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홍에 살면서 누리는 사치가 몇가지 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절대 꿈도 못 꾸었을 것들.
첫번째는 꼭두새벽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것.
저는 늘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근했기때문에 이른 아침 출근을 해야했습니다.
두번째는 늘 사람들과 편안하게 보이차를 마실수 있다는것..
이제는 정말 술보다는 차가 더 좋습니다. 차마시면서도 밤샐수 있습니다.단 좋은 사람들이랑 말이지요.
세번째는 비록 월세이긴 하지만 넓은 집에서 산다는것, 그것도 한폭의 그림같은 들녘과 남나산을 앞마당처럼 거느리고 있다는것입니다.
네번째는 저렴한 가격에 안마를 받을수 있다는 것.
오늘은 징홍에서 누리는 사치중에 안마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한번 받는데 할인해서 30위엔입니다.
요즘 사람들이라면 거의가 다 그렇겠지만 저도 목, 어깨, 허리가 좋지 않습니다.
특히나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더욱 심해지곤 합니다.
그럴때면 맹인안마소에 가서 안마를 받습니다.
안마를 해주시는 분들이 대부분 맹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곳 분들이 아닌 멀리 신강에서, 다른 지역에서 온 분들입니다.
처음에 안마를 받을땐 그저 낮잠을 자곤했었는데
요즘은 이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합니다.
이렇게 소통을 시작한 것이 이런 계기였습니다.
저는 에어컨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켠 곳에 5분이상 있으면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래서 안마를 받을때도 당연히 에어컨은 켜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 안마를 받는 나는 편안하게 가만있으면 되는데, 안마를 해주시는 분은 덥기도 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에어컨을 켜고 저는 얇은 담요를 덥습니다.
그날 이후로 신장에서 온 아저씨는 제게 할말이 많아졌습니다
집안이야기, 고향이야기,..
제게 물음도 많아졌습니다.
몇살이고 결혼은 했고 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고향이 그립지 않느냐고..
이렇게 친구가 되었습니다.
고향이 신장인데 7월에 집에 다니러간다고 같이 가자고 합니다.
자기 고향은 하미과와 포도가 정말 맛잇다고 여기 과일은 과일도 아니라며 자랑이 대단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러마하고 빈 대답을 했습니다.
7월은 나무야가 바쁜 달이라 자리를 비울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말 머지않아 저 혼자서라도 아저씨 고향에 가볼생각입니다.
늘 안마를 받으면서 좀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고맙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제 성격이 잘 만족할줄 모르고 항상 모자란것같고, 비관적입니다.
이런 제가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요즘 "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님이 쓴 수필집을 읽었습니다.
참 따뜻하고 좋은 글들이여서 처음 책을 읽기시작하여 잠시도 놓고싶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다리가 불편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비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동정, 편견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이 던지는 불편한 시선들, 혹은 무조건적인 동정심에 얼마나 많이 마음 다쳤을까 안타까움도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어디가 아픈 사람에게 먼저 마음이 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굳이 동정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몸이 성하건 불편하건 다들 모자라고 부족한 곳이 있고 사람들은 그곳을 서로 채워주면서 친구가 되고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몸이 불편하건, 마음이 불편하건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저는 늘 마음을 열어두고 싶습니다.
신강에서 온 두아저씨는 눈대신 손으로 귀로 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안마해주다보면 피부가 하얀지 까만지, 나이도, 날씬한지 뚱뚱한지도 다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생겼냐고 물었더니 나이는 스물다섯, 까무잡잡하지만 날씬하고 예쁜 아가씨같다고 했습니다.물론 아저씨는 저 기분 좋으라고 그랬겠지요
아무튼 기분좋았습니다.
요즘은 안마 받으러 갈때마다 작은 간식거리들을 사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아저씨한테 다음에 올땐 간식 더 많이 사가지고 올거라고 했더니
" 아이구 열여덟이라고 해줄걸.." 그래서 우리 모두 까르륵 까르륵 시원하게 웃었습니다.
더위에 지친 마음까지 시원한 안마를 받은 기분입니다.
징홍아니면 어디에서 이렇게 마음까지 안마해주는 친구를 만날수있겠습니까?
가끔 지친 몸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두아저씨와 친구가 되어서 좋습니다.
징홍에 오면 꼭 두아저씨한테 안마 받아보세요
첫댓글 선영씨의 징홍소식에 내 마음은 흔들립니다. 잘계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china님도 잘 지내시지요?
마음 안마라...
술의 여신과 차의 여신의 논쟁에서 차의 여신이 승리 했구먼. 해도 가끔은 술 여신도 위로 하심이.
그럼요 가끔은 술로 위로삼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죠?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번1월초 중국으로해서 라오스 들어가기전 들려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