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한이나/ 바람의 책
책이 내는 소리, 진삿빛 바람의 말을 듣고 있다
바다의 습지와 비탈과 능선을 넘어
만난 적 없는 다른 시간의 사람과 연결 통로인
한 권의 책으로 도달한 소슬한 길
시공간 너머 튤립 입술이 들려주는
공중에 바람 흔들리며 뿌려지는
모음 자음 낱알의 씨앗들 그 비밀통로
길가를 날리는 문장을 듣는다
내 바람의 책에는
언제 누가 들어와
나라는 사람을 만날까
그림=원은희
요즘 지하철을 타면 모두 휴대폰을 보고 있습니다.
어쩌다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왜 그리 반가운지요.
만난 적 없는 다른 시간의 사람과 연결 통로인 한 권의 책.
튤립 입술이 들려주는 모음 자음 낱알의 씨앗들이 숨 쉬고 있는
책의 비밀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저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비밀통로에는 나와 같이 바다의 습지와 삶의 비탈을 지나
고비 능선을 넘은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때론 나의 이야기 같아서
페이지를 쉽게 넘기지 못합니다.
슬픔과 환희, 안타까움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저자인 그녀가 책 속에서 조곤조곤 말을 합니다.
페이지를 어렵게 넘길 때마다 끝과 시작이 없는 나와 그녀가 만납니다.
박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