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에 반야사 법당 계단 앞에 국화씨 하나가 불시착 했습니다. 돌사이를 비집고 여린 초록이 얼굴을 살짝 내밀더니 10월 초 한송이의 꽃을 피웠습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오니?' 요망지게 뿌리를 내리고 계단 초입을 차지한 국화꽃이 조금은 걱정스러워서 자꾸 눈이 갔습니다. 법당을 오르내리며 국화꽃의 안위를 확인하며 무사히 잘 커주기를 응원했는데 어느덧 11월 말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간 몇번에 걸친 법회와 49재, 합동천도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누구 한 사람에게도 밟히지 않고 당당하게 잘 자라준 국화꽃이 참 대견 합니다. 아마도 울 신도님들 계단을 오르 내리며 잘 크라고 축원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이렇게 살아야 하는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당당히 꽃을 피워내는 국화를 보며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오니?'가 아니라 낡은 옷에 예쁜 브로치를 단 것처럼 계단입구를 예쁘게 장식해 주며 오가는 이들을 위해 예쁜미소와 행복을 전해준 국화꽃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지금 있는 곳이 어디든 있는 그 자리에서 꽃피워라 있는 그 자리에서 행복하라 피는 꽃은 아름답지만 지는 꽃은 거룩하고 아름다워라 마음의 눈으로 보면 삼라만상이 부처 아닌것이 없다는데...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올 해도 여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