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날의 인류를 생명력이 저하된 상태라고 규정하고 싶다. 물론 우주 정복시대가 아니냐고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눈에는 이렇게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징후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류의 자살 소동, 살인소동이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특히 이런 현상이 심하다. 심지어 어머니가 자식들의 생명을 끊고 자신마저 죽은 일마저 있었다. 물론 세계 최악의 경제상태라는 우리의 불우한 생활조건에서 나도 사람인 이상 이에 일말의 동정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생명은 절대적인 것이요, 생활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부유한 나라에는 자살이 없는가? 물론 있다. 얼마든지 있다. 북유럽의 덴마크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이면서도 최대의 자살국이 되어 있다. 수도 코펜하겐에서만 매일 세 사람이 자살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도리어 생활의 안락함으로 인해 자살하고 있다. 나는 이 역시 인류의 생명력 저하로 간주한다.
이뿐인가? 오늘날 인류는 산아제한 운운하면서, 생명의 가능성 내지는 태아까지 공공연히 정치의 이름으로, 행복추구의 명분으로 무수히 죽이고 있다. 이야말로 핵전쟁이 다른 형태로 방향을 전환한 것 아닌가? 우리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속속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미움을 살인으로 규정하는 하나님 앞에서는 이 또한 살인이 아니던가? 이 역시 인류의 생명력의 저하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생명력이란 도덕적인 생명력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개, 돼지의 그것이 아니고 도덕적인, 영적인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개, 돼지의 자연적인 본능 생활에 떨어져 도덕적인 능력을 상실해 버렸다. 자식을 죽인 여성은 물질 앞에 생명의 존엄성이나 절대성은 차치하고, 고귀한 모성애마저 팔아먹은 것이다.
반대로 덴마크인의 자살은 통계상으로 고독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심하게 말하면 할 일이 없어서 죽는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도 인생이 허망하다고 죽는 지식 계급이 수두룩하다. 결국 이는 다 도덕적 생명을 물질적 이기주의 앞에 팔아먹은 현대인의 가엾은 말로(末路)이다.
도덕의 절정은 희생적인 사랑이다. 인류가 이상적인, 도덕적인 정치적 노력을 다하고도 인구 문제로 곤경에 있다면 동정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정치문제 이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인류야말로 괴테 말대로 시궁창에 코를 틀어박은 존재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둘, 셋 낳아서 훌륭한 교육을? 무슨 교육인가? 사람을 죽이고 나만 살자는 교육인가?
우리에게 문제와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다 하나님의 섭리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이를 통해 우리의 도덕적인 자각과 진보와 발전, 특히 사랑의 상승을 기하고자 하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