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인의 문예지 바구리봉(제39호)
살다보면 황당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최근에 겪은 두 가지 일을 보니 여태 나이를 헛 먹은 것 같네요.
지난번에 전구 속에 물이 들어가는 기상천외한 일을 겪으면 놀랐었는데 오늘은 물에 젖어 망가진 전구를 갈고 새로 설치를 하는 중에 전구가 좀 말랑하다는 느낌이 들어 살짝 힘을 주고 눌러 봤더니~!
아~! 글씨~! 이 전구가 플라스틱이지 뭡니까~!
남들은 모두 아는 일을 저만 몰랐던 것알까요?
물에 젖은 전구를 갈면서도 행여나 터질세라 조심조심 어루고 교체를 했었는데 기가차서 웃음만 나오는그만요.
나이 먹었다고 저절로 알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나 봅니다.
마당 가운데에다가 조명시설을 새로 해서 다가오는 여름밤에 모닥불 피우고 불멍을 할 자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멋있는 장소로 변모시켜 소개 드릴테니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
- 또 하나의 나 -(원본)
옛날 사진 속에는
다 큰놈이 오줌을 싸서
쳉이 뒤씨 쓰고 소금 얻으로 가는
철딱서니 없는 아이가 있다.
- 사진 앞에는
항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허지마라 허지마라 야단법석을 떠는
잘난 어른이 된
사진 속의 아이가 있다.
옛날 사진 속에는
징허게도 말은 안듣고 공부허기가 몸서리나서
저무나 새나 허천나게 뚜두라 맞기 잘하던
개망나니 아이가 있다.
- 사진 앞에는
아그들 공부 못헌다고 네 닮았네 내 닮았네
시도 때도 없이 쎄가나게 생야단만 치는
덩치 큰 어른이 된
사진 속의 아이가 있다.
옛날 사진 속에는
이삔 가이내들 똥구녕이나 쫓아 댕기다가
학교를 댕기니 마니 난리 법석을 허던
바람쟁이 아이가 있다.
- 사진 앞에는
가이내 머이마들이 서로 말만 해도
대그빡에 쇠똥도 안 벳기진 것들이
연애 헌다고 호통치는 어른이 된
사진 속의 아이가 있다.
옛날 사진 속에는
일 허기는 싫고 돈은 많이 벌고 잡아
여개만 나먼 남을 기실라고 대가리 궁굴던
통밥쟁이 아이가 있다.
- 사진 앞에는
세상에 못된 놈들은 종자가 따로 있다고
눈에 쌍심지를 켜는
돈 많고 잘난 어른이 된
사진 속의 아이가 있다. *
(1995년 12월)
- 또 하나의 나 -(해설판)
옛날 사진 속에는
다 큰 녀석이 오줌을 싸서
키를 뒤집어쓰고 소금 얻으러 가는
철딱서니 없는 아이가 있다.
- 사진 앞에는
항상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지 마라 하지 말아라 야단법석을 떠는
잘난 어른이 된
사진 속의 아이가 있다.
옛날 사진 속에는
지긋지긋하게도 말은 안 듣고 공부하기가 몸서리나서
저무나 새나 엄청나게 두들겨 맞기 잘하던
개망나니 아이가 있다.
- 사진 앞에는
아이들 공부 못한다고 네 닮았네 내 닮았네
시도 때도 없이 혀가 빠지게 생야단만 치는
덩치 큰 어른이 된
사진 속의 아이가 있다.
옛날 사진 속에는
예쁜 처녀들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다가
학교를 다니네 마네 야단법석을 하던
바람쟁이 아이가 있다.
- 사진 앞에는
처녀 총각들이 서로 말만 해도
머리에 쇠똥도 안 벗겨진 것들이
연애를 한다고 호통치는 어른이 된
사진 속의 아이가 있다.
옛날 사진 속에는
일하기는 싫고 돈은 많이 벌고 싶어
틈만 나면 남을 속이려고 머리 굴리며
통밥 재던 아이가 있다.
- 사진 앞에는
세상에 못된 놈들은 종자가 따로 있다고
눈에 쌍심지를 켜는
돈 많고 잘난 어른이 된
사진 속의 아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