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쏘 어메이징!(Wonderful, So Amazing!)”
지난 17~20일 호주 멜버른 아트센터에서 열린 2011 호주 월드뮤직 엑스포(2011 AWME)에서 울산지역 전통풍물연희단 내드름(대표 정동훈)의 ‘펀 & 판(Fun & Pan)’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북, 꽹과리, 장구를 든 내드름 단원들의 휘몰아치는듯한 타악 주법에 이어 20m 길이의 12발 상모가 허공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는 등 놀라운 광경을 연출하자 금발의 서양인들은 난생처음 접하는 한국의 전통연희에 감동을 숨기지 못하고 잇따라 ‘브라보’를 외쳐댔다.
17일 첫 쇼케이스가 열린 중극장 800여 좌석에는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건너 온 아트 디렉터를 비롯해 음악축제를 즐기려는 다양한 연령대의 멜버른 시민들로 채워졌다. 그 중에는 이들의 공연을 보기위해 인근 도시 시드니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이상을 날아온 한인 회원들도 있었다.
총 3장으로 이뤄진 내드름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고, 내드름 단원들은 소리에 질세라 신들린 듯 북채를 두드리며 먼 타국 땅에서 우리의 소리를 주축으로 한 신명의 무대를 완성해냈다.
대부분의 관중이 외국인인 점을 감안해 짤막하게나마 영어버전 시나리오가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이하영 단원은 ‘얼쑤’ ‘지화자’ ‘좋~다’ 등의 추임새와 속뜻을 알려주며, 함께 동참해 줄 때 더욱 신명나는 무대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거듭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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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지역 전통풍물연희단 내드름 연희단이 지난 17~20일 호주 멜버른 아트센터에서 열린 ‘2011 호주 월드뮤직 엑스포’에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
이날 추임새를 배운 외국인 디렉터들은 축제현장 곳곳에서 내드름 단원과 마주칠때마다 일종의 구호처럼 ‘얼쑤’를 외치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19일 계획됐던 두번째 야외공연(퍼레이드)은 아쉽게도 천둥을 동반한 우천으로 인해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행사 자체가 무산될 뻔 하였으나 뒤늦게 아트센터 로비에 무대가 차려졌다. 실내공간보다 야외마당에서 더 큰 빛을 발하는 내드름은 자신들의 장기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게 되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 곳에서 마지막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촉박한 준비시간과 악재가 많은 공간 속에서도 내드름만의 주특기가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거꾸로 알려주는 호재가 돼주었다.
비록 좁은 공간일지라도 공연자의 땀과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 공간을 적극 활용해 관중의 바로 눈앞에서 상모를 돌리고, 태평소와 나발을 부는 등 레퍼토리를 일사천리로 진행시키자 축제현장에서는 또 한 번 더 추임새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내드름의 이번 호주 무대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문화교류행사가 아니라 한국대표 전통연희단으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진출을 겨냥하여 처음으로 세계무대에 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워맥스, 워매드, 후지락 페스티벌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 모여든 페스티벌·아트 디렉터들은 ‘앉은반’ ‘선반’ ‘사물놀이’ ‘모듬북’ 등을 새롭게 각색한 내드름의 공연내용을 빠짐없이 체크하며 글로벌 공연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눈치였다.
이번 축제를 주관한 AWME 아트 디렉터 사이먼 레이노씨는 “전통의상, 삼색띠와 상모는 그들의 음악과 함께 활기차고 역동적인 흐름을 선사하는 동시에 엑스포에 초대된 국내외 초청인사는 물론 일반 관객의 눈까지 사로잡을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공연이 끝난 뒤 내드름 국적과 내력, DVD자료를 구해달라는 문의가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뮤직페스티벌인 후지락 페스티벌 아트 디렉터 제이슨 마얄씨는 “첫 도전인만큼 철저하게 준비를 해 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언급하며 “K-POP 약진과 더불어 한국 음악에 대한 위상이 높아진만큼 한국의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단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드름 김구대 기획팀장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면 우리의 레퍼토리를 보다 다양화 할 필요가 있고, 외국인 디렉터와의 네트워크는 물론 해외 아트기관 관계자들과의 의견조율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질과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터득하게 됐다”며 “우리의 무대가 울산이나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 =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