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평화를 빕니다.
미라회소식지를 통해 매년 여름피정이 있는것은 알았지만 우연한 계기가 되어 저희가족은
언니가족과 함께 피정에 참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세상의 일로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에서 일단은 떠났습니다.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는
비가많이 와서 걱정을 하였다는데 2박3일 피정기간동안 큰 비는 없었고 오히려 산을 타고
내려오는 멋진 구름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아주 가벼운 보슬비로 더없이 운치있고 아름다운
성심원을 마음에 담아 올 수 있었습니다.
설레이는 첫 만남, “여러분은 사랑으로 서로 종이 되십시오”(갈라5.13b)라는 주제로 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형제자매님들,, 처음 뵙는 분들이었지만 한 곳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라는 생각에 쉽게 친숙해 질 수 있었고 서로에게 배려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슙(되돌아오다)과 자유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신 정장표 레오수사님의 편안한 강의와
참회예절 시간을 통해 제 안의 어둠을 가만히 바라보고 사제에게 저의 어둠을 고백하여 주님께
밝혀주시기를 청하고 미사 후 새사제의 안수를 통해 주님께서 창조해주셨던 제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간듯이 가벼운 마음이 들었고 떠나기 전 무거웠던 마음의 짐도 많이 내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새벽6시 성당의 종소리로 둘째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잠자리가 바뀌어 깊이 잠들지 못했지만
맑은 종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면서 집을 떠나 먼곳으로 피정을 왔다는 기분을 느낄수 있고
새소리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아침기도를 위해 성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오후에 시설소개를 받았고 조별로 가정사와 요양원방문을 하였습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거동이 불편하신 중증환자들이 계신 곳이었는데 우리가 예전에 감기를 앓고
나앗다고 계속 감기환자를 불리지 않듯이 예전에 한센병을 앓으셨을 뿐 지금은 완치되신
이곳의 어르신들은 한센병환자가 아니라는 직원분의 설명을 듣고 바라 본 이분들은 그저
우리 주위의 많이 아프신 할아버지 할머니였습니다.
성심원하면 늘 떠오른 이사야서의 말씀.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 맞았다. 그는 고통을
겪고 병고를 아는 사람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우고 피해 갈 만큼 멸시만 당하였으므르 우리도
덩달아 그를 업신여겼다.
그런데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 주었으며, 우리가 받을 고통을 겪어 주었구나. 우리는
그가 천벌을 받은 줄로만 알았고 하느님께 매를 맞아 학대받는 줄로만 여겼다. 그를 찌른 것은
우리의 반역죄요, 그를 으스러뜨린것은 우리의 악행이었다.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 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주었다....."
긴 시간 육체의 고통과 저를 비롯한 사회의 잘못된 편견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힘드셨을
병상의 어르신들에게 주님의 자비와 사랑을 청하며 짧은 만남을 뒤로 하였습니다.
저녁에 성체강복 후 전체 친교의 시간에서는 처음 참석한 제가 조장을 맡았는데 많이 도와 주셔서
저희 조도 무사히 발표를 마쳤습니다. 준비하는 시간도 짧았고 변변한 소품도 갖추지는 못했지만
모두 정성을 다했기에 부족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많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새 마지막 날 아침. 성심원이 태어난지 50년이 되었다는 뜻깊은 올해 파견미사를 마을
가족들과 함께 드리며 제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하였고 사랑의 나눔이 이어져 계속
새로워지는 기적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성심원 마을 가족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미사 후 피정기간 동안의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슬라이드로 감상하고 나눔의 시간을 가졌는데
이곳에 와서 변화된 자신들의 느낌을 진솔하게 나눠주시는 모습을 모두 공감하며 점점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옴을 아쉬워했습니다.
사부님께서는 역겨웠던 나환우와의 만남이 단맛으로 변하면서 회개의 생활을 시작하셨지만 우리가
같은 방법으로 회개를 할 수는 없고 살아가면서 역겨워하고 껴안지 못하는 것을 기쁘게 껴안을 때
회개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수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과연 내가 껴안지 못하고 역겨워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기쁘게 안아야 할 떠오르는 수많은 일들, 사람들....
솔직히 아직도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뒤뚱뒤뚱 부끄러운 모습의 저이지만 한걸음 한걸음
떼어봅니다.
피정 내내 사람과 자연을 통해 당신의 현존을 느끼게 해주신 주님어머니의 사랑으로 함께
해주신 성모님
당신으로 인해 모인 우리를 지극한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셨을 사부님
겸손한 모습으로 헌신적으로 깊은 배려를 해주신 수사님
궂은일 마다않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지청원소 수사님들
휴가를 피정으로 보내는것에 흔쾌히 동의해준 사랑하는 우리가족
2009년 여름 추억의 자리에 함께하신 130여명의 형제자매님들....
모든분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동정의 마음은 가까이 있을때는 생기고 멀리 떨어지면 곧 잊혀지지만 사랑의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생각나게 되고 애틋하다고 하셨죠?
성심원에 우리 모두의 사랑과 주님의 축복이 경호강처럼 마르지않고 끊임없이 흐르기를 바라고
주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내년에도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며 멀리서 저의 사랑을 전합니다.
-2009년 가을호 제113호 성심원 소식지에 실린글
부부함께 일산다미아노형제회원이신 하현정 크리스티나님은 형제회회계봉사도 하고 계십니다.
가족함께 2009년 성심원미라회 여름피정에 참석하신후 피정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