫) 교수의 장수 비결
“조심조심” 그리고 “미리미리”
지난 해(2016년) 여름에 펴낸 수필집 『백년을 살아보니』를 통해서다. 혼탁한 세태 속에 그 연령에도 꼿꼿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형석 교수가 평생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지니고 산 이 "조심조심" "미리미리"는 그 근본이 다분히 주역적(周易的)이다. 자신의 건강이나 모든 일에서, 늘 '조짐(兆朕)'을 살펴 자신의 분수와 처지에 맞게, 조심스럽게 생활하고, 또 어떤 일이든 미리미리 대비하여 문제나 후환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늘 근신(謹愼)하며 자중자애(自重自愛)하고, 매사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임하는 철학자의 풍모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따뜻한 삶의 본을 보여준 것이다. 성자 퇴계 선생이 '신기독(愼其獨)'과 '무불경(毋不敬)'을 평생의 화두로 삼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고절(高節)은 상통한다.
백수(白壽)를 목전에 두고도 전국을 돌며 주 1회 강연을 하고 있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평생 조심스럽게 살아왔다. 김형석 교수는 “건강을 타고난 사람보다는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 같다”고 장수 비결을 소개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매주 세 번 수영을 한다.
‘조심조심’, ‘미리미리’ —— 이 두 키워드가 그의 인생과 건강을 관통한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20살 넘게나 살 수 있을까’ 하는 주변의 걱정 속에서 자란 그다. “늘 조심스럽게 살아왔다”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요즘도 그는 강연 준비를 2주일 전에 다 끝내놓는다. 무슨 일이든 ‘미리미리’ 해놓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 [중앙일보 2016.12.28. 인터뷰]
* [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 김형석 “97년 살아보니 더불어 살던 때가 행복했노라”
[’96. 백파 채록]-<김형석 교수의 육성 메시지> —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젊은 시절 고생이 많았는데, 사람들은 다 나보고 복 받은 사람이라고 그럽니다.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 해도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는 생각이 얕았고,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인생의 절정기는 철없던 청년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인생의 매운 맛, 쓴 맛을 다 보고나서야 행복(幸福)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무엇이 소중한지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기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돌아갈 수 있다면 60대 정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몇 살 정도 살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나 자신과 내 소유를 위해 살았던 것은 다 없어집니다.’ ‘사랑이 있는 고생만큼 행복한 것은 없습니다. 가장 불행한 것은 사랑이 없는 고생입니다.’ 남을 위해 살았던 것만이 보람으로 남습니다."
1. 주역(周易)으로 2016년 돌아보기
손기원 선생의 경우, 한 해의 운수(運數)를 내다보는 주역(周易)의 괘(卦)를 뽑을 때, 그 해의 간지(干支)를 통해서 괘를 뽑는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의 경우, 병(丙)은 천간(天干)의 세 번째이니 ‘삼이화(三離火)’로써 상괘(上卦)를 삼고, 신(申)은 지지(地支)의 아홉 번째이니 팔괘를 한 차례 돌고나서 첫 번째이므로 ‘일건천(一乾天)’으로써 하괘(下卦)를 삼았다. 그래서 ‘화천(火天) 대유(大有)’괘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주효(主爻)는, 3과 9를 합하면 12가 되는데 이는 주역의 괘가 상하(上下) 6효로 이루어졌으므로 ‘상구(上九)’가 되는 것이다.
지괘(之卦)는 양효인 ‘상구(上九)’를 뒤집어 음효인 ‘상육(上六)’으로 놓고 보는 괘를 말한다. 그러므로 <화천(火天) 대유(大有)>괘의 지괘(之卦)는 <뇌천(雷天) 대장(大壯)>이다. 주역(周易)은 항상 그 반대의 상황을 살펴보아서 조심스럽게 판단하는 지혜를 요구한다. 인생에서 선악(善惡)이나 길흉(吉凶)은 언제나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이천(程伊川)의 <역전(易傳)>에서, 하나의 괘(卦)와 그 ‘착종(錯綜)’의 관계에 있는 괘(卦)를 살피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1) 병신년(丙申年) : 화천(火天) 대유(大有)괘 ‘上九’ — “크고 밝은 마음으로 하면 길하리라”
<卦辭> “大有 元亨” (크게 소유하는 형국이니 크고 밝은 마음으로 하라)
<上九> “自天佑之 吉无不利” (하늘에서부터 도움이 있으니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
2) 지괘(之卦) ; <뇌천(雷天) 대장(大壯)>괘 상육(上六) — “진퇴유곡, 어렵게 여겨라”
<卦辭> “大壯 利貞” (크게 힘쓰는 상황이다. 이롭게 하고 바르게 해야 한다)
<上六> “上六 羝羊觸藩 不能退 不能遂 无有利 艱則吉”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아
물러나지도 나아가지도 못하면 이로울 것이 없다. 어렵게 여기면 길하다.)
2. 주역 프레임으로 2017년 미리보기
1) 정유년(丁酉年) ; <雷澤 歸妹> ‘九二’ — “좋은 인연이 오니 겸손하게 대하라”
* [천간(天干)] 甲乙丙<丁>戊己庚申壬癸 [4] — (상괘) ‘사진뢰(四震雷)’
* [지지(地支)]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10]→[2] — (하괘) ‘이태택(二兌澤)’
* [주효(主爻)] 4+10=[14]→[12+2] — ‘九二’
<괘사> “歸妹 征凶 无攸利” (시집보내는 상황이다. 무리하게 보내면 이로울 게 없다.)
<효사> “九二 眇能視 利幽人之貞” (애꾸눈으로 볼 수 있으니, 유인처럼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다.)
상괘는 진괘(震卦)이고 하괘는 태괘(兌卦)이다. 상층부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하층부는 기뻐하면서 현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 구사(九四)의 입장에서 보면, 육삼(六三)은 시집가지 않고 현재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여동생과 같다. 구사(九四)는 여동생[六三]을 설득하여 결혼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 괘의 이름을 ‘여동생을 시집 보낸다’는 의미의 ‘귀매(歸妹)’라 했다.
2) 지괘(之卦) ; <重雷 震> ‘六二’ — “재난이 오니 목숨만은 건져라.”
<괘사> “震, 亨. 震來虩虩, 笑言啞啞, 震驚百里, 不喪匕鬯”
(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밝게 통해야 한다. (그러면) 천둥이 치며 깜짝깜짝 놀라지만
웃음소리가 낄낄거린다. 천둥이 백 리까지 놀라게 하지만 제사에 쓰는 도구는 잃지 않는다.)
<효사> “六二, 震來, 厲, 億喪貝, 躋于九陵, 勿逐, 七日得”
(지진이 일어나 위태로운 상황이다. 상황을 파악하여 재물을 잃고 높은 언덕에 올라가면,
쫓지 않아도 7일이면 얻을 것이다.)
3. 난관(難關)을 극복하고 행복(幸福)을 누리는 지혜
사람은 살아가는 과정에는 갖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자연 재해(災害)나 전쟁(戰爭), 인간 사이의 갈등(葛藤)과 대립(對立), 예기치 않은 횡액(橫厄)이나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危機) 상황 등 자의건 타의건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주역>은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삶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조절할 수 있는 지혜를 제시해 준다. 일찍이 ‘사람을 사랑한’ 공자(孔子)는, <계사전(繫辭傳)>에서 <주역>의 64괘 중에서 인간의 삶 속에서 겪게 될 이러한 난관이나 우환에 대비하고 극복할 수 있는 아홉 가지 주역 프레임을 뽑아 주셨다. 그것은 <주역>의 이(履)·겸(謙)·복(復)·항(恒)·손(損)·익(益)·곤(困)·정(井)·손(巽)괘인데, 이를 고난 극복의 구덕(九德)이라고 한다.
☆ 환난(患難)에 대비하는 주역의 구덕(九德)과 비괘(否卦)의 구오(九五) ☆
* 이(履) — [이행] (10) <천택 리(天澤 履)>
“履 虎尾, 不咥人, 亨”
‘이행하는 상황이다. 범의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을 물지 않도록 해라. 밝은 마음으로 하라’
彖曰,“履”,柔履剛也, 說而應乎乾, 是以“履虎尾,不咥人, 亨”剛中正,
履帝位而不疚, 光明也
단(彖)에서 말했다. “리(履)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 밟고 있는 것이다. 기쁜 상태에서 강건한 것에 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범의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밝은 마음으로 나서야 한다. 굳센 것이 핵심이면서 바른 자리를 차지하여 임금의 자리에 올라 하자가 없으면 광명해질 것이다.”
象曰, 上天下澤,“履”, 君子以 辯上下, 定民志.
상(象)에서 말했다. “위가 하늘[天]이고 아래의 못[澤]이 ‘리(履)’이니 군자가 이 괘의 이치를 살펴 위와 아래를 바로 잡고 백성들의 뜻을 안정시킨다.”
* 겸(謙) — [겸손] (15) <지산 겸(地山 謙)>
“謙, 亨, 君子有終”
‘겸손해야 하는 형국이다. 밝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군자라야 마칠 수 있다.’
이 괘(卦)는 상곤 하간(上坤下艮)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陰)으로만 구성된 집단에 구삼(九三)만이 유일한 양(陽)이다. 그래서 이 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구삼(九三)이다. 구삼(九三)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아랫사람이나 상층부의 사람들은 빈약하고 실력이 없다. 그래서 오만해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 구삼(九三)의 위치는 하층부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고, 또 상층부에 진입한 상태도 아니다. 만일 이런 위치에서 자기의 위치와 직분을 지키지 않고 오만하게 행동하면, 상층부만이 아니라 하층부의 구성원들에게도 배척을 당하게 된다. 겸손해야 한다. 조선시대 걸출한 능력의 소유자였던 남이 장군이 일찍 사형을 당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겸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 복(復) — [극복] (24) <지뢰 복(地雷 復)>
“復, 亨. 出入无疾, 朋來无咎, 反復其道, 七日來復. 利有攸往”
‘회복하는 상황이다. 밝게 통해야 한다.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 하자가 없으면 벗이 와서 허물이 없다. 그 도를 반복하여 7일이 되면 돌아올 것이니 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다.’
이 괘는 상건하진(上坤下震)의 <지뢰(地雷) 복(復)>이다. 이 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섯 음(陰) 아래 유일한 양(陽)인 초구(初九)이다. 초구는 봄날에 트는 새싹이다. 그래서 초구는 괘 전체의 생명이다. 만일 초구(初九)가 제 역할을 못하면 전체의 생명은 없어지고 만다. 가을에 떨어진 열매에서 봄의 새싹이 돋아나는 경우와 같다. 새싹이 자라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작년에 떨어진 낙엽이 모두 썩어서 자양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씨앗이 부활(復活)하여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이 괘를 ‘복(復)’이라 한 것이다.
초구(初九)의 효사(爻辭)가 말한다. “초구는 멀리가지 않고 돌아오면 후회함에 이르지 않을 것이다. 크게 길하다. 상(象)에서 말했다. ‘멀리 가지 않고 돌아 올 수 있은 것은 수신(修身)을 했기 때문이다.’(初九, 不遠復, 无祗悔, 元吉. 象曰,“不遠之復”以脩身也.)”…
이 장(章)에서 ‘자기의 허물을 거리끼지 않고 고친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착한 본성(本性)을 회복하는 것이다. 중용(中庸)으로 말하면 ‘참다운 생명, 참다운 나’를 회복하는 복성(復性)이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다. 기독교『성서』에서, 집을 나간 탕자(蕩子)가 자기의 방탕한 생활을 통절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 항(恒) — [일관] (32) <뇌풍 항(雷風 恒)>
“恒, 亨, 无咎, 利貞, 利有攸往”
“한결같아야 하는 형국이다. 밝게 통하면 허물이 없다. 이롭게 하고 바르게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가 있어야 이롭다.
“彖曰, 恒, 久也. 剛上而柔下, 雷風相與, 巽而動, 剛柔皆應, 恒”
단(彖)에서 말했다. ‘항(恒)은 오래 지속함이니 굳센 것이 위에 있고 부드러운 것이 아래에 있어서, 우레와 바람이 서로 아우르고, 겸손하면서 움직여서, 굳센 것과 부드러운 것이 모두 응하는 것이 항(恒)이다.’
이 괘의 상괘는 진괘(震卦)이고 하괘는 손괘(巽卦)이다. 상층부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하층부는 순조롭게 상층부를 따르는 상황이다. 이 괘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사효(四爻)이다. 사효(四爻)는 아랫사람들이 순조롭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일이 없고, 오직 자신의 본래의 역할인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혼란이 일어난다. 이 혼란은 성장(成長)을 위한 지각변동이다. 성장을 할 때는 혼란스럽다. 그러나 성장이 멎고 조화를 이룰 때는 안정된다. 이 이치를 안다면 ‘혼란스러울 때는 성장을 하고 안정되었을 때는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주역(周易)의 이치(理致)다.
성장(成長)을 할 때는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초지일관(初志一貫)해야 한다. 그래서 이 괘의 이름을 항(恒)이라 했다.
* 손(損) — [비움] (41) <산택 손(山澤 損)>
“損, 有孚, 元吉, 无咎, 可貞, 利有攸往. 曷之用? 二簋可用享”
비워야 하는 상황이다. 믿음을 가져라. 큰 마음으로 하면 길(吉)하고 허물이 없다. 바르게 잡을 수 있으니 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다. 무엇을 쓰겠느냐? 두 개의 대그릇으로도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이 괘의 상층부는 막혀서 침체해 있고, 하층부는 기뻐하며 현실에 안주해 있다. 육삼(六三)은 현재의 상태를 기뻐하며 보수적 성향을 띤다. 이 괘는 상층부에 문제가 있으므로 하층부의 육삼(六三)이 상층부의 상구(上九)와 교류할 수 있으므로 조금만 노력하면 상층부의 답답함을 해결할 수 있다. 상하가 화합하려면 인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올라가기 싫은 육삼(六三)이 올라가야 하고 내려가기 싫은 상구(上九)가 내려가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에는 손해(損害)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자기가 손해을 봄으로써 전체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것은 손해가 아니다. 그래서 이 괘는 대국적으로 판단하여 자신을 비우고 전체를 위해 손해를 보아야 한다. 그래서 ‘손(損)’이라 한 것이다.
* 익(益) — [도움] (42) <풍뢰 익(風雷 益)>
“益, 利有攸往, 利涉大川”
도와야 할 상황이다. 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이 괘의 상괘는 손괘(巽卦)이고 하괘는 진괘(震卦)이다. 상층부는 부드럽고 하층부는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지각변동이 일어나면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잘 보면 그 원인은 발전을 위한 초구(初九)의 몸부림 때문이다. 그러므로 초구(初九)의 움직임을 견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이 괘에서는 초구(初九)를 선택하여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이 괘를 전체적으로 보면 상층부의 매력 있는 육사(六四)가 하층부의 개혁주도자인 초구(初九)와 상응(相應)한다. 육사(六四)는 음이기 때문에 내려오고 싶어 하고 초구(初九)는 올라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둘은 자연히 조화를 이룬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이익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구(初九)와 육사(六四)가 조화를 이루면 초구(初九)의 힘은 전체의 발전을 위한 에너지로 변한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큰 이익이 생긴다. 그래서 이 괘를 ‘익(益)’이라고 한 것이다.
* 곤(困) — [바름] (47) <택수 곤(澤水 困)>
“困, 亨, 貞, 大人吉, 无咎, 有言不信”
곤경(困境)에 처한 상황이다. 밝게 통하며 바르게 해야 하며, 대인다워야 길(吉)하며 허물이 없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이 괘의 상괘는 태괘(兌卦)이고 하괘는 감괘(坎卦)이다. 상층부는 골치 아프고 하층부는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고 있다. 아주 곤란하다. 최악의 상황이다. 우선 하층부의 이전투구를 해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구사(九四)는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아주 곤란한 상황이다. 이 경우 해결책은 단 한 가지뿐이다. ‘스스로 모법적인 행동과 헌신적인 봉사로 남들을 감화시켜, 그들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예컨대 극단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던 순(舜) 임금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순(舜)은 부모도 자신을 해치려 했고, 동생도 역시 자신을 죽이려 했다.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지극히 선하고 헌신적인 효도와 행동으로 그들을 감화시켜, 결국 화합의 길로 이끌었다.
* 정(井) — [수양] (48) <수풍 정(水風 井)>
“井, 改邑不改井, 无喪无得, 往來井井, 汔至亦未繘井, 羸其甁, 凶”
— 우물을 수리하는 상황이다. 읍을 바꾸어도 우물은 바꾸지 않는다. 잃는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으니 오며 가며 누구나 우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거의 이르러도 두레박이 우물에 닿지 않거나 두레박이 깨지면 흉(凶)하다.
이 괘의 상괘는 감괘(坎卦)이고 하괘는 손괘(巽卦)이다. 상층부는 이전투구 끝에 싸움에 지쳐 축 늘어져 있고 그러나 하층부는 순하게 윗사람을 잘 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탁하고 오염된 우물을 그대로 쓸 수는 없다. 그간의 폐단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난잡하게 살아온 사람이 주변을 정리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정리하여 제대로 된 길로 가야하는 것도 이 괘의 깨우침이다. 그 동안의 침체와 부조리를 청산하고 자신을 수양(修養)하여 새로운 삶의 터전과 기풍을 만들어야 한다.
옛날에는 마을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우물을 확보하고, 그 다음은 우물을 중심으로 도로를 정비해야 한다. ‘井’(정)이라는 글자는 ‘우물’이라는 뜻도 있고, ‘구획을 반듯하게 정리한다’는 의미도 있으며, ‘정전법(井田法)이란 의미도 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지를 정리하여 마을을 개량하여 모진 가난과 인습의 적폐를 청산하고 유족한 삶의 기틀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이 괘는 우물을 파고 마을을 정비하고 경지를 정리하는 것이 다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괘의 이름을 ‘정(井)’이라 했다.
* 손(巽) — [조연] (57) <중풍 손(重風 巽)>
“巽, 小亨, 利有攸往, 利見大人”
공손하게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금 밝게 통해야 한다. 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고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
이 괘는 상·하괘가 모두 손괘(巽卦)이다. 손괘는 아래의 음이 두 양을 순조롭게 따라, 만사에 거스르는 일이 없다. 상층부와하층부가 모두 이와 같기 때문에 이 괘의 이름을 ‘겸손하다’ ‘순조롭다’의 뜻을 갖는 손(巽)이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너무 겸손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소극적인 사람이 된다. 겸손하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겸손한 것은 좋지 않다. 그것은 비굴(卑屈)이고 집착이다. 떨쳐 일어나야 한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작은 일에 만족하여 안주하고 있는 자신을 분발시켜 뜻을 크게 갖고 떨쳐 일어날 수 있도록 깨워주고 인도해 줄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롭다. 겸손해야 할 때 겸손하고 겸손하지 않아야 할 때 겸손하지 않는 것이 바른 것이다. 손괘(巽卦)는 겸손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므로, 지나치게 겸손함에 치우치지 말고 전체의 질서에 맞추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 비(否) — [난세] (12) <천지 비(天地 否)>
“否之匪人, 不利, 君子貞, 大往小來”
“일이 막히는 상황이라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 군자가 바로잡으려 하면 이롭지 않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오기 때문이다.
“九五, 休否, 大人吉, 其亡其亡, 繫于苞桑”
구오는 막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대인다워야 길하다. ‘이러다 망하지! 이러다 망하지!’ 하면서 뽕나무 밑동에 매어둔다.
彖曰,“… 大往小來. 則是天地不交而萬物不通也, 上下不交而天下无邦也.
內陰而外陽, 內柔而外剛, 內小人而外君子, 小人道長, 君子道消也.
단(彖)에서 말했다. “…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는 것은 천지가 교감하지 않아서 만물이 통하지 않으며, 상하가 교감하지 않아서 천하가 제대로 된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안은 음(陰)이고 밖은 양(陽)이며 안은 부드럽고 밖은 굳세며 안에는 소인이 있고 밖에는 군자가 있어서 군자(君子)의 도(道)는 소멸하고 소인(小人)의 도(道)는 자라나기 때문이다.
象曰, 天地不交,“否”君子以儉德辟難, 不可榮以祿.
상(象)에서 말했다. “천지(天地)가 교감하지 않는 것이 ‘비(否)’이니 군자는 이 괘의 이치를 보아, 검소한 덕으로 어려움을 피해야 하는 것이니 영예롭게 녹(祿)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
이 괘는 위가 건괘(乾卦)이고 아래가 곤괘(坤卦)이다. 외형은 건실하고 화려하지만 속은 허약하고 부실하다. 뿌리는 나약하지만 잎과 줄기가 무성한 식물과 같고, 자녀는 나약하지만 부모가 강력한 가정과 같다.
'천지 비괘'는 ‘지천(地天) 태괘(兌卦)’와 정반대이다. 강력한 부모들이 연약하고 내성적인 자녀를 살피지 못하면 부모와 자녀가 소통되기 어렵고, 그 때문에 자녀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괘의 이름을 ‘막힘’을 의미하는 ‘비(否)’로 붙였다. 난세(亂世)란 소통이 되지 않은 막힘으로 인해 대립(對立)과 갈등(葛藤)의 상황을 말하므로 ‘비(否)’라고 할 수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유배생활이 이 ‘비(否)괘의 좋은 예(例)가 된다. 상(象)에 말했듯이 검소(儉素)한 덕(德)으로 난세[유배]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러므로 다산과 추사는 군자의 덕(德)을 지닌 분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난국에 처한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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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백파선생님의 글을 통해
손교수님 주역 특강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 되고 심화 학습까지 하게됩니다. 최고의 복습용 교재입니다.
올해 주역프레임인 뇌택귀매괘 구이 효사 '좋은 인연이니 겸손하게 대하라.'를 17년 방향타로 삼아야겠습니다. 지괘인 중뢰진괘의 육이 '재난으로 위태롭게 되니. .'로 우리나라 경제.정치가 위급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이를 대비한 난관극복 지혜를 더 배우고 닦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