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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기적 고정애
3초 2초 1초 곧장 레이스로 나아간다
총 길이 약 9만 킬로미터 달까지 거리의 4분의 1 거리를 1분에 세 번, 서로가 뒤질세라 굽이굽이 빈틈없이 내달리는
핏줄 속 피톨이다
살고 있는 한 하루 4320회, 연 157만 6800회 우주여행 순환선을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붉은피톨 흰피톨
날마다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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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집을 읽었습니다. 시집에 수록된 67편 작품 중에서 단 한 편도 버릴 작품이 없군요. 사실 시집 한 권을 읽으면 좋은 작품도 있지만 뺐으면 하는 작품도 있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시집 한 권에 기억하고 싶은 작품 몇 편만, 아니 한 편 만 발견해도 다행인 경우가 있는데, 고정애 시인의 네 번째 시 집은 전 작품을 공감 속에 읽었습니다. 인용 작품은 우리 몸속 에서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톨의 순환을 다룬 작품이지요. 달 까지 거리의 4분지 1을 하루에 4,320회 달리다니 그야말로 기 적입니다. 우리 몸속에 이런 기적이 이뤄지고 있군요. 이 시집 의 다른 작품들도 모두가 이런 발견의 놀라움을 담고 있습니다. 해설을 쓴 윤정구 시인은 ‘고정애 시인은 한 마디로 단방에 명 중을 겨냥하는 단검승부사’로 보았군요. 저도 동감입니다. 시집 한 권을 읽으며 저 스스로 개안을 경험하였습니다.
詩誌 시see에서 {유자효의 시집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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