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왕국(계 20:1-6)에 관한 고찰

[뉴부산]

천년왕국(계 20:1-6)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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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목 목사(고신대 대학교회 담임, 부경성경연구원장)

들어가면서

계 20:1-6절은 계시록의 내용 중에서 가장 유명한 동시에 성경에서 가장 논란이 심한 구절이다. 단지 계시록 20장의 여섯 절에만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천년왕국(the one-thousand-year reign)은 많은 논란을 이끌어 내었고 아직까지 학자의 견해를 나누고 있다. 특별히 시간 중심의 종말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천년왕국은 직간접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천년왕국은 상징적인 해석을 요청하는가 아니면 문자적인 해석을 요청하는가? 분명한 것은 성도가 그리스도와 함께 천년 동안 다스릴 것이라는 이 예언의 말씀은 박해 하의 요한의 독자에게 큰 소망과 위로가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1. 천년왕국설의 기원

천년왕국설의 근원은 주전 1세기 이후에 널리 유행한 유대인들의 메시아 시대에 관한 생각에서 찾을 수 있다. 유대인들의 메시아 신앙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그러나 그 근본은 언제나 메시아가 와서 이 땅에 새 시대를 세우실 것인데 그 때는 유대민족이 최고의 위치에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AD 100년경부터는 이 땅이 극악하여 메시아가 이 세상에 한정된 기간 동안 통치한 다음에 이 땅에 최후가 임할 것이라고 보았다(참고 바룩 2서 40.3; 에녹 1서 93.3-10).

이 땅에 임할 메시아 시대는 얼마나 지속되는가? 40년, 100년, 400년(창 15:13; 에스라 4서 7.28-29), 600년, 1000년 (시 90:4; 벧후 3:8; 바룩 2서 29.5-6; 바룩 2서 73장), 2000년, 7000년 등 다양한 이론이 있다. 하지만 유세비우스는 천년왕국설을 따르는 파피아스를 몰이해에 기인한 것으로 비판했다(교회사 3.38). 이 천년왕국설이 물질적 복에 너무 기울어지면서, 오리겐 등에 의해서 더욱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참고. 민병섭, 2002:44-45)

2. 천년왕국 이론들

2.1. 전천년주의 (Premillennialism)

전천년설은 사도시대 부터 시작하여 3세기 까지 초대교회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인 견해이다. 이 교리는 ‘바나바의 편지’에 최초로 언급되었으며, 허마, 파피아스, 저스틴, 이레니우스, 터툴리안, 그리고 초기의 어거스틴 등이 지지했다. 이단 케린투스도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를 미래적인 1000년의 통치로 돌린다. 중세 동안 어거스틴의 상징적 해석이 대세를 이루었다면, 17세기의 Johann H. Alsted와 18세기의 뱅겔은 전천년설을 부흥시켰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세대주의적 성경 해석과 종말론이 전천년설의 확산을 촉진시켰다.

계 20:2절의 1000년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chiliasm’ 혹은 ‘thousand-year-ism’이라 부를 수 있다. 전천년주의에 의하면 계 19:11-21절에 주님의 재림이 나타나고 그 직후에 언급된 계 20:1절 이하를 주님 재림 이후의 천년 왕국으로 본다. 즉 계 19장에서 20장으로의 전개를 연대기적으로 본다. 천년왕국이 시작될 때 성도가 부활의 몸을 입고, 천년왕국이 끝날 무렵 최후의 심판이 있다.

전천년주의에 의하면, ‘일천 년 동안 결박하여’(계 20:2), ‘천년이 차도록’(3절), ‘천년동안 왕노릇하리니’(4절), ‘그 천년이 차기까지 살지 못하더라’(5절), ‘천년동안 그리스도로 더불어 왕노릇하리라’(6절), ‘천년이 차매’(7절) 등의 반복적으로 언급된 말씀은 상징적인 기간이라기보다는 상징을 통한 한정된 짧은 기간으로서의 실제적인 기간임을 증거하고 있다.

계 20:1-3절의 천사가 용을 결박하여 무저갱에 던진 사건과 4-6절의 순교자들이 영혼이 살아서 그리스도와 함께 1000년 동안 다스린 사건은 다같이 그리스도의 재림 이후 천상이 아니라 지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 특별히 4-6절은 그리스도의 재림 때 죽은 모든 성도가 육체적으로 부활하여 (첫째 부활) 그리스도와 함께 지상에서 천년 동안 다스리지만, 죽은 불신자들은 1000년 왕국 후에 육체적으로 부활하여 영원한 심판인 둘째 사망을 받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이광복, 1996:31).

하지만 천년 왕국에 대한 전천년주의의 주장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숫자 1000은 문자적이라기보다는 10x10x10으로 완전을 의미하는 10이 3번이나 곱해진 것 즉 온전하면서도 충만한 시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천년주의자에 의하면 계 20:1-6절을 계 19:11절 이하에 나타나 있는 주님의 재림과 더불어 일어난 대심판의 사건과 서로 연속해서 일어난 사건으로 본다.

하지만 이렇게 계시록을 시간적인 흐름으로 보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계 20:5절의 첫째 부활은 전천년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성도의 육체적인 부활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 4절에서 성도가 천년 동안 왕노릇하는 것 즉 성도의 왕 같은 제사장으로 거듭남 즉 영적 부활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둘째 부활은 그리스도의 재림 시에 이루어질 육체적인 부활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천년왕국 시에 성도의 육체적인 부활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전천년주의에서 주장하듯이 천년왕국이 주님의 재림으로 인한 1000년 동안의 에덴의 회복이라면 왜 사단의 놓임과 악의 유혹이 또 존재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환언하면 왜 주님의 재림으로 인한 통치가 과연 불완전한가? 라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천년왕국을 주님 재림 이후로 본다면 이 땅에서 성도가 주님 재림 이전에 누릴 하나님 나라와 신령한 하늘의 복들은 약화되고 말 것이다(엡 1:3; 벧후 1:3).

2.2. 무천년주의 (Amillennialism)

무천년설이 언제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바나바의 편지’에서 기원을 찾는 이도 있고, 오리겐이나 어거스틴에게서 찾는 이도 있다. 무천년설은 19세기 까지 후천년설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은 채 존재했다. 20세기 들어와서 후천년설이 인기를 상실하고 쇠퇴하게 되자 양자가 보다 분명히 구분되기 시작했다. 개혁교회와 루터교회, 정통 장로교회 계통의 보수주의자들이 주로 무천년설을 지지하며 대표적인 학자로는 벌콥, 아브라함 카이퍼, 헤르만 바빙크, 렌스키, E.J. 영, 게할더스 보스 등이다(참고. 목창균, 1994:164).

무천년주의에 의하면 계 20:1-6절이 말씀하는 역사의 전환점은 주님의 재림이 아니라, 주님의 초림,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종말론적인 사건이다(요 12:31; 골 2:15). 주님의 초림으로 사단의 세력은 결정적으로 정복을 당했다. 그리고 주님의 초림과 재림 사이인 천년 왕국 동안에 이 땅에 천국이 건설되고 있다(참고. Charpentier, 1993:72, 민병섭, 2002:45). 천년은 영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유는 계 19장과 20:7절 이하는 모두 상징적인 해석을 요청하는 환상이기에 굳이 20:1-6절만 문자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천사가 쇠사슬로 사단을 결박하고 무저갱에 가두고 그 위에 인봉하는 것을 문자적으로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단이 갇힌 1000년도 상징적으로 보아야 한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교의 묵시 종말론에서는 ‘천년’이 ‘오는 세상’ 혹은 ‘앞으로 도래할 메시아 왕국’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희년서 23:27; 1 에녹 10:4-11:2; 2 바룩 29-30, 39-40, 70-74). 그러므로 묵시적 성격을 띠는 계시록에서도 천년은 메시아 왕국인 천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천년 기간 동안 죽은 신자의 영혼은 천상의 하나님 나라에서 왕노릇한다.

그러나 무천년주의는 이 세상이 점점 더 악해져서 마치 구제불능일 때 주님이 오실 것이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비관론적인 세계관의 문제점이 있다. 이것은 주님의 언약과 십자가와 부활로 이루신 승리를 약화시킨다. 그리고 천상의 그리스도의 현재적인 통치를 초라하게 만든다.

2.3. 후천년주의 (Postmillennialism)

후천년설의 선구자는 4세기의 티코니우스로 보인다. 어거스틴이 티코니우스의 견해를 받아들여 널리 확산시켰다. 그리고 12세기의 플로리스의 요아킴, 18세기의 다니엘 휘트비 (Daniel Whitby, 1638-1726), 감리교 계통의 알미니안 신학자들, 챨스 하지, A.A. 하지, 워필드 등이 후천년을 지지한다(목창균, 1994:159-160).

후천년주의에 의하면 1000년은 무천년설과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기간으로서 주님의 초림과 재림 사이를 가리킨다. 그런데 주님이 오시기 전에 고난 중에서도 낙관적인 천년왕국 즉 복음의 승리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것은 인간의 죄악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주실 언약의 하나님의 역사에 기초한 것이다. 주님이 오시기 전에 복음은 온 세상에 편만할 것이다(참고 계 19:11-21).

그러므로 이 주장은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이 미래의 역사를 결정지운 것을 제대로 드러내는 견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자연재해와 인간의 흉포한 죄악성과 신종 범죄들로 인해서 후천년주의자의 수는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개혁주의 진영에서 여전히 후천년주의적 종말론을 견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3. 계 20:1-6절의 문맥

계 17-22장의 표층 구조를 도식화해 보면 (Beale, 1999:983):

A 음녀 바벨론에 대한 심판 (17:1-19:6)

B 신적 심판자 (19:11-16)

C 짐승과 거짓 선지자에 대한 심판 (19:17-21; 참고 겔 39)

D 1000년 동안 사단의 감금(20:1-3)

D' 성도의 1000년 통치 (20:4-6)

C' 곡과 마곡의 심판(20:7-10; 참고 겔 38-39)

B' 신적 심판자 (20:11-15)

A' 그리스도의 신부의 신원(21:1-22:5)

이런 교차대칭 구조는 간접적으로나 나마 계 20장이 계 19장을 시간적으로 따르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계 20:1-10절의 주제는 3가지이다:

1. 사단이 묶임 (1-3절)

2. 성도의 천년 동안의 통치 (4-6절)

3. 사단의 놓임과 전쟁 (7-10절)

천년왕국이 언급된 계 20:1-6절 바로 앞 계 19:1-8절에서는 음녀 바벨론의 파멸을 보고 찬송이 울려 퍼진다. 그 다음 19:9절 이하에서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가 언급된다. 19:11절 이하에서 요한은 하늘이 열리고 백마 탄 예수님이 만왕의 왕 만주의 주로서 짐승의 세력과 싸우시는 모습을 본다. 이 때 20절에 보니, 거짓 선지자 즉 땅에서 올라오는 짐승도 잡히게 된다. 그리고 패배한 악의 무리들은 유황불에 던져진다. 이 단락을 주님의 재림의 모습으로 굳이 볼 이유가 없다. AD 30-70년 사이의 복음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바로 뒤 계 20:7절에서 천년이 찼을 때 사단이 놓여서 곡과 마곡의 전쟁을 일으킨다. 그러나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사단을 소멸한다. 마귀는 불과 유황 못에 던진다. 백보좌 심판과 둘째 사망이 언급된다. 이것은 요한 당시의 문맥에 기초해 있으면서 주님의 재림을 모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계 20:11-15절이 주님의 재림을 언급한다면 계 20:1-6절의 천년왕국은 그 이전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한 계 20:10, 14, 15절에서 불못이 최후의 심판의 장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계 20:1절과 3절의 무저갱(심연, the abyss, the bottomless pit)은 최후의 형벌의 장소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무저갱은 사단의 활동이 약화될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 20:1-6절의 천년왕국도 먼저는 요한 당시의 관점에서 보되, 주님의 재림까지 내다보는 것으로 볼 수 있다(참고. 후크마, 1986:307).

4. 계 20:1-10절 주석

계 20:1절의 천사는 예수님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계 10:1; 18:1 참고 12:7). 예수님이 가지고 계시는 열쇠와 쇠사슬은 예수님의 주권을 상징한다. 한 가지 대조는, 계 9:1절에서 사탄은 무저갱의 열쇠를 잠시 ‘받았으나’(신적수동태), 예수님은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지고 계신다(1:18). 여기서 용-옛 뱀-마귀-사단을 결박한다는 말 자체가 상징적인 표현임을 분명히 밝혀준다. 부활-승천하신 주님은 사단을 통제하시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계신다.

계 20:2절에서 사탄이 묶인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사탄이 이미 패배한 것을 가리키는 동시에, 미래적으로 주님의 재림 시에 있을 완전한 파멸을 내다보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천년왕국은 사단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승리의 기간이며 복된 기간이다. 요한 1서 3:8절에서 예수님의 오심-지상 사역을 마귀의 일을 멸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한다(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지 않고야 어떻게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그 세간을 늑탈하겠느냐 결박한 후에야 그 집을 늑탈하리라 마 12:28-29; 눅 11:20-22). 이 세상을 미혹하여 잠시 왕자가 된 사탄은(요 12:31; 14:30; 16:11) 하나님 나라를 대적하나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현재적인 그리스도의 왕권으로 결정적인 파멸을 당한다.

눅 10:18-19절에는 70인 제자들이 사역을 마치고 보고할 때 사단이 하늘에서 이미 떨어졌다고 말씀한다. 눅 10장의 사건은 오순절 성령이 오시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의 사역으로 이미 사단의 권세가 파멸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사탄의 결정적인 묶임은 구약-옛 세상의 체제-시스템의 파멸에서 분명해 진다(롬 16:20). 왜냐하면 승천은 선재하신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는 것인 동시에 오순절 성령의 부어주심(Pentecost)과 AD 70년 사건(holocaust)으로 곧 바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오순절 사건과 AD 70년 사건은 임박하게 적용된 주님의 승천사건이다.

이제 사탄은 복음이 증거되는 것을 막지 못하여 결국 만국을 미혹하지 못한다(계 21:3). 하지만 사탄은 여전히 활동한다. 그의 활동이 제한적이라는 말이다. 신적 수동태가 이것을 증명한다. 1000년은 10x10x10으로서 충만하고도 완전한 기간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하지만 무한대의 시간이 아니라 한정적임은 1000이 20장에서 6회 사용된 것에서 상징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000년이 지나면 사단이 잠시 반드시 놓이기에 무한정 기간은 아니다. 여기서 1000년이 상징적이지만 한정적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왕권이 교회를 통해 이 땅에 시행되는 기간인 주님의 초림과 재림 사이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3절의 마지막의 “반드시 잠간 놓이리라”는 신적 수동태를 통해서, 하나님의 경륜 속에 사탄의 활동이 있을 것을 강조한다. 사단이 더 이상 만국을 미혹하지 못한다는 말씀은 교회의 복음 증거의 사역을 사단이 막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복음이 사단을 물리칠 것이라는 말씀이다. 만약 사단이 다시 모든 민족을 현혹하여 교회와 복음의 대적이 된다면 지상명령을 이루는 성령과 교회는 실패한 공동체로서 천상의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를 수행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사단이 이전에는 강하게 열국을 미혹한 때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 때는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 이전으로서 열방이 무지와 어두움 가운데서 구원의 빛을 보지 못한 때이다. 구약의 경우 이스라엘만 언약의 동반자로 세움을 입었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든 열방이 어둠 속에 거했다.

그러나 주님의 초림으로 사단이 결박되어 무저갱으로 던지심으로써 사단의 영역이 무너지는 곳에 천국의 임함이 분명해 진다. 이것은 계 12:7-9절에서 사단이 하늘에서 쫓겨나는 것과 동일한 사건이다(후크마, 1986:307; 필립 휴스, 1990:305-306). 열방이 이새의 뿌리이신 예수님에 의해 구원받고 주님에게 소망을 둘 것이다(롬 15:12).

사단이 결박된다고 해서 그의 모든 활동이 멈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단의 활동이 제한된다는 의미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충만히 임한 후에 즉 상징적인 1000년이 찬 후에 사단은 하나님에 의해 잠시 놓일 것이고 미혹하는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사단이 1000년 왕국 중에도 이런 일을 계속하고 있기에 무언가 새롭거나 강력한 일을 할 것이라고 볼 이유는 없겠다.

계 20:4절의 보좌들(복수 계시록에서는 24장로의 보좌들을 가리킨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24장로로 상징되는 신구약의 전체 교회가 그리스도를 통해 왕의 신분을 받은 것을 말씀한다(마 19:28; 눅 22:30; 계 1:6). 24라는 숫자는 구약의 제사장의 24반열을 상징하기에 역시 교회의 제사장 직분을 내포한다. 교회의 왕권은 하늘의 보좌로부터 받아서 이 땅에서 시행된다. 이것은 교회의(왕같은) 제사장적인 특권 즉 예배의 상황과 불가분하다(벧전 2:9). 교회가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영적인 일로서, 지상명령에서 밝히듯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상을 가르치고 제자삼는 것이다(마 28:18-20). 하지만 이런 영적인 왕권의 시행은 교회가 준비되어 있어야만 제대로 시행된다.

그것은 말씀으로 살다가 죽을 각오가 필요하고 하나님 이외의 다른 그 무엇에게 절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을 준비됨이다. 그리고 그 시행 범위는 삶의 모든 영역이다. 비록 신자가 순교를 당하여 육체적으로는 죽임을 당해도 ‘살아서’ 즉 중생하여 영적으로는 하늘의 교제를 언제나 누리면서 생명을 즐기게 된다(빌 1:23; 고후 5:8). 주님의 재림 전에 죽은 성도는 그 영혼이 보좌로 올라가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에 동참하고 있다.

계 20:5절의 ‘첫째 부활’은 주님의 재림시의 육체적인 부활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성도의 영적인 승귀를 의미한다(참고. 겔 37:12; 엡 2:5-6; 5:14; 골 3:1; 민 19:11-12). 이 첫째 부활은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하는 것이며 재림시의 최후의 부활에 선행한다. 그러므로 그 나머지 죽은 자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통치하는 특권을 박탈당한 자로서 불신자를 가리킨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은 언약의 세례를 통해서 이다(롬 6:4). 환언하면, 첫째 부활은 우리가 주님을 믿어 중생하는 것이며 하나님과 연합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도의 신분의 복 즉 왕이요 제사장이 되는 것이며 거룩하고 복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 하늘 보좌에 함께 앉히셨다(엡 2:5-6).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에게 있어서 첫째 부활을 보증하는 것이기에 주님에게 일어난 것은 곧 우리에게도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교회와 머리되신 주님의 신비로운 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나머지 죽은 자들’은(요한 당시에 죽은) 불신자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계 20장의 천년왕국과 그것에 동참하는 사람의 현재적인 측면을 간과하는 것은 명백한 주석적 오류이다. 이들은 하나님 나라의 왕권에 참여하지 못한다. 물론 성경은 최후의 부활-둘째 부활을 언급한다(요 6:38-40, 44, 54; 행 24:15; 살전 4:14-17).

계 20:6절의 둘째 사망은 14절이 보여주듯이 하나님의 원수들에게 가해지는 총체적이고도 최후의 멸망과 심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첫째 사망은 무엇인가? 모든 육체는 한번 죽음을 맛보아야 한다(히 9:27). 이것은 한 사람이 일생을 마감한다는 차원을 너머서 첫 사람 아담의 죄의 영향이 전 인류에게 미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전 15:22). 하지만 첫째 부활은 마지막 아담이신 예수님 안의 부활 생명과 관련된다(고전 15:45 이하).

계 20:7절의 ‘천년이 차매 사단이 옥에서 놓일 것’이라는 말씀은 사단이 무수히 많은 부하를 거느리면서 다시 힘을 쓸 것이라는 의미로 표층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단의 최종적인 심판을 의미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잠시 놓여서 하나님 나라를 최후로 발악하면서 대적한다면 사단의 최후 역시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단이 놓임 받아서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정복 사역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묵시수사학적인 기법으로 볼 수도 있다(참고. Sharpentier, 1993:79).

계 20:8절의 사단에 의해 조종되는 불신 세력인 ‘곡과 마곡’은 통속적으로 몇몇 세대주의적인 前천년주의자들에 의해 소비에트 연합(러시아)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과 관련하여 대환난 기간에 일어날 미래적인 것으로 설명된다. 물론 그들은 이스라엘의 아마겟돈(므깃도) 전쟁을 이것과 관련짓는다(계 16:16). 이것은 감람산 강화의 대환난 개념에 대한 오해에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하지만 요한은 여기서 겔 38-39의 환상을 인용하고 있다. 에스겔의 이 환상은 주전 2세기 마카비가 시리아를 이스라엘 땅에서 패배시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곡과 마곡은 사탄의 사주를 받아 하나님을 대적하는 이방나라를 상징적으로 가리킨다. 여기서 우리는 곡과 마곡을 역사적-지리적으로 구체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이들은 땅 사방에서 오기 때문이다(계 20:8; 민병섭, 2002:207). 하나님은 그의 심판과 진노로 곡과 그 무리를 엄습하여 멸망시킬 것이다: “이와같이 내가 여러 나라의 눈에 내 존대함과 거룩함을 나타내어 나를 알게 하리니 그들이 나를 여호와인줄 알리라”(겔 38:18-23; 39:7-8). 사단은 시대마다 인간을 모아서 하나님을 대적해 왔으나 그 시도는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계 20:9절에서 ‘사랑하시는 성읍’은 새 예루살렘성 즉 교회를 상징하는데(히 12:22) 이것은 천년왕국 중에도 존재하기에 현재적인 동시에 미래적인 것이다. 즉 종말론적인 공동체이다. 비록 새 예루살렘이 곡과 마곡으로 상징되는 교회의 대적에게 포위되지만 어떤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요한은 설명하지 않고, 대신 즉각적인 하나님의 개입으로 전쟁이 종결될 것으로 본다. 하늘에서 불이 내려 악인을 심판 할 것이라는 표현을 가지고 노아 홍수가 아니라 세상은 불-핵전쟁으로 망하게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것도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심판의 격렬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참고. 마 13:36-43).

계 20:10절에서 둘째 짐승 즉 땅에서 올라오는 짐승(계 13:11)을 거짓 선지자와 동일시한다. 이 구절에서 요한은 다시 불과 유황못이라는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일차적으로 그 당시의 교회의 대적에 임할 철저한 심판을 설명한다.

참고로 계 20:11-15절은 주님의 최종 파루시아 때의 미래적인 심판의 장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마 25:31-46절의 내용과 간본문성을 보인다(참고. 단 7:9-10). 여기서 요한은 배교한 유대교나 이방 로마세력과의 싸움이 그의 독자들에게 최후의 싸움이 아님을 주의시키고 있다.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이 받을 영벌을 묘사하는 둘째 사망과 불 못이 15절에 나타난다.

나오면서

천년 왕국 논의는 여전히 합일점을 보지 못한 이슈이다. 그러나 계 20:1-6절을 주석하고 전후 문맥을 고려하면서 그 상징주의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요한이 의도한바 즉 무천년적 후천년주의를 파악할 수 있다. 천년왕국은 요한의 독자에게만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모든 성도에게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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