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이미지

[로브그리예]

A가 등장하는 꿈은 암시다.

시야가 한정된 풀섶 사이로 난 황톳길을 따라 그와 걷는다. 걷는다란 가치중립적 표현말고, 찾아 앞으로 전진한다. 진한 녹색으로 뒤덮인 풀섶은 고흐의 그림같은 처연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일자적인 완고함을 흘린다. 바람에 흔들리며 파고를 만드는 앞도적인 풀빛, 발밑 황톳길은 너무나 정직한 의미를 가로지른다. 저를 따라 가세요. 길의 마지막은 약간 둔덕을 이루며 얕은 분지를 드러낸다. 균일하게 깔린 안개 사이로 축구장처럼 넓다는 자각이 나레이션으로 울리면서, 나와 A는 서로를 바라본다.

크래이터군.

A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