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박승민 살아 있는 구간으로 박영근 작품상 수상
일시: 2016년 5월 7일(토)
장소: 부평구청 대회의실
주관: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
후원: 부평구문화재단
살아 있는 구간
박승민
버릴수 없는 것을 버릴때 진짜 버리는 거다
길은 끝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끝날 때 비로소
끝난다.
그 살아 있는 한 구간만을 우리는 뛸 뿐이다.
저의 몸이 연필심처럼 다 닳을 때까지 어떤 흔적을 써보는 것인데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부여받고 평생,
눈밭에서 제 냄새를 찾는 산 개처럼 킁킁거리다가
자기 차선과 남의 차선을 넘나들며 가는 것이다.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기기 전까지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차올라오는 파도처럼
자기를 뒤집기 위해 자기 목을 조우지만,
눈밭에 새긴 수많은 필체 중 성한 문장은 없고
잘못 들어선 차선에서 핏덩어리로 뭉개지고 있는 몸.
쏟아 붓는 백매(白梅)는 얼굴에 닿자마자 피투성이 홍매(紅梅)로 얼어붙는다.
자신의 영정(影幀)을 피하듯 모두들 눈길 옆으로 붙지만 이 신랄한 현장이 현실이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버릴 수 없는 것을 버릴 때까지
보석이 아니라 보속의 언덕에 닿기까지
남의 차선과 자기 차선을 혼동하며 가는 것이다
유족도 없이 혼자 장지까지 가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