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꾸는 쫓기는 꿈 혹은 도망치는 꿈…쫓아가는 꿈
출판사를 운영하면 자주 꾸는 꿈이 있다. 쫓기는 꿈, 도망치는 꿈, 차량으로 질주하는 꿈 등이 그것이다.
누군가에게 쫓겨 혹은 무엇인가를 피해 건물 옥상이나 산꼭대기 같은 곳에서 뛰어내려 허공을 날아 건너편 꼭대기로 간다. 그런데 자꾸 가라앉아 높이 오르려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쫓겨 도망치는데 발걸음이 마음대로 안 떨어지는 꿈도 있다. 또한 누군가를 힘껏 때려야 하는데 마음만 앞설 뿐 손이나 발이 말을 안 듣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쫓아가는데 아무리 힘주어 달려도 따라갈 수 없는 꿈, 오토바이나 승용차를 타고 신나게 질주를 하는데 한참 가다보니 내게는 운전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안해하는 꿈이다.
꿈해몽가 ‘산수도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신의 경쟁자나 적에게 쫓겨서 도망 다니는 것은 자신이 추진하는 일이나 계획이 어긋나거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란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강하거나 현재 여건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쫓아가서 잡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이나 계획이 잘 풀리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쫓아가기만 하고 잡지를 못했다면 자신이 기대한 것보다 성과가 조금 미흡할 수 있다.
다만 꿈에서 쫓기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 있다는 의미다. 과도한 부담감이나 걱정이 꿈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은 것이다. 특히 사람이 아닌 귀신이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뭔가에 쫓겼다면 이러한 심리적인 이유로 꿈을 꾸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출판사를 하면서 나는 무언가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출판사 운영 13년차인데 이렇다 할 인기 있는 책을 못 낸 탓이다. 수없이 기대하고 또 수없이 허물어진다. 정말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북한산 인수봉을 허무는 일처럼 느껴진다.
요즘 내는 책마다 기대를 한다. 책 내용이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무모한 도전을 하였다.
우리나라 등단 시스템을 통해 등단한 수필가가 수필집을 출간하였을 때, 순수 독자가 구매하는 수필집은 일 년 동안 채 열 권이 안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공모를 통해 기획출간을 하였다 해도, 출판비 수백만 원은 날리기 십상이다. 가난한 출판사로서는 지극히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순수 ‘수필집’으로서는 처음으로 민혜 수필가의 수필집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를 기획출간 하였다.
독자에게 철저히 외면당하더라도, 출판사로서는 민혜 수필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싶었다. 더구나 나 역시 수필가여서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 수필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도 생각하였다.
'아, 수필이 이런 묘미가 있구나.'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수필집도 독자에게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고, 충분히 판매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픈 바람이었다. 그래서 결국 수필가들이 좀 더 치열하게 수필을 쓰는 데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다.
솔직히 내 수필을 기획출간(출판사 비용으로 출간) 투고를 하면, 받아주는 출판사는 단 한 군데도 없을 것이다. 이는 수필로서 내용의 문제라기보다 그만큼 수필 독자가 없다는 뜻이다.
인터넷에서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를 검색하니 ‘기획 수필 1호, 미치게 재미있다’라는 포스팅 제목이 노출되었다. 가슴이 덜컹하였다. ‘아니 이런 수필을 기획출간?’ 하는, 조소 섞인 포스팅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선입견도 트라우마 일지도 모르겠다.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는 이 독자 표현처럼 미치게 재밌기도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삶을 눈물 나도록 아름답게 천착(穿鑿)해 가는 매력도 있다.
이제는 거침없이 도망치는 꿈을 꾸고 싶다. 쫓아오는 사람이 한 발을 뛰면 나는 네 발 다서 발을 뛰며 날아가듯 달리는 꿈을 꾸고 싶다.
허공에서 마음껏 뛰어내리고 시원하게 날아가 내가 원하는 곳에 내려앉는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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