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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생활법 - 건강한 여름 나기
해마다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인 냉방병. 땀난다고 에어컨을 계속 틀면 체온조절능력이 떨어져, 속된 말로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나 두통과 근육 결림을 호소하는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한의학적 인체관(body imaging)과 생태학(ecology)을 토대로 사계절의 의미와 그에 따른 건강법을 살펴보면서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비법을 살펴보자.
황제내경(黃帝內經)이란 중국고대 의서가 있다. 언뜻 보면 Emperor 皇帝로 착각하기 쉬운데 누를 黃자 黃帝다. 그래서 순진한 한의대 신입생은 중국 역대 황제(皇帝)의 의학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 신비로운 로얄 메디신(Royal medicine)인 줄 알고 열심히 들여다보지만 그런 내용은 단 한자도 없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제자백가 시절을 거쳐 前漢에 이르러 완성된 논문집으로 천문학,의학 등 고대인의 과학에 관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한의학의 바이블 같은 책이다. 이 황제내경에 四氣調神大論이란 편이 있다.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봄, 여름, 가을,겨울 사계절에 걸맞은 건강법의 원칙을 소개하면서 동양 생태학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에 따르면 “봄은 發生의 계절이며 모든 만물이 소생한다. 따라서 봄에는 밤늦게까지 있어도 무방하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천천히 산보한다. 여름은 生長의 계절이며 천지간에 기운이 흘러넘친다. 그리고 陽氣가 많이 발생하여 만물이 성장하고 만발한다. 따라서 여름에는 밤늦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해가 길고 날이 더운 것을 싫어하지 말고, 매사 화내지 말며 기분 좋게 지내야 한다. 가을은 收斂의 계절이며 만물이 성숙되고 수확된다. 따라서 가을에는 닭이 울 무렵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에 일찍 잔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陽氣를 아껴서 천지의 서늘한 숙살(肅殺) 기운을 조화롭게 해야 한다. 겨울은 폐장(閉藏)의 계절이며 만물의 기운이 닫힌다. 따라서 겨울에는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며, 태양의 일몰과 일출을 기준으로 기거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는 여름에는 사람도 이에 맞추어 일찍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하고 비교적 늦게까지 활동을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적으로 ‘일찍’, ‘늦게’가 아니라 일몰, 일출 시간에 준해서 활동하라는 것이다.
요즘처럼 기온이 따뜻하고 낮이 길어지면 몸속의 체액도 내장 순환보다는 체표 순환량이 증가하게 된다. 내장 순환량의 증가는 에너지의 생산, 저장의 기능을 의미하며, 체표 순환량은 에너지의 소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자연히 몸의 상태도 활동 위주의 모드(mode)로 전환하는 것이다. 陽氣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추어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여름에는 기온도 높아지고, 체표 순환량도 늘고, 에너지 소비모드로 전환하기 때문에 더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수백만년 넘게 태양에 맞춰 진화해 온 사람의 몸이 기계문명과 충돌하면서 여러 가지 병이 나타나고 있으니 그 중 여름에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냉방병이다.
여름에는 땀도 약간 흘리고, 더위도 어느 정도 느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즉 수백만년 간 진화해온 인체는 여름에는 땀 흘리고 더위도 느끼며 지내라고 하는데, 현대인은 에어컨으로 체표순환을 억제하고 땀을 흘리지 않으려고 하니 몸에 좋을리가 없다.
실내외 온도차가 10도 이상이 나면 자율신경 실조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 체온조절에 이상이 오고, 복잡한 호르몬대사에 교란이 생기며, 신경도 쓸데없이 예민해 지는 등 많은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에어컨의 또 다른 병폐는 주변의 습도를 많이 떨어뜨리는 것이다. 실내 습도를 평균 30~40%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 호흡기계를 중심으로 점막을 건조시켜 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여러 가지 외부 유입물(세균, 바이러스, 먼지 등)들은 비강, 기도, 기관지 등의 점막층에서 걸러져야 하는데 낮은 습도에서는 제 기능을 못한다. 또 절전형 에어컨은 차게 만든 공기를 계속 순환 시켜 전혀 환기를 못하게 되니, 에어컨은 명실상부한 여름철 실내 오염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이런 식으로 여름 내내 보내다 보니 갈수록 냉방병이 심해지는 것이다. 四氣調神大論에는 여름을 잘못 보내면 가을에 虐病이 생겨 체온조절 기능에 이상이 오고 호흡기 질환이 생긴다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여름엔 여름답게 지내야 하는 것이 황제내경 건강법인 것이다. |
첫댓글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