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 이정현
개망초가 풀인 줄 알고 하마터면 뽑을 뻔 했어요
어디서라도 몸을 세워 겁이 났어요
잎들이 입처럼 많아
하마터면 긴 목을 꺾을 뻔 했어요
개․망․초
하얀 꽃 피우는
들꽃인 줄 몰랐다니까요
문드러지게 밟힌 시간일랑 몽땅 잊어버리고
하늘하늘 웃고 있는 저 들꽃
하마터면 나인 줄 모르고 뽑을 뻔 했어요
작품 전체가 여성적 대화체로서 상대방에게 말하는 식(고백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시인은, 개망초를 바라본 느낌을 “어디서라도 몸을 세워 겁이 났어요”처럼 가차 없이 말하다가 마지막 한 행에서는 이 때까지 시인이 한 말에 반전을 가하여 그 개망초가 시인 자신이라는 깨달음을 설토한 것이다. 시인은 개망초를 시인 자신으로 환유(換喩)했다.
개망초는 얼른 보면 보잘 것 없는 풀꽃으로 보인다. 그래서 폐가에서는 마당 가득히 개망초가 피고, 어감에서도 ‘망’자 때문에 나쁘게 인식도 한다. 이 개망초의 성질에 착안하여 풀로 알고 “뽑을 뻔 했”다든지, 그 하찮케 보이는 꽃을 “꺾을 뻔 했”다고 하며, 다시 한 번 개망초를 한 자 한 자 음미하여 부른다. “개․망․초”라고. 그러면서 하얀 ‘꽃’ 피우는 들꽃인 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문드러지게 밟힌 시간”도 잊어버리고 “웃고만 있는 저 들꽃”까지가 시인의 독백이었지만, 실은 알고 보니 시인인 ‘나’ 자신임을 깨달은 것. 그 깨달음에는 무한한 연민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꽃 피울 줄 아는 기특함이 담겨 있는 것이다. ( 2023.1. 14. 김규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