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湖) 알혼섬 1박2일
2018. 08. 15(수)~16(목)
둘째 날 / 8월 16일(목)
또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이른 아침 산책길에 나선다. 지난 밤 술을 안 마시고 잠을 푹 자서인지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마을 어귀를 지나 호숫가로 향하는 길목에 세르게(Serge)라고 불리는 나무 기둥이 세워져 있다. 세르게는 우리의 장승과 같은 신목(神木)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만 다른 것은 ~
장승은 사람 머리 모양인데 반해 / 이곳 세르게 기둥 양쪽 끝에는 바이칼 호수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의 모습인 / 오물을 형상화했다.
그런 즉
상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물들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 그것은 곧 우리와 닮은 꼴인▼부랴트인 그들의 샤머니즘적 사고방식에서 비롯했다.
오물(Omul)은
바이칼 호수에서 서식하는 연어과 어류이다. 바이칼 호수를 제외하고는 북극해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러시아 연방에서 허가를 받은 사람만 어획이 가능하다.
이렇듯 해외여행을 통해 단지 아름답고 멋진 풍경뿐만 아니라 / 내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며 / 새로움을 알게 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을 때 ~ 비로소 얻게 되는 진정한 여행의 참맛이 아닐까 한다.
▼ 호변(湖邊)에 도착했다.
수평선이 선명하게 드리워진 바이칼 호수의 풍경은 과히 일품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에 시선을 빼앗기며 그 움직임을 따라 조용히 걷는다.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고 기쁨이 넘쳐난다. 이렇듯 만보의 '만보 걷기'는 나를 일으켜 세운 내 영혼의 샘이자 내 인생의 스승 같은 역할을 해준 무척이나 소중한 도구이다. 이렇게 유유자적 즐기며 부르한 바위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섰다.
거침없이 떠오르는 태양의 붉은 기운 흠뻑 머금은 호변(湖邊)의 풍경이 멋스럽다. 먼 길 찾아왔다고 쉬어가라며 내게 주는 바이칼 호수의 선물인 듯 하다.
시선을 돌려 부르한 바위를 바라본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의 기운을 받아선지 바위가 점점 더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검둥개 한 마리가 어딘가를 바라보며 땅바닥에 털퍼덕 주저앉는다. 무언가를 골똘히 응시하면서 어떤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하다. 동물도 생각과 감정이 있을까? 싶은...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하고 정겹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검둥개는 부르한 바위 바로 앞으로 쏜살같이 내려가더니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살랑살랑 ~ ~ 치며 주위를 서성이는 모습이다. 아마도 매일 이른 아침에 즐기는 검둥개의 산책코스가 아닌가 싶다.
두 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부르한 바위는 아시아 대륙의 9개 성소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의 독도를 연상케 하는
부르한 바위의 부르한을 우리말로 해석하면 불함과 같은 밝은 지도자를 뜻하는 단군을 의미한다. <육당 최남선의 불함 문화론>
또한 <한국·중국·일본과 몽골>
책자에 보면
한국인과 부랴트 몽골인의 DNA 비교 분석을 통해 한국인들은 고대에 바이칼 호수 동부지역에서부터 흑룡강 중·상류 일대에 이르는 동몽골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 지역은 13세기에 나타난 징기스칸이라는 인물로 인해 몽골이라는 명칭으로 고정됐다.
그에 근거한 그 때문에 우리 민족의 시원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을 한다.
부르한(Burkhan) 바위 앞 언덕에 세워져 오색천을 매단 13개의 세르게(神木)는 마치 부르한 바위를 호위하고 있는 듯하다.
숙소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여행 일정표에 따른 일행들과 함께 부르한 바위를 또다시 찾아 갔다.
부르한 바위 양쪽에는 호변이 형성되어 있다. 왼쪽은 모래사장 호변이고, 오른쪽은 자갈 호변이다.
모래사장 호변에는 옷을 훌훌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 뜨거운 여름날 마치 바닷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갈 호변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며
행복해 하는 일행들의
모습에 나 또한
그저 좋기만 하다.
으랏차차 ~ 동심으로 돌아간
물수제비 뜨기 놀이
지구상의 호수 중 가장 투명한 바이칼은 시베리아의 진주 또는 시베리아의 푸른 눈으로 불리며, 수심 가시 거리가 최고 40m 아래까지 이른다.
이처럼 맑고 깨끗한 것은 새우와 닮은 '에피스추라'라는 작은 갑각류(甲殼類)가 오염물질을 여과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이칼 호수는 신성한 기운이 가득해 호수에 손을 담그면 5년, 발을 담그면 10년, 몸을 담그면 30년 젊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누군가 넌지시 귀뜸해 준다.
어느덧 60줄에 접어든 이 나이에
10년 만 젊었어도... 아니 5년 만 젊었어도 아무 망설임 없이 지금 이곳 차디찬 호수의 물에 내 온몸을 풍덩 ~ 담궜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행했던 과거를 살펴볼 때 분명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발을 담그는 것으로 만족하며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 <만보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바이칼은 호수 이름이 아니라 / 피의 영혼의 이름이죠 / 바이칼 ~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오고 /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그리워한 곳 / 오래 꿈꾸어도 물결 소리 들리지 않으면 / 영혼이 머물 수 없는 곳 ~
- 신대철 시집 <바이칼 키스> -
부 록 ▼ 간단 양념
바이칼 호수에 풍덩 뛰어들어 바이칼 하게 온몸을 담그고 싶었던... 그래서 지난 시간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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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7월 백두산 천지에서 다이빙을 한 후 여유있는 모습으로 포즈를 취한 만보 ▲ 그것도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뛰어 들었던... 이제 와 생각하니 쓰잘데 없는 객기를 부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암튼 그렇다고 치고 / 당시 천지 물이 어찌나 차갑던지~~~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이 오싹오싹한 느낌을 느끼게 된다.
첫댓글 그 열정에 감사합니다 ^^
큰형님을 알게 된
그 인연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