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돌아보면 스승 아닌게 없고, 스승 아닌 사람이 없음을 아는 나이가 됐다. 산책길 에서 만나게 되는 낯설지 않은 분들의 환한 미소. 서울역 주변을 들렀던 날 술냄새 풍기며 내 곁으로 다가서던 노숙자의 힘없는 눈빛. 동네 길에서 만나는 아가엄마의 사랑 가득한 눈빛, 엄마 품에 안긴 아가의 향기. 말 한마디 없어도 얻게되는 뭔가는 언제든 있기 마련이다. 지금 생각나는 나의 가장 위대한 스승은 유학파 타일공 청년 현우 어머님이시다.
열두살 어린 나이에 유학에 꽂힌 아들의 설득에 홀로 유학생활을 하게했던 현우어머니. 현우가 유학을 하던 산호세, 팔로알토 라는 곳을 지나면서 공부 하고있을 현우를 생각 했었다. 어느학교를 다니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단지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미국에서 홀로 지내게 되면 친구들의 유혹을 견뎌 내야 할 일이 무척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는것. 하지만 자기 중심이 선 아이로 자라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얘길 해 주는게 다 였다. 등치좋은 청년으로 자란 현우, 힘이 무척 센 건강하고 건장한 쳥년 현우. 어떤 경우에도 법에 저촉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고 어떤 유혹도 뿌리치며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가장 힘들게 떨쳐냈던 유혹이 마약에 관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때가 있었다. 이미 마약에 빠진 친구들이 무작정 파티에 초대하고 막무가내로 다가 오는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했다.
성적좋은 유학생들에게 대 기업의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던 시대가 있었던 걸 안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 한국에서 자라고 공부한 젊은이들과 사고방식이 완전히 달라져 있는 유학파들을 스카웃 하는 기업이 줄어들고, 유학파들이 설 자리가 없어져 간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렸다.
취직보다는 자기 사업을 해 보겠다고 도움을 청하던 아들에게 그 어머니는 흔쾌히 해 보라고 허락을 했다.
사업자금? 간단명료하게 대답을 하는 어머니. 뭔가 시작하면 무조건 잘 될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하게 되는데 세상은 자기 뜻대로 순탄하게만 가 지는게 아니더라. 뭔 일을 하더라도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 라는 충고와 함께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건넨 어머니.
"이건 너의 결혼자금이니 최선을 다해 사업을 해봐라. 사업자금으로 주는게 아니라 너의 결혼자금을 주는것이니 알아서 해라."
어떤 사업인지 난 모른다. 하지만 그 사업이 잘 못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때 어머니는 나에게," 처음 시작한 사업이 승승장구 했으면 세상 무서운것 모르고 기고만장 하겠지? 실패도 해 봐야지 "
하던 사업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어머니는 단 한마디 싫은소리 하지않고 아들이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실패한 아들이 마음아파 할 게 더 걱정 스러웠을게 분명하다. 열두살 때 부터 홀로서기를 했으니 생각이 한국인의 그것과는 무척 달랐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혼자 해결하려 했고 부모님께 더 이상의 부탁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의 아들을 지켜봐야하는 우리네 부모들에게 이야기 하고싶다. 현우 어머니의 묵묵하게 지켜만 볼수있는 그 마음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그 순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어머니, 말씀 드릴게 있습니다. 새로운 계획이 생겼어요. 어떤것 보다 사람의 손을 대체 할 수 없는 일을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성공 할 확률이 높다는 걸 알았어요. 그동안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지금부터 타일공이 돼 보려합니다."
이미 타일공이 될 작정을 하고 수업을 받고 있던 터 였다. 함께 유학했던 친구와 함께 의기투합 해서 이미 기술자 대우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 때 하루 임금을 2십5만원씩 받으며 일을 한다고 한걸 보면....
열두살적부터 유학가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이 타일공을 하겠다고 하면 보통의 엄마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적성이 맞고 안맞고를 떠나 지금까지 들인 유학자금부터 생각하게 될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하루종일 땀 흘리며 중노동을 해야하는 아들에게 흔쾌히 승락할 부모님이 분명 흔치는 않을것 같았다.
딸만 길러본 나로서는 정확하게 어떨지는 말 할수는 없지만. 그 어머니는 달랐다. "난 너를 믿으니까. 네가 결정한 일이면 엄마는 응원할게. 뭐든 열심히 해봐." 어머니의 대답이었다. 열심히 타일공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는 사업구상을 하고있다는 현우. 세계 어느나라에 가서도 같은 일을 할수있어 제대로 된 기술자가 되면 전망이 밝다는 현우. 앞으로 사업을 해야 하므로 뭐든 기회만 되면 배우기를 자청해 주변 사람들의 신임을 얻어가고 있다. 타일공 임금이 이십오만원 일 때, 새로운 기술을 배우게 되면 8만원의 임금만 받고 또 다른 일에 도전하며 경쟁력을 키워간다고 한다. 돈을 내고 배워야 할 일을 8만원이나 받으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걸 행운이라 여기며.
지금은 몇가지의 기술을 습득 했을까? 선진문화에 길들여진 청년이 한국 사회에서 부딪칠 일이 무척 많지않을까.
지금쯤은 이미 사업구상을 끝내고 실전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힘든건 회사에서 나오는 일을 하청 받아 하고있는데 바로바로 현금지급이 되지않을 때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런일을 거듭하게되면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낼거라 생각한다. 단순 노동(노가다)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 머리를 쓰며 일을 하고 있을 테니까.
세월이 좀 흐르고 나면 젊은 사업가로 변신 해 있는 현우를 만나지 싶다.
결혼요? 당연히 했죠. 이미 부모님께 결혼 자금을 받았으니 미국식으로..... 알콩달콩 재미있게 잘 살고 있는 유학파 타일공 현우, 오늘의 내 스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