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지난달 이태리를 다녀온
슬로푸드한국협회
김원일 사무총장으로부터
아주 좋은 선물을 받았다.
“슬로 메디신”(slow medicine)
의사와 심리학자 3인이 공저한 책인
서문을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 회장이 쓰셨다.
슬로 메디신은 요즘 내가 화두로 잡고 있는 주제기도 하여
선물을 받고 너무나 기뻤다.
아직 책을 완전히 읽진 않았으나.
이 책을 홍보하는 전단도 함께 들어 있어서
책의 방향을 어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전단에서는
슬로메디신은 분별력 있고, 존경받고, 공정한
의료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
2011년 결성한 단체라면서
다음과 같은 의료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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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력 있는] :
무언가를 더 많이 한다고 해서
건강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의 공유와
공공 보건의 지속성은 강한 연관성이 있다.
[존경받는] :
사람들의 삶과 건강에 관련된 가치, 기대 그리고 갈망은
다양하며 불가침의 것이어서
그들의 모든 선택과 결정은 이해되고 나누어져야 한다.
[공정한] :
모든 시민들이 적절한 양질의 의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자원의 분배에 있어서 불균형과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의료는 슬로여야 한다. 왜냐하면
● 보건의료의 운용에 따른 욕구와 실천에 있어서 [다양성]을 획득하고 존중하며
● 진찰과 치료에 있어서 [시간]과, 전문가와 환자 사이의 [관계의 질]에
가치를 두고
● [일상생활의 의료화를 배격]하고 모든 증상과 불편과 싸우는 데 약물에
호소하지 않으며
● 경제적 환경적 자원에 주의를 기울이며 치료받는 환자와 환자의 선택을 존중하고는 것과, 과학에서 드러난 유효성의 개입 사이에 [공정한 균형]을 찾는 의학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로 우리나라처럼 의료처럼
“빨리빨리”가 심한 나라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패스트 메디신에서도
가장 패스트한 나라일 것이다.
며칠 전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경우, 19개 진료과의
외래 진료시간은 환자 1인당 평균 4.2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속성 진료는 의료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환경이나 식습관에 원인이 있을 경우
흔히 간과될 수 있으며,
그간의 언론 보도 사례를 보면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하면서 인체의 좌우를 착각하여 엉뚱한 수술을 하기도 하고
투약 잘못으로 심지어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패스트 메디신에서는 당연한 갱년기도 병으로 치료해야 하며
때로는 가족관계나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우울증도 약물로 치료하려는 경향이 심하다.
이러다간 부끄럼이나, 게으름도
병으로 이름붙이고 약물로 치료하려 들지 않을까 두렵다.
우리 나라에서
슬로 메디신이 받아들여지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전까지는
국민 각자가 알아서
자신의 몸을 챙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