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의 시는 무거움이 밀어올리는 가벼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무거움은 다름 아닌 화자의 삶이고, 사과농사를 짓는 ‘추수꾼’의 삶이지요. 화자는 지금 ‘고층사무실 안에서’ 사과를 들고 오는 사무실 여직원을 보며 가벼운 상상을 하고 있지요.
그런 가벼운 상상은 ‘고층사무실’이 주는 무거움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수꾼’의 삶 역시 우리 시대를 생각해본다면, 그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그 무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무거움이 만나 서로 간 교섭하고 넘나들면서 그 어떤 ‘가벼움’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 점에서 거기엔 당연히 화자의 바람, 욕구가 개입되어 있는 셈이지요.
잘 익은 사과와 그 사과를 들고 오는 사무실 여직원의 ‘발그레한 웃음’이 맞물려 있네요. 거기서 상상력은 발동되기 시작한 것이겠지요. 그런 전이, 감염을 시인은 그 어떤 ‘기억’으로 환치시키면서 시의 맛을 내고자 합니다. 그 어떤 ‘기억’은 ‘사과속에 핏줄처럼 뻗어있는 하늘과 물과 바람’으로 인해 ‘스스로 넘치고 무거워져서 떨어지는 웃음’이지요. 나아가 그것은 수확을 한 풍요의 발걸음, 그 ‘발걸음에서 튀어오르는 공기’와 같이 가벼운 발걸음, 그리고 ‘햇빛 과즙’과 ‘햇빛 향기’를 안겨주는 것이기에 ‘발그레한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일 터입니다. 그러니 삭막하기 짝이 없는 ‘고층사무실’을 걸으면서도 ‘땅’과 ‘흙’과 ‘풀밭’을 거닐고 있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입니다.
이 시의 단점이라고 할만한 단순반복-‘어떻게 기억해냈을까’, ‘웃음’ 등-은 시의 경제성의 측면에서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지만 그것조차 시의 맛으로 환치시키는 것은 그런 상상력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그런 ‘기억’의 세부가 ‘발그레한 웃음’을 만들어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재미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이 시의 절창은 3~5연입니다. 무거움이 밀어올린 이 가벼운 상상력의 세목들이 빛나기도 하지만 그것이 또 절묘한 표현으로 연결되고 있으니 뛰어나다고 아니할 수 없네요. 여기서 정현종의 시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정현종의 시들이 의도적으로 가벼움을 노래한 것이라면 김기택의 시는 그 가벼움과 무거움이 교직하면서 나온 것처럼 보여 집니다.
회원 여러분께서도 이런 시 많이 쓰시길 빌면서-
첫댓글 제일 먼저 제가 보네요. 안그래도 해석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선생님께서 제맘 아셨나봐요.. 감사드립니다.
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벼움으로 무거움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우리가 배워야 할 또 하나의 詩作法이라 생각합니다 쉽진 않지만...
와,, 오교실의 회원이라는 특혜...이런거로군요. 오교장님의 해설을 이리 직접 들을 수 있는....(어깨 으쓱~!ㅎㅎㅎ)/ 그런데 전 아직도 어려우니 아직 멀었죠? 그래도 포기 안함^^
그렇군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소리도 쌓이면 무게가 있고 빛도 쌓이면 부피가 생기지 않을까요? 선생님 좋은 말씀 가슴속에 절절이 담아 정말 좋은 시를 써 보겠다는 마음에 보탭니다.
詩가 수준만큼만 보여선지 어렵기만 했는데 해석이 달리니 이해에 도움을 주는군요.
아, 이렇게 해석이 되는 되는 거구나...일단 다시 읽어보고..
감사합니다.
좋은시방에서 옮겼습니다. 다만 김기택 시의 전문이 없어서 서운하지만 제가 올릴 처지는 아닌듯 하여...
선생님 방에 먼저 인사를 드려할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건강은 하신지요. 지난해 여름날 홀연히 나타나 엄청난 폭포처럼 웃어대고 쏟아지는 말을 주체하지 못했었지요.모든분에 죄송했었습니다. 제가 혹연 넘 선을 너머버린 것은 아닌가 회원님 모두에게.. 그러다 소식 두절하고 1년을 살다 이제 또 병의 파도를 타고
그 사이 바뀐 까페를 물어물어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회원에서 삭제되지 않아 이렇게 회원님들을 만나게 되었답니다.5년 간의 투병이 한 없이 저를 추락하게 하지만 해마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언젠가는 모든 분들께 한결같은 제가 되어 서는 날이 오리라 봅니다. 그 세월이 앞으로 몇년이 더 필요할지는 모르지만
절 아껴주시는 회원님들의 기도에 보답하는 그 날까지 용기를 가지고 치료를 받겠습니다. 넘 많은 이야기를 쏟아 놓았네여... 담에 또 글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