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도배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진주국제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최두원
너무나 무더운 여름이긴 하지만, 난 2004년 마지막 대학 여름방학생활을 좀 더 보람 있게 보내고 싶어 독거노인 도배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중매체나 언론을 통해서 독거노인의 실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 경험을 해 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찾아 간 곳은 집현면에 거주하고 계시는 할머니 댁이었다. 녹슨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낡고 오래되어 폐가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집이었다.
에어컨 아래서도 덥다고 부채질을 해 대는 이 더운 여름에 조그만 창문하나, 선풍기가 아닌 부채 하나로 이 찜통더위를 이겨나가고 계셨다.
할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마음이 아프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할머니의 방은 두개의 방 사이의 벽을 허물어 하나의 방으로 사용하고 계셨는데, 통풍이 될만한 큰 창문도 없는데다가 수북하게 쌓인 먼지 때문에 도배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
난 도배를 해 본적도 없고, 하는 것을 본 적도 없었지만, 성의껏 열심히 한다면 할머니의 방을 깔끔하게 만들어 드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작업에 몰두를 하였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에서 꿈틀꿈틀 거리는 한 가지 생각들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내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할머니도 아들, 딸이 있을 텐데, 거동하는 것조차도 힘든 할머니를 내 팽겨 쳐 놓고 어디서 무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들로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할머니의 아들, 딸들도 어느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있을 텐데,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고마움은 뒤로한 채 앞만 보고 살아가고 있을 그들이 얄밉기도 했다.
물론, 우리가 묻지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사는 것이 힘들고 절박하다해도 부모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을...
도배작업을 하는 날은 너무나 더웠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나와 함께 봉사활동을 간 우리 P.V 단원들이 할머니의 손자이고, 지식이겠거니 싶어 다들 참고 열심히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위대하지도, 그다지 힘들지도 않은 일이지만, 우리의 작은 힘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뿌듯하고 기뻤다.
도배를 끝내고 달라진 할머니 댁을 바라보았을 때는 나 자신이 참 대견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할머니께서 하얗고 깨끗한 방에서 이 무더운 여름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보내실 거라 생각하니 좋았다. 하루해가 저물고 있을 때쯤 큰일은 아니었지만 보람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이번 독거노인 도배봉사활동을 하면서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닌 '우리'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고, 그 우리를 위해 나 스스로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독거노인과 같은 분들의 생활을 위해 더 후원하고 노인복지를 향해 눈을 돌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 보기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 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옛이야기가 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