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경북을 사랑하는 문학인들에게 고합니다!
지난 3월 29일에 대구에서 소위 대구작가회의와 경북작가회의 일부가 모여 통합대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나는 공지를 통해 통합대회 대구 개최를 알게 된 3월 26일부터 3월 29일까지 누차에 걸쳐서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이중기 지회장과 대구작가회의 회원 몇 분에게 적법한 절차에 따라 통합을 추진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경북작가회의 일부 회원들을 동원하여 통합대회인가를 열고 경북작가회의의 정통성을 계승한 통합을 완성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나는 아래와 같이 네 가지 이유를 들어 통합의 불법성을 지적하며, 그에 관계한 자들에 대하여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첫째로, 향토 경북의 고유성과 지방자치 정신을 무시당하고, 경상북도 지방문학의 대구 대도시 예속화를 초래하였습니다.
경북은 경북이고 대구는 대구입니다. 원래 대구는 경상북도에 속한 일개 시였습니다. 광역시로 독립하면서 주민 구성과 생활 모습, 문화가 대도시화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대구는 도시적인 문학 풍토가 형성되었고, 경북은 소도시와 농촌사회가 가진 기존의 보수성을 기반으로 한 문학 풍토가 온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북과 대구에 사는 문학인들이 추구해야할 민족문학의 가치는 일정한 차이를 가집니다.
대구에 그냥 두어도 될 경상북도청을 안동-예천 지역으로 이전하는 까닭은 대구와는 질적으로 다른 경상북도만의 정서적, 문화적, 산업적 고유성 때문입니다. 그에 반하여 경북작가회의가 도로 대구로 통합해 들어간다니, 문학의 중앙집권화를 거부하며 지방문학의 정체성을 수립하고자 노력하는 많은 문학인들의 순수한 뜻에 거역하는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회의 이러한 행태는 상급인 <한국작가회의>의 정신에도 위배됩니다. 차후에 같은 질문을 할 것인 바, <한국작가회의>의 집행부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합니다. 또한 본회원인 나의 회비의 반인 6만원이 통합 쪽에 가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둘째로, 통합 추진의 목적과 정당성이 없습니다.
통합 절차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경북 쪽에 대하여 절차에 따른 추진을 주문할 것을 요구한 나의 메일에 대해, 대구작가회의의 대표적 인물인 모씨는 답신에서 “경북작가회의 운영이 어려워서 어떻게든 통합을 하는 것이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 경북작가회의 쪽에서 통합을 제의하여 1년여의 기간을 두고 논의했으며, 대구와 경북에서 각 5명씩 통합추진위원을 선정하여 일을 추진하였다”라고 하였습니다.
통합 추진의 목적이 겨우 “운영이 어려워서”, “어떻게든 통합을 하는 것이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니, 이 게 말이 됩니까?
이 말은 결국, 지난 6년 동안 경북작가회의 집행부 임원들이 운영을 잘못했다는 말이 아닙니까? 특히 운영이 어려워진데 대한 책임이 있는 이중기 전 지회장이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통합을 먼저 제의하다니,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운영이 어렵다면, 공지와 총회 소집을 통해 중지를 모아 활성화의 방안을 찾아야지요. 통합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으면, 회원 모두에게 널리 공지하고, 충분한 협의, 토론을 거쳐야지요. 민주주의는 과정의 정당성을 담보합니다. 그랬다면 이런 분란이 없었을 거고, 이 좋은 봄날에 이런 불편한 격문을 쳐 올리지 않을 것 아닙니까.
이중기 지회장의 답신을 보니, 간고한 가내 사정 때문에 1년 동안에 걸친 통합 추진에 관여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는데, 그렇다면 통합을 추진할 실세는 누굽니까?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그들이 왜 나와 모 여류시인을 철저히 왕따 시켰는지, 모든 회원들에게 두루 연통하는 민주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지 전직 지회장이 책임을 지고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작년 가을에 카페 편집실에 경북작가회의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올리고, 역시 가을에 영천 백신애문학제 뒤풀이에서 이중기 지회장 권선희 사무장, 이종암, 임술랑, 김재순 등 여러 회원들 앞에서 경북작가회의의 쇄신을 주장하였습니다. 그 때도 집행부와 참석자들은 통합에 관해 전혀 내게 입도 벙긋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3월 12일에도 <경북작가회의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글을 올려 회원 여러분들의 참여를 독려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반응이 집행부나 회원들에게서 없었습니다.
그 때는 꿈적도 않던 사람들이, 이번 통합에는 31명이나 찬성하다니, 경북작가란 이름으로 문학하는 것보다 대구경북이란 이름으로 문학을 하는 것이 훨씬 문화적이고 품위가 높다는 것인지 아닌지 묻겠습니다. 대구에서 발행되는 일간지에 발표가 자주 있을까요? 회원들의 참여도가 낮아 이중기 지회장이 통합을 먼저 제시할 정도로 안 되던 운영이, 통합하고 난 다음에 찬성파 개개인이 어떻게 열성으로 참여하여 활성화 될지를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셋째로, 민주주의가 훼손당하였습니다.
경북작가회의는 사조직이 아니라 공조직이므로, 반드시 회칙에 의거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운영이 되어야만 합니다. ‘작가회의’에 붙는 ‘회의’란 말 그대로 회원들의 의사가 제안, 토론 등의 민주주의적 방법에 의해 펼쳐진 다음에, 회칙에 정해진 통합 또는 해산에 관한 의결 정족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3월 29일 아침에 이중기 전 지회장이 카페에 공개한 답신에서 “절차에 문제가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라고 한 바와 같이, 통합 추진이 전혀 민주주의에 부합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나 역시 3월 26일 카페 공지사항 난을 통해 비로소 통합에 대하여 알았지, 전혀 메일, 전화, 인편 등으로 연락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 여류시인에게도 해당합니다.
대구작가회의에 중진인 모씨는 답신에서 “작년 4월부터 거의 1년간 본격적인 추진과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대구 측에서는 이미 4번의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전체 회원들의 승인을 얻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1년 동안 나와 모 여류시인은 철저히 소외당하였습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까? 10년 동안 회원으로서 회비 꼬박꼬박 내고 회지에 글 안 빼먹고 낸 회원에게 할 짓입니까? 만약 이 왕따가 모측의 음모라면, 그들은 결코 문학인일 수 없습니다. 문학인과 검은 음모를 병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원으로서의 나의 권리가 침해, 무시된 점에 대하여 이중기 전 지회장에게 항의하였는바, “회원으로서 임무는 제대로 했나요? 아니, 조금이라도 했나요? 제가 봤을 때 그건 전혀 아니네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통합을 추진한 자가, 그에 항의하는 회원에게 대하여 적반하장 하는 이 현실이 참담합니다.
그리고, “회비 내역 공개? 이 문제 정말 공개 한번 할까요?”라고 했으니, 조속한 시일 내에 회비 내역을 문서로 모든 회원에서 개별 통지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가 누구였나요? 회원은 회비 사용에 대해 알 권리가 있습니다 법적으로.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면서도 소수를 존중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합니다. 회원이 아예 회원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다수결이 아닌 사적 연통으로 갖는 찬성률은 무의미합니다. 이미 법적인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넷째로, 회칙에 따른 통합 찬성 의결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회칙에, 통합과 같은 중요한 안건이 통과할 수 있는 정족수가 과반입니까 2/3입니까, 이중기 전 지회장님과 권선희 전 사무장님.
친절하게도 어느 회원이 3월 29일 대구 통합대회 이전에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통합을 찬성한 회원이 18명이라고 합니다. 그 중 본회원은 12명으로 40%이고 지회원은 6명으로 16.7%입니다. 경북작가회의 회원이 본회원 30명, 지회원 36명으로 계 66명이니 찬성률이 27.3%입니다. 명예회원이 아니라 회비 내는 회원인 나는 전혀 통보 또는 공지 받지도 못하였습니다.
대구작가회의는 4번의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통과되었으므로 통합에 적법성을 가지나, 경북작가회의는 일부 주동자들 간에 비밀리에 추진되었으며, 공지와 협의 절차 그리고 총회도 없이 사적으로 받은 18명 27.3%의 찬성률은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과반수에도 미급합니다.
또 친절하게도 어느 회원이 3월 29일 소위 대구 통합대회에 직후에 나에게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모씨가 경북 쪽에서 22명이 참석하고 10명이 위임장을 보내 계 32명이 찬성하였다는 메일을 보내 왔다고 합니다. 이것도 역시 명예회원이 아니라 회비 내는 회원인 나는 전혀 통보 또는 공지 받지도 못하였습니다.
32명이나 통합대회에 참석했으니, 이젠 끝났다고 쓰리 쿠션 치셨나요 모씨? 천만에, 불법성을 새삼 확인시켰습니다.
대회 찬성 32명은 본회 20명으로 66.7%, 지회 지회 12명으로 33.3%이며, 총계 참석 찬성률은 48.5%으로 과반수 미달입니다.
또한 현장 참석자 중 김현숙은《한국작가회의 2014》 회원 명단 수첩에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구 통합대회 참석자는 31명이고 참석률은 47%입니다. 또한 정식 위임장을 보내지도 않고 “못 간다”라고 연락한 그냥 전화조차 <통합찬성위임장>으로 잡아 공적인 통합 근거로 하였으니, 통합에 찬성율이 더욱 낮아져서 법적 정통성에 하자만 더해집니다.
대구는 도시적이어서 민주주의 절차를 모두 거쳤고, 경북은 시골이어서 유신과 5공 독재처럼 주동자 몇몇이서 제멋대로 독재해도 된다는 것입니까? 그게 바로 도시 문학인과 시골 문학인의 의식 수준의 차이 아닌가요?
대구의 대표적인 문학인들 몇 역시 결코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구작가에 대표적이며 양심이라고 여기는 네 사람에게 절차상에 비민주성을 지적하고, 온전한 통합을 위해 일단 통합대회 연기하고, 형식적으로라도 민주적인 절차를 밟도록 촉구한 후에 정식으로 대회를 열 것을 당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렇게 된 것, 양해하시지요’라며 대회를 강행한 것은, 대구작가회의가 갖는 절차상의 합법성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반쪽 불법성을 용납한 반민주주의적인 작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진실로 우리의 향토 경북을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문학인 여러분!
문학이, 민족문학이 어떻게 변질하여 가는지를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를 깊이 새깁니다.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주장은 원칙과 근본입니다. 원칙과 근본이 존중 되어야 정의가 바로 서고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 아름다워집니다. 문학의 본질은 정의입니다. 정의에 뿌리하지 않은 문학은 곡학아세 하는 감정의 유희일 뿐입니다. 원칙과 근본을 무시하여 정의를 버리고 부화뇌동하는 문학인들이 얻는 것은 결국 정신적 허무입니다.
전번에도 말했듯이,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들은 우리 향토 경북을 사랑합시다. 다시 뜻을 모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먼저 다음 카페로 「경북민족문학작가회의」를 개설하였고, 경북민족문학의 재건에 뜻을 새롭게 갖는 문학인들이 모여 방향을 의논하고자 합니다. 5명 이상만 되면 시작하겠습니다. 곧 정중한 발기문을 뜻을 함께할만한 분들께 통지하겠습니다.
정의는 한 때 간고하나 반드시 바로 섭니다.
2014년 4월 7일 안동에서 산백 박 희 용 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