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이 있습니까?
1966년 가이드 포스트에 최초로 게재된 이야기입니다.
한 작은 학교에서 성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 성극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연극 감독 럼바드(Miss Lumbard)는 ‘요셉’과 ‘마리아’ 등 성극에 출연할 배역을 정하고, 좀 모자라는 9세 ‘윌리’에게는 만삭의 몸으로 아이를 낳을 방을 찾아다니는 마리아와 요셉을 매몰차게 몰아내는 여관집 주인의 역할을 맡겼습니다. ‘윌리’에게는 단 한 번 "빈방 없어요'"라는 대사만 하면 되는 배역이었습니다.
연습이 다 끝나고 성탄절이 되어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연극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요셉과 만삭이 된 마리아가 ‘윌리’의 여관에 들어와 다급하게 빈방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윌리’는 매몰차게 ‘빈방 없어요.’라고 말하면, 될 것을 우물쭈물 말이 없었습니다. 좀 모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관객들이 조그마한 소리로 '빈방 없다고 해'라고 말해도, 윌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배우가 대사를 잊어버렸을 때, 대사를 상기 시켜주는 프롬프터가 보다 못해서 “윌리야, ‘빈방 없어요’라고 말해”라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마침내 정신을 차린 윌리는 "빈방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서는 요셉과 마리아를 보고 윌리는 “요셉, 가지 말아요! 마리아를 데리고 제발 돌아와요! 빈방이 있어요! 내 방을 쓰면 되잖아요?”라고 울부짖었습니다.
윌리의 갑작스럽고 엉뚱한 행동으로 연극은 중단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 윌리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을 받은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먼 길을 만삭이 된 아내 마리아와 함께 여행한 남편 요셉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사람도 자신의 방을 기꺼이 내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매년 이 이야기는 이 마을에서 반복되었고 미국 전역과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마침내 한국에도 1980년 한 신문의 칼럼에 소개되었고, 이후 ‘빈방 있습니까?’라는 연극과 뮤지컬로 제작되어 매년 연말이면 셀 수 없이 많은 교회와 공연장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