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괘전(說卦傳)」에서는 역(易)을 만드는 과정과 역의 내용(內容) 및 점법(占法)을 설명하였고, 자연 현상 및 만물을 팔괘(八卦)로 분류시킨 것이다. 사마천(司馬遷)의『사기(史記)』「공자세가(孔子世家)」에 ‘공자가 만년에 역(易)을 좋아하여 단(彖)·계(繫)·상(象)·설괘(說卦)·문언(文言)을 서술하였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사마천 시대에 이미 설괘(說卦)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李基東)
<제1장> 역(易)의 상수(常數)와 의리(義理)의 기반
[1]昔者 聖人之作易也에 幽贊於神明而生蓍하고
參天兩地而倚數하고
觀變於陰陽而立卦하고
發揮於剛柔而生爻하니
和順於道德而理於義하며
窮理盡性하여 以至於命하니라. 右는 第一章이라
옛날 성인이 역(易)을 만듦에 그윽이 신명에게 도움을 받아 시초(蓍草)를 만들고,
천수(天數)를 삼(參)으로 하고 지수(地數)를 양(兩, 二)으로 하여 수(數)의 근원을 정했다.
음양(陰陽)의 변화를 관찰하여 괘(卦)를 세우고,
강유(剛柔)에서 발휘하여 효(爻)를 만들었다.
도덕(道德)으로 화순하고 의로움으로 다스렸으며,
이치(理致)를 궁리하여 본성(本性)을 다하고 그리하여 명(命)에 이르렀다.
· ‘幽贊於神明’에서 ‘贊’(찬)은 ‘협찬(協贊)’의 뜻. ‘도움을 받다’
· ‘參天兩地而倚數’에서 ‘參’(삼)은 하늘의 수(3). ‘兩’(양)은 땅의 수(2). ‘倚’(의)는 ‘보존하다, 표준을 세우다, 기준으로 삼다’. 공자가 숫자에 대해 말씀하신 것은 이것 뿐이다.
· ‘和順於道德而理於義’에서 ‘於’는 ‘에서’, 장소를 나타내는 어조사. ‘도덕에서 화순한다’는 말은 ‘도덕의 입장에서 화순한다’는 말이므로 ‘도덕으로 화순한다’고 번역한다.
· ‘窮理盡性’에서 ‘窮理’는 의리역의 본질을 말한 것으로 송대에 와서는 진리학습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마음으로 다스리는 ‘居敬’과 합하여 ‘居敬窮理’는 정주학에서부터 퇴계에 이르기까지 유학의 실천 원리로 굳어졌다.
· ‘盡性’은 사람의 본성(本性)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以至於命’ 즉 하늘의 뜻에 이른다. 천명(天命)은 우리 인간에게 ‘느낌’으로 주어지거나 ‘역할’로 주어진다. 맹자(孟子)에 이르기를 “그 마음을 다하는 자는 그 성(性)을 아나니, 그 성(性)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된다. 그 마음을 보존하여 그 성(性)을 기르면 하늘을 섬길 수 있다.(孟子曰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 則知天矣 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고 한 것이 그것이다.『맹자』진심장구·상 (제1장)
* [강 설(講說)] (1)—————
<제1장>은 괘를 만드는 과정과 운용 방법[象數] 및 적용 태도[義理]에 대해서 설명한 것이다. 역(易)를 탐구하는 영역은 크게 ‘상수역’과 ‘의리역’으로 나눈다. 전자는 괘나 효의 상(象)을 위주로 탐구해 나가는 것이요, 후자는 역리(易理)의 이치를 궁구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시초를 만드는 것[生蓍]’, ‘수의 기준을 세우는 것[倚數]’, ‘괘를 세우는 것[立卦]’, ‘효를 만드는 것[生爻]’은 상수역(象數易)에 해당하고, ‘和順於道德而理於義 窮理盡性 以至於命’은 역(易)에 담긴 의미와 이치를 궁구하는 의리역(義理易)에 대하여 말한 것이다.
먼저 시초(蓍草)를 만드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시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줄기가 곧고 길이가 60~70cm되는 풀이다. 그런데 시초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희귀한 풀이다. 그래서 ‘신명(神明)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고 했다.
시초(蓍草)를 잘라 ‘산 가치’를 만들 때, 몇 개를 만들어야 하는가. 이때 천수(天數) 즉 양의 수인 1, 3, 5, 7, 9를 헤아려 더하고, 지수(地數) 즉 음의 수인 2, 4, 6, 8, 10을 헤아려 더하여 산 가치 수의 표준을 정했다. 천수와 지수를 모두 합하면 55인데, 산 가치를 50개로 한 것은 대연지수(大衍之數)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연(大衍)의 수(數)’란 수를 크게 넓힌 것을 말한다. <계사전> 제9장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하도에 근거하여 '하늘은 1이고 땅은 2이다. 하늘은 3이고 땅은 4이다. 하늘은 5이고 땅은 6이다. 하늘은 7이고 땅은 8이다. 하늘은 9이고 땅은 10이다. 하늘 수는 다섯이고 땅 수도 다섯이다. 다섯 자리를 서로 얻었으며 각각 합함이 있으니, 하늘 수의 합은 25이고, 땅 수의 합은 30이다. 하늘 수와 땅 수가 55이다. 이것이 변화를 이루고 귀신의 작용을 행하는 연유이다.(天一 地二 天三 地四 天五 地六 天七 地八 天九 地十 天數五 地數五 五位相得 而各有合 天數 二十有五 地數 三十 凡天地之 五十有五 此 所以成變化 而行鬼神也) 그런데 55라 하지 않고 50이라 한 것은 그 대강을 말한 것이다. 중국의 학자 김경방(金景芳)의『주역전해(周易全解)』에 의하면, ‘오십(五十)’은 ‘五十有五의’ 잘못이라고 했다. 『역위(易緯)』「건착도(乾鑿度)」에서는 ‘五十有五’로 되어 있다.
그러나 점괘(占卦)를 뽑을 때는 49개의 시초(蓍草)를 사용한다. 그 까닭은 49개로 네 단계를 세 번 거쳐야 7·8·9·6이라는 수를 얻을 수 있으며, 7·8·9·6을 얻어야 괘(卦)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49개만 사용한다면 대연지수를 50으로 하건 55로 하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시초 대신 산죽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49개 시초 외에 한 개를 따로 빼놓아, 태극(太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 사용하지 않는다. 남는 시초를 태극을 상징하는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6개인 것보다 한 개인 것인 낫다. 여섯이라는 수는 태극을 상징하기는 적절하기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 대연지수를 50으로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49개의 시초[산가지]를 두 부분으로 나누는 것은 하늘과 땅, 즉 음(陰)과 양(陽)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두 부분을 나눈 뒤, 왼쪽에 있는 것에서 하나를 뽑아 새끼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것은 천(天)·지(地)·인(人) 삼재를 상징하는 것이다. ‘괘(掛)’는 ‘건다’는 뜻이므로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끼우는 것이라면 뒤에 나오는 ‘륵(扐)’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데 근거한다. 따라서 ‘괘일(掛一)]은 책상 위에 걸쳐 놓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다음으로 왼손에 있는 시초를 4개씩 헤아리고 남는 것을 중지와 약지 사이에 끼우고, 다시 오른 속에 있는 시초를 4개씩 헤아리고 남는 것은 중지와 검지 사이에 끼운다. 4개씩 헤아리는 것은 ‘사계절’을 상징하고, 남는 것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것은 ‘윤달’을 상징한다. 윤달은 5년에 두 번씩 있으므로 두 번이 한 단위가 된다. 따라서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것을 두 번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손가락 사이에 있는 시초를 한 곳에 놓아두고 나머지 시초를 가지고 똑같은 방법으로 시행하여 또 손가락 사이에 있는 시초를 그 옆에 놓아둔다. 남는 시초를 가지고 또 한 번 시행하여 하나의 효를 얻기 때문에, 도합 18번의 시행으로 괘를 얻는다. ★ 시초점(蓍草占)을 치는 방법 ☞ 『주역강설』43~47쪽
* [강 설(講說)] (2)—————
시초로 점(占)을 쳐서 일단 괘(卦)가 성립되고 나면, 그 괘의 성격(性格)은 괘가 갖고 있는 효(爻)의 성질에 의존한다. 효가 양효(陽爻)이면 굳세게 대처해야 하고 음효(陰爻)이면 부드럽게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굳세게 대처해야 하는가 부드럽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효(爻)를 만든 의미이다.
도(道)는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하는 객관적인 이치이고, 덕(德)은 그 도(道)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다.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는 이치가 도에 해당된다면 실제로 효도할 수 있는 능력이 덕에 해당한다. 역(易)은 이 도덕을 실행하는 방향으로 사람을 인도한다.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할 때는, 그 행위의 동기가 대체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의(義)로움’이고 다른 하나는 ‘이익(利益)’이다. 전자는 도덕(道德)에서 나오는 것이고 후자는 욕심(慾心)에서 나오는 것이다. 역(易)은 사람으로 하여금 도덕(道德)의 차원에서 의롭게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인간의 삶의 과정은 복잡한 길을 가는 것과 같다. 복잡한 인생과정에서 고통을 줄이고 순조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상황을 잘 파악하여 그 행동 원리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을 ‘궁리(窮理)’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원리를 파악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역(易)이다. 역(易)은 사람의 행동 원리를 묻는 자에게 그가 처한 상황과 그 대처 방안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本性)을 그대로 발휘하는 사람은 복잡한 삶의 과정에서도 별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본성적으로 원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본래적인 능력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그 능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선 궁리(窮理)하지 않으면 안 된다. 궁리하여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본성을 다 발휘하는 결과가 된다. 이것을 ‘궁리진성(窮理盡性)’이라고 한다. 인간이 ‘궁리진성’을 완전하게 하게 되면, 천지자연과 하나가 된다. 말하자면 천명(天命)을 실천하는 경지가 되는 것이므로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이루는 것이다. 역(易)은 바로 천인합일을 이루는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장> 육획(六劃)과 육위(六位)가 생긴 이유
[2] 昔者聖人之作易也는 將以順性命之理니
是以로 立天之道曰陰與陽이오
立地之道曰柔與剛이오 立人之道曰仁與義니
兼三才而兩之라 故로 易이 六畫而成卦하고
分陰分陽하며 迭用柔剛이라 故로 易이 六位而成章니라.
右는 第二章이라
옛날 성인이 역(易)을 만든 것은 장차 본성(本性)과 천명(天命)의 이치를 따르고자 한 것이니
이 때문에 하늘의 도(道)를 세워서 음(陰)과 양(陽)이라 말하고,
땅의 도를 세워 유(柔)와 강(剛)을 말하고, 사람의 도를 세워 인(仁)과 의(義)를 말했다.
삼재(三才)를 겸하여 둘로 중첩하였기 때문에 역(易)은 여섯 획이 되어 괘(卦)를 이루게 되었다.
음(陰)으로 나누고 양(陽)으로 나눔으로써 번갈아 유(柔)가 되고 강(剛)이 된다.
그러므로 역(易)은 여섯 자리가 되어 모든 이치(理致)를 밝히게 되었다.
· ‘將以順性命之理’에서 ‘以’의 목적어는 앞의 ‘作易’이다. 원문은 ‘將以(作易)順性命之理’이다
· ‘迭用柔剛’(질용유강)에서 ‘用’은 ‘以’와 통용. 그 목적어는 앞의 ‘分陰分陽’. ‘각 자리가 음과 양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부드럽게 대처하고 굳세게 대처해야 하는 방안이 결정된다.’
· ‘六位而成章’에서 ‘章’(장)은 ‘무늬’, 괘가 포함하고 있는 무늬는 천지인의 모든 이치이므로 ‘모든 이치’로 번역했다. ‘모든 이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치가 밝혀졌다’는 뜻이다.
* [강 설(講說)] —————
역(易)을 만든 목적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본성(本性)과 천명(天命)의 이치를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본성을 따르고 천명을 실천하는 것 사람에게는 역이 필요 없다.
‘천명(天命)을 따른다.’는 것은 하늘과 하나 되는 것이요, 만물과 하나가 되는 것이며, 천지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모두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하늘의 도와 땅의 도, 그리고 인간의 도룰 알아야 하며 나아가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조화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하늘의 도를 음(陰)·양(陽), 땅의 도를 유(柔)·강(剛), 인간의 도를 인(仁)·의(義)라고 했다. 이 세 가지를 삼재(三才)라고 하는데 이것을 하나로 표현한 것인 삼획괘이다. 즉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등의 팔괘(八卦)가 그것이다. 이 괘에서 제일 위에 있는 효(爻)를 천도(天道), 가운데 효를 인도(人道), 제일 아래에 있는 효를 지도(地道)라 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삼재(三才)가 어우러져 일체(一體)가 되기 때문에 꼭 그렇게 단정하여 말할 수 없다.
역(易)은 이 팔괘(八卦)를 겹쳐서 64괘를 만듦으로써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육획(六劃)이 됨으로써 괘가 완성되었다’고 한 것이다. 육획이 완성되면, 여섯 획이 각각 효(孝)가 되는데, 각각의 효는 음(陰)의 자리와 양(陽)의 자리로 나뉘어진다. 초효(初爻), 삼효(三爻), 오효(五爻)는 양(陽)의 자리이고, 이효(二爻), 사효(四爻), 상효(上爻)는 음(陰)의 자리이므로, ‘각기 자리를 음(陰)과 양(陽)으로 나누어진다’고 했다. 또 음의 자리는 부드럽게 대처하는 자리이고, 또 양의 자리는 굳세게 대처하는 자리이므로 ‘번갈아가며 부드럽게 대처하기도 하고 굳세게 대처하기도 한다’고 했다. 역(易)은 이 여섯 자리로써 모든 이치를 다 표현한 것이다.
<제3장> 선천(先天) 팔괘(八卦)와 역(易)
[3]天地 定位하며 山澤 通氣하며 雷風 相薄하며
水火 不相射하여 八卦相錯하니
數往者는 順코 知來者는 逆하니
是故로 易은 逆數也라.右는 第三章이라
하늘과 땅이 자리를 정하고 산과 못이 기(氣)를 통하며, 번개와 바람이 서로 접하고
물과 불이 서로 싫어하지 않으므로 팔괘(八卦)가 서로 섞이게 된다.
과거를 헤아리는 것은 순방향이라면 미래를 아는 것은 역방향이다.
이 때문에 역을 역방향으로 헤아리는 것이다.
· ‘山澤 通氣’에서 ‘氣’는 ‘기운, 작용’
· ‘雷風 相薄’에서 ‘薄’은 ‘박(迫)’과 통용, ‘얇다, 접근하다, 가까이하다’
· ‘不相射’(불상역)에서 ‘射’는 ① [사] ‘쏘다’ ② [석] ‘쏘아맞추다’ ③ [역] ‘싫어하다’
‘數往者’에서 ‘數’(수)는 ‘경우의 수(케이스, 대안)를 헤아리다’는 뜻이다.
* [강 설(講說)] —————
이 장(章)은 <선천팔괘도(先天八卦圖)>에서 서로 마주보는 괘의 관계를 설명한 것이다. <선천팔괘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천지 대자연(大自然)의 모습을 살펴보자. 먼저 하늘[乾天]과 땅[坤地]이 마주보고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안에 산[艮山]과 못[兌澤]이 있다. 번개[震雷]가 치고 바람[巽風]이 불며, 물[坎水]이 흐르고 불[離火]이 탄다. 이 대자연의 기본 변화를 표현한 것이 선천(先天)팔괘(八卦)이다.
「복희선천팔괘도(伏羲先天八卦圖)」
일(一) - 건괘(乾卦) - 남방(南方)
이(二) - 태괘(兌卦) - 동남방(東南方)
삼(三) - 이괘(離卦) - 동방(東方)
사(四) - 진괘(震卦) - 동북방(東北方)
오(五) - 손괘(巽卦) - 서남방(西南方)
육(六) - 감괘(坎卦) - 서방(西方)
칠(七) - 간괘(艮卦) - 서북방(西北方)
팔(八) - 곤괘(坤卦) - 북방(北方)
<선천팔괘방위(先天八卦方位)>
팔괘(八卦)를 중첩하여 64괘를 이루면, 과거-현재-미래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삶의 변화 원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일직선(一直線)을 그어, 그 가운데에 기준을 정하여 한 쪽 방향을 +방향으로 정하면 다른 한 쪽은 -방향이다. 기준점을 현재라 하고 +방향을 과거로 한다면, -방향은 미래가 된다. 이 선상에서 과거를 순방향으로 본다면, 미래는 역방향이다.
과거를 아는 것은 지난 것을 아는 것이므로 순서(順序)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아는 것은 과거와 반대 방향의 것을 아는 것이므로 미리 아는 것이며 거슬러 아는 것이다. 따라서 ‘거스른다’는 의미의 역(逆)은 ‘미리’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제4장> 팔괘(八卦)의 기능적 특성
[4] 雷以動之코 風以散之코
雨以潤之코 日以烜之코
艮以止之코 兌以說之코
乾以君之코 坤以藏之하나니라. 右는 第四章이라
번개로써 움직이고 바람으로써 흩고,
비로써 적시고 해로써 마르게 하고,
간괘로써 머무르게 하며 태괘로써 기쁘게 하고,
건괘로써 군주 역할을 하게 하고 곤괘로써 저장하게 한다.
· ‘雷以動之’에서 ‘之’는 지시대명사로 목적어 역할을 한다. 목적어을 특별히 정하지 않고 막연히 말할 때 쓴다. 여기서는 대체로 ‘만물(萬物)’ 정도로 이해하면 좋다.
· ‘日以烜之’에서 ‘烜’(훤)은 ‘훤(喧)’과 같다. ‘말리다, 마르다’
· ‘兌以說之’에서 ‘說’은 ‘열(悅)’과 통용. ‘기쁘다’
· ‘乾以君之’에서 ‘君’은 ‘군주의 역할을 하다’ 즉 ‘리더십을 발휘하다’
* [강 설(講說)] —————
이 제4장은 팔괘(八卦)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번개’는 진괘(진卦), ‘바람’은 손괘(巽卦), ‘비’는 감괘(坎卦), ‘해’는 이괘(離卦)의 상(象)으로 그 역할을 설명한 것이고, 간(艮), 태(兌), 건(乾), 곤(坤)은 괘명(卦名)으로 그 역할을 설명한 것이다.
<제5장> 후천(後天) 팔괘(八卦)의 시·공간 개념
[5]-1帝 出乎震하여 齊乎巽하고
相見乎離하고 致役乎坤하고
說言乎兌하고 戰乎乾하고
勞乎坎하고 成言乎艮하니라.
조물주[帝]의 작용은, 진(震)에서 만물이 나오게 하고, 손(巽)에서 정제(整齊)하고,
리(離)에서 서로 보게 하고, 곤(坤)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게 하고,
태(兌)에서 기쁘게 하고, 건(乾)에서 싸우게 하고,
감(坎)에서 위로를 받고, 간(艮)에서 이루어지게 한다.
· ‘帝 出乎震’에서 ‘帝’는 ‘조물주, 혹은 조물주의 작용’, ‘乎’는 ‘於’와 같다. ‘~에서’
· ‘齊乎巽’에서 ‘齊’(제)는 ‘가지런하게 하다, 정제(整齊)하다’
· ‘成言乎艮’에서 ‘言’은 별 뜻이 없는 조사로 쓰였다.
* [강 설(講說)] —————
만물이 생장하고 성쇠(盛衰)하는 과정을 팔괘(八卦)로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을 <후천문왕팔괘도(後天文王八卦圖)>가 잘 보여준다. ❊ [도표] <문왕팔괘도>와 <태극오행도>
만물이 움트는 봄은 생명을 태동시키는 시기이므로 진동을 의미하는 진괘(震卦)에 해당시켰고, 봄과 여름 사이는 싹이 튼 만물이 봄바람을 받아 일제히 성장하는 시기이므로 순조로움을 의미하는 손괘(巽卦)에 해당시켰다. 또 만물이 무성하게 성장하는 여름은 성장된 만물을 환하게 볼 수 있는 시기이므로 밝음을 상징하는 리괘(離卦)에 해당시켰고, 여름과 가을 사이는 결실을 이루는 중요한 일을 하는 시기이므로 결실을 의미하는 곤괘(坤卦)에 해당시켰다. 가을과 겨울 사이는 결실을 이루고 그 결과에 대한 만족과 기쁨이 있는 시기이므로 기쁨을 의미하는 태괘(兌卦)에 해당시켰고, 가을과 겨울 사이는 새로 시작되는 양의 기운과 기존의 음이 갈등하므로 양의 기운을 의미하는 건괘(乾卦)에 해당시켰다. 겨울을 저장하는 수고로움이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감괘(坎卦)에 해당시켰고, 겨울과 봄 사이는 모든 것을 완성하고 조용히 봄을 기다리는 시기이므로 정지를 의미하는 간괘(艮卦)에 해당시켰다. 이 이론을 근거로 북송(北宋)의 소강절(邵康節)이 <문왕팔괘도>를 만들었다.
「문왕후천팔괘도(文王後天八卦圖)」
「태극오행방위도(太極五行方位圖)」
그러나 이 방위와 사시를 괘(卦)에 적용시킨 이론과 설명은 다소 설득력이 약한 면이 있다. 예컨대, 가을과 겨울 사이를 처음 양이 돋아나는 시기라 하여, 순수한 양(陽)을 상징하는 건괘(乾卦)에 해당시켰다면, 봄과 여름 사이에 처음 음이 돋아나는 시기를 곤(坤)에 해당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물이 싹을 틔우는 봄을, 봄바람이 분다는 의미에서 손(巽)에 해당시키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천둥과 번개가 있는 봄과 여름 사이를 진(震)에 해당시켜도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팔괘(八卦)로 방위(方位)와 사시(四時)를 정한 것은 오랜 시기에 걸친 습관과 관념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기동『주역강설』)
[5]-2 萬物이 出乎震하니 震은 東方也라.
齊乎巽하니 巽은 東南也니
齊也者 言萬物之潔齊也라
離也者는 明也니 萬物이 皆相見할새니 南方之卦也니
聖人 南面而聽天下하여 嚮明而治하니 蓋取諸此也라
坤也者는 地也니 萬物 皆致養焉할새 故로 曰致役乎坤이라.
兌는 正秋也니 萬物之所說也일새 故로 曰說言乎兌라
戰乎乾은 乾은 西北之卦也니 言陰陽相薄也라
坎者는 水也니 正北方之卦也니 勞卦也니
萬物之所歸也일새 故로 曰勞乎坎이라
艮은 東北之卦也니 萬物之所成終而所成始也일새
故로 曰成言乎艮이라. 右는 第五章이라
만물이 진(震)에서 나오니 진(震)은 동방(東方)이다.
손(巽)에서 (창조된 만물을) 정제하니 손은 동남(東南)이다.
정제된다는 것은 만물이 깨끗하게 갖추어지는 것을 말한다.
리(離)라는 것은 밝음이라 만물이 (밝은 데서) 서로 볼 수 있으니 남방(南方)의 괘이다.
성인 남면(南面)하여 천하의 소리를 듣고 밝음을 향하여 다스리니 다 이에서 취한 것이다.
곤(坤)이란 땅이다. 만물이 모두 (이에서) 길러짐을 다하니
그러므로 곤(坤)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
태(兌)는 바로 가을이라 만물이 기뻐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태(兌)에서 기뻐한다고 했다.
건(乾)에서 싸운다는 것은 건(乾)은 서북(西北)의 괘이므로
음(陰)·양(陽)이 서로 접하여 부딪히는 것을 말한다.
감(坎)은 물이므로 정북(正北)방의 괘이고 위로받음을 상징하는 괘이다.
만물이 귀의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감(坎)에서 위로받는다고 한 것이다.
간(艮)은 동북(東北)방의 괘이다. 만물이 끝을 이루고 처음을 이루는 바이다.
그러므로 간(艮)에서 이룬다고 했다.
· ‘離也者는 明也니 萬物이 皆相見할새니 南方之卦也니’ ;
리(離)는 밝음이니 만물이 밝은 데서 서로 만나니 동방(東方)의 괘이다. 예컨대 밝은 날에 모든 사람[만물]이 만나는 것은 ‘시장(市場)’이다. ‘시장’의 주역 코드는 [21] 화뢰(火雷) 서합(噬嗑)괘에 해당한다. 서합(噬嗑)괘는 상괘가 ‘밝음’을 상징하는 리괘(리卦)이니 밝은 날이고 하괘는 진괘(진卦)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왕래하면서 물건을 사고판다.
[21] 서합(噬嗑)괘
서합(噬嗑) 괘의 상괘는 밝음을 상징하는 이괘(離卦, ☲)이고
하괘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진괘(震卦, ☳)이다.
· ‘坎者는 水也니 正北方之卦也니 勞卦也니’ ;
‘감(坎)은 물이니 정북방의 괘이고 수고로움이 위로받는 괘이다’ 예컨대 [15] 지산(地山) 겸괘(謙卦)의 경우, 전체에서 유일한 양(陽)이 삼효(三爻)이다. 그 효사에 이르기를 ‘구삼(九三)은 겸손함을 애써 실천하는 자이다. 군자라야 마침이 있어서 길할 것이다(九三, 勞謙, 君子有終, 吉)’라고 했다. 겸손(謙遜)을 실천하는 사람의 덕을 만인이 복종하여 위로를 받는 것이다.(象曰, 勞謙君子, 萬民服也) 겸괘(謙卦) 구삼(九三)의 효사가 이와 같은 것은, 구삼을 포함한 내호괘(육이-구삼-육사)가 감괘[☵]이기 때문이다. 겸괘는 감괘(坎卦)의 코드가 적용된 사례이다.
[15] 謙卦
九三, 勞謙, 君子有終, 吉
象曰, 勞謙君子, 萬民服也
· ‘艮은 東北之卦也니 萬物之所成終而所成始也일새’ ;
‘간(艮)은 동북방의 괘이니 만물이 끝을 이루고 처음을 이루는 바이다.’ 주역에서 간(艮)은 산(山)을 상징한다. 산(山)에는 계곡(溪谷)이 있다. 높은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의 깊은 곳에서 물이 솟아난다. 물은 생명(生命)의 상징이다. 사람으로 말하면, 간괘(艮卦)는 덕(德)이 산처럼 쌓이고 천하의 만물을 살리는 물이 시작되는 곳이다.[始原] 그래서 ‘萬物之所成終而所成始也’라고 했다.
‘萬物之所成終而所成始也’는 노자의『도덕경』제6장 <성상>에 나오는 ‘谷神은 玄牝을 이른다’라고 말한 것과 통한다. 그 원문은 다음과 같다.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골짜기의 神은 죽지 않으니 깊은 골짜기라 한다. 현빈의 문은 천지의 뿌리라고 한다. 면면히 이어져 있는 듯하지만 쓰는 데 힘들이지 않는다.)’
현빈(玄牝)의 문(門)은 바로 천지만물의 근원이다. 이곳에서는 계속해서 생명의 물이 솟아나는 곳이고 계속 사용해도 끝남이 없다. 자연으로 말하면 깊은 산곡(山谷)에서 샘솟는 물이요 사람으로 말하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자궁(子宮)에 해당한다.
간(艮)은 동북방으로 우리나라의 위치를 말하고 또 계절로 말하면 입춘(立春)이요 하루의 시간으로 말하면 새벽 3시쯤에 해당한다. 맹자의 명상법으로 말하면 이 시간은 ‘야기(夜氣)’가 길러지는 시간이다.『맹자』는 <고자장구·상>(제8장)에서 ‘(참다운 마음은) 붙잡으면 보존되고 버리면 없어진다.(操則存 舍則亡)’는 글에서 야기(夜氣)로 양심을 ‘操則存’하지 않으면 금수와 같다고 했다. 간(艮)은 신선한 새벽의 기운이 충만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