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離巢)

[사람사랑]

손자국이 남도록 품은 둥지

흘러간 날수만큼 작아진 부모 품속

웅지 펼칠 수 있는

저들만의 너른 세상 찾아 떠났다

삼십 년 살았든 아들 방

결혼하고 오래 있어 봐야 하루 이틀

자식 걱정 내려놓으시라는 듬직한 말

넓어진 어깨가 미더워 마음이 흔흔하다

명절 다음날

하루 저녁 자고 간 딸내미 방

부모 걱정하는 자상한 잔소리만 맴돌아

어릴 적 체취만 고스란히 남았다

손 매듭 사이로 빠지는 휑한 마음

좀 더 있다가 가지

하룻밤 더 자고 가지

그 말 입에서 맴돌다가 꿀꺽 삼킨다

밑돌 하나씩 뽑아 자식 둥지 괴어

찬바람 막을 수 없는 둥지

부모 걱정하는 한마디 빳빳이 풀 먹여

곰삭은 마음 틈새에 한 올씩 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