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따로, 밭 따로?
농업에 유기농업과 관행농업이 있듯이
의학에도 자연의학과 현대의학이 있다.
관행농업은
현대의학의 원리와 상통하고
유기농업은 자연의학의 원리와 상통한다.
농업과 의학은 같은 철학에 의해 움직인다.
관행농업과 현대의학은 병의 원인이 병원체에 있으므로
병원체를 죽이거나 없애면 자연히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유기농업과 자연의학은 병의 원인이 병원체가 아니라 환경에 있다고 본다.
병은
환경이 병원체가 서식할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환경을 바꾸면 병원체는 자연히 소멸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고추밭에 탄저병이 생기면,
관행농업하는 사람은 탄저균에
의해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여 농약을 살포하고,
유기농업하는 사람은 탄저균이 생긴 원인을 따져보면서
배수, 통풍, 거름, 온도 등을
개선하려 든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현대의학자들은 결핵이란 결핵균에 의해 생기므로
결핵균만 죽이면 결핵을 고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의학자들은 결핵이란 병이 일어난 환경에
그 원인을 찾는다.
영양섭취, 주거 및 근무 여건, 과로 등을 개선하려 든다.
이처럼 유기농업은 자연의학과 한뿌리이고
관행농업은 현대의학과 한뿌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몸이 아플 때 유기농업을 예찬하는 사람이
현대의학에 의존한다든지
관행농업을 예찬하는 사람이 자연의학에 의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농작물을 돌보는 일이나 자신의 몸을 돌보는 일이나 매한가지이다.
유기 농업을 하는 농부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다면,
몸이라는 밭에 농약을 뿌리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원래 온 세상은 유기농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계의 발달,
비료와 농약의 개발로 인해 관행농업이 급속도로 팽창하자
사람들은 마치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듯
‘유기농업은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
관행농업이 생산성이 매우 높고 효율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기농업 선구자들의 각고의 노력과
관행농업으로 인한 폐해들이 널리 알려지게 됨으로써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야 유기농업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연의학도 유기농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한때 세상은 자연의학이
주류였다.
그러나 병이 병원체에서 비롯된다는 파스퇴르의 실험 이후
병원체를 죽이는 특효약이 발명되면서
자연의학은 유기농업처럼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둘 다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되면서 고난의 길을 걸었으나
유기농업은 복권이 된 반면,
자연의학은 아직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음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년 전 귀농하였을 때 내가 농촌에서 본 현실은,
농약을 치며 평생을 뼈빠지게 모은 돈을
노년에는 이로 인해 생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모조리 갖다바치는 어이없는
일들이었다.
유기농업에 평생 헌신해 오신 분이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는 모습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적어도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사람만큼은
자연의학의 원리가 유기농업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몸을 잘 돌보는 사람이 농사도 잘 지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림 출처 : www.Natura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