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같은 겨울비가 촉촉히 내리고. 나즈막이 내려앉은 하늘은 아늑하다. 차한잔을 마시며 목성균 수필집 '누비처네 '를 펼친다. 어제밤 늦도록 식당일을 돕고 눈을 부치는둥 마는둥하고 신새벽 출근길에 들때는 고단하기 그지없었는데... 따뜻한 차한잔과 억지스럽지 않게 잘써진 문장들은 잔잔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시간들로인해 어쩌면 삶은 향유하기 나름이고 공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목성균의 수필은 그림처럼 묘사된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이다. 까맣게 잊고 살던 과거를 정서의 원천으로 돌아가게 해 주며 세파에 찌든 마음자락을 정화시키고 순화시켜서 성의껏 살면서 안분지족을 느낄 수 있는 힘을 준다. 좋은책을 만나고 서비스 대상자가 신장투석받는 시간에 짬짬히 책을 펼칠수 있어서 감사하다.
첫댓글 읽으면서 예쁜 우리말들이 있어서 좋았어요, 노루잠, 등걸잠,따비밭, 부등가리 등.....
소재도 일상용품에서 가져오고 군더더기 없이 유려한 문장도 좋았어요. 시골 고향을 잠시 생각나게도 했고
아련한 유년의 기억도 따라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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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도처에 절창의 명문장도 좋았습니다.
산맥에 비해서 사람의 세월과 기억 같은 것은 너무 작고 허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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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은 일로 인해 궁리에 차 있는데 바라지 않는 식객처럼 오는 눈은 눈이 아니다.
사람들의 기대감을 저버리는 법 없이 아주 양순하게 혹은 운명적인 모습으로 오는 눈이 '첫눈'이다.
아버지의 참을성이 국가의 형편처럼 슬퍼서 커피맛에 목이 메는 것이다.
사람 사는 것이 다랑논 부치는 일 같아야 한다.다랑논은 삶의 원칙 같다.
세찬 소나기가 골짜기를 무자비하게 유린 하는 동안 날은 저무는 것 처럼 어둑해진다. 소나기는 개와 사람을 축생과 인생이 다~중생일 뿐이라는 불계의 실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꽃은 어느 자리에 처하든 간에 그 자리를 분복으로 알고 저만한꽃을 성의껏 피운다.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풀꽃만치도 모른다.
위글은 지난 2월 어느날, 누비처네를 읽다가 페이스북에 올린 단상을 옮겨다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