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강을 위한 4대 종단 공동 기도회가 상주 회상 모래벌에서 열렸습니다.
원래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던 곳은 상도 촬영지였지만 관에서 동원 된 사람들이 먼저 행사장을 점령하고 있어
부득히 자리를 옮겼습니다. 정부의 곤고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고 정부의 대응방식이 드러난 자리였습니다.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각처에서 오신 많은 성직자와 주민들이 함께한 뜻깊은 행사였으며 기도회는 깊은 울림과 여운을
가지고 회향되었습니다.
공동결의문
강은 그대로 흘러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세상의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며 지난날 탐욕과 이기심에 빠져 악업의 굴레를 이어갔던 사실에 진실한 참회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자 이곳 낙동강변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대자연이 가져다 준 ‘생명평화의 순리’와 ‘상생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석음, 분노, 탐욕의 독심에 빠져 내 이웃과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훼손하며 살아왔습니다. 산을 뚫고 물길을 막는 것이 내 몸의 뼈를 깎고 혈맥을 막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장의 욕심과 편의를 위해 방관해왔던 우리의 안일함이 엄청난 환경재앙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강은 생명체입니다. 인간의 헛된 욕망을 정화하고 새와 물고기 등 생명을 잉태하고 보존하는 생명 그 자체입니다. 한 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힘든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이 강의 줄기를 막고 보를 쌓는 것은 강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순환 고리를 끊는 살생의 과정이며, 어떠한 경제적 논리로도 대신할 수 없는 무거운 죄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많은 종교인들과 환경단체, 그리고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목 놓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 또한 이러한 까닭에 있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주지하고 있듯이 4대강 개발 사업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 바 있는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이며 국토의 생명줄인 강물을 인위적으로 가둬 결국 우리가 딛고 있는 대지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무모한 국책사업입니다. 제대로 된 환경 평가나 예산심의 조차 없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여하는 4대강 사업은 과거에 해왔던 여러 국책 사업과 달리 국토의 근간을 흔들고 자연의 본성을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가 이미 재앙입니다.
이러한 재앙을 수수방관한 우리 종교인들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합니다. 종교도 제 구실을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교조차도 경제 논리에 함몰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현 정부의 무모한 개발 정책에 대해 이토록 무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무서울 게 무엇이 있어 수수방관만 하겠습니까. 적어도 세간 사람들과는 달리 인간다운 삶의 한 버팀목은 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에게 생명 · 평화에 대한 수호는 종교적인 의무이자 도덕적인 요청입니다. 이제 이러한 종교인의 소명에 따라 생태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 지금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풍경들이 우리 발아래에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다음세대에 올 사람들은 우리를 향해 그 집행자이며 공범이며, 방조자라고 부를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간절히 요청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민심을 외면하고 저버린다면 우리 종교인들은 온갖 불의로 점철된 4대강사업을 전국 곳곳의 사찰, 교회, 성당, 교당에서 모든 종교인들이 온 국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끝까지 저지해 나갈 것임을 결의합니다.
2010년 3월15일 종교환경회의
사진출처 -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