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중시계 : Howard Railroad Chronometer
케이스의 형태는 약간 틀리지만 링고의 Howard와 가장 비슷한 제품의 사진입니다. 링고의 Howard와 다른 점은 케이스 베젤과 크라운 부분입니다. 그 외에 다이얼의 형태나 시침, 분침 및 케이스백의 형태는 동일합니다. 사진의 제품은 coin-edged bezel(빗살무늬)을 하고 있으나, 링고의 Howard는 plain bezel(무문 토기..^^*)입니다. 1915-1917년 경에 생산된 제품이며 공식 명칭은 Howard "Series 11" 16 size 21 Jewel "Railroad Chronometer 입니다.
1. 구입기
2003년 2월 혹은 3월 경으로 기억됩니다. 옥션의 시계 게시판에 한 참 이런 저런 글을 올리던 시절입니다. 2002년 10월경 Vacheron Constantin의 필수영양소(Essensial)에서 시작된 시계공부는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깊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그들의 조상인 회중시계로 향하게 했습니다. 옥션에도 드문드문 앤틱이나 빈티지 회중시계들이 올라오긴 했으나 케이스가 14K나 18K일 경우에도 무브먼트는 15 혹은 17석의 소위 ETA급의 기계식 회중시계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제품이 올라왔는 데, 회중시계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상태에서도 링고는 이 시계의 무브먼트 사진에 아주 뿅가 버렸습니다. 당시 링고는 수동 무브먼트 Top Plate의 Bridge 모양에 아주 미쳐있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무브먼트의 발전과정과 Bridge의 아름다움에 대한 글을 쓰고 있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이 아직도 준비중인 "명품 무브먼트 열전"의 모태입니다...^^*
판매자도 시계 설명에서 자신이 많은 회중 시계를 올렸지만, 이 넘은 좀 특별한 넘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회중 시계 역사 사이트를 제시하며 그 곳에도 올라 있는 시계이며 시계의 가치가 1000 달러에 육박하는 명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의 안내에 따라 그 미국 사이트를 구경하고, 아예 그 참에 링고는 회중시계 중에서 미국의 Railroad Chronometer에 대해 2-3일간 아주 푹 빠져 버렸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회중시계의 매력에 푹 빠졌으며, 정말 하나쯤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러나, 싸구려 15석이나 17석의 평범한 무브먼트를 가진 회중시계가 아닌, 21석 이상의 아름다운 브릿지를 가진 Railroad Chronometer로 하나 소장하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판매자가 외국의 회중 시계 전문 사이트까지 거론하며 자랑을 한 터라 싼 가격에 구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고... 100 만원에 육박할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첫베팅으로 20만원이 나왔고 당일로 25만원에 도달... 남은 기간은 자그마치 6일...^^*
링고 역시 이리 저리 조사해 보니 최고가격 800 달러, 평균가격 600 달러 정도에 최저가격도 300 달러 (eBay의 첫베팅 액수..^^*)에 이르는 회중시계중에서는 상당한 고가품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옥션은 빈티지나 엔틱 가격이 상대적으로 외국보다 높은 편이었으며, 특히 크로노미터급의 고급 무브먼트를 가진 회중 시계는 거의 올라오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그 때문에, 몇몇 회중 시계 매니아들이 이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고, 마감을 5일이나 남겨 놓은 상태에서 이미 28만원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조사가능한 최저가격을 베팅한계로 정하는 링고의 기준에 따라 최대 베팅금액 30만원을 정해놓은 터라... 이 시계는 링고와는 인연이 없는 시계로 생각하고 포기할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이미 몇 달간 옥션을 구경해 왔던 링고로서는 아마도 다시 보기 힘들 진정한 Railroad Chronometer와의 작별이 내내 아쉬웠지만... 30만원의 최고 베팅 한계만은 꼭 지키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런 규칙이란 한 번 허물어지면 앞으로 걷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것 저것 충동구매를 하다가는 결국 옥션의 판매자로 등록하게 될 자신의 미래라고 할 지...ㅋㅋㅋ
하여튼, 초반부터의 높은 입찰금액 때문에 30만원 낙찰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재미삼아 어떤 사람들이 이런 시계에 입찰을 하나하는 궁금증에 입찰자들에 대해 조사를 좀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입찰자중 한 분이 그 이전에 올라온 우수한 회중시계에 거의 전부 입찰 혹은 낙찰받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 분이 회중시계 전문가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링고는 그 분이 판매자보다 도리어 전문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판매자분의 게시판에 판매자가 아닌 입찰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결례를 범합니다. 회중시계와 출품된 시계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다소 황당한 글이었습니다. 별로 기대도 하지 않고 나중에 그 분이 구입하게 되면 실물이나 구경해 보기 위해 장난스럽게 올린 글이었는 데... 그 분이 답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판매자가 올린 시계와 그 분에 인용한 미국 사이트의 무브먼트의 사진에 일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미국 사이트의 무브먼트 판매자의 무브먼트 사진과 유사한 사진
즉, 위의 사진을 잘 보시면, 거의 동일한 데 미국 회중 시계 전문 사이트에 자료로 올라 있었던 무브먼트에는 T자형의 브릿지 중간에 원 내부에 별표가 표기된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고, 우측의 사진에는 바로 그 화살표가 없었던 것입니다. 특히, 그 분의 설명에 따르면 그 화살표의 원 내부에 표시된 별표 등이 무브먼트의 등급을 표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우 논리정연한 그 분의 설명에 판매자는 다소 당황하였고, 곧 시계 설명에 사과의 글을 게제하며 입찰자 중 취소를 원하는 사람은 취소를 해주겠다는 글을 올립니다. 입찰자는 내가 질문한 그 분 외에 다른 한 분이 있었는 데, 그 때는 그 다른 분이 28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중이었습니다.
그 일이후 무브먼트 논란 때문에 입찰자들이 없어졌습니다. 링고에겐 의외의 기회가 온 셈이었습니다. 예상밖의 논란으로 28만원에서 입찰이 멈추어지는 바람에 입찰을 포기하고 있던 이 시계에 입찰할 가능성이 생겨난 것입니다. 결국, 마감일 하루전까지 추가의 입찰자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급변하여, 마감을 하루 앞두고 링고는 거의 밤샘을 하여 그 화살표의 차이에 대한 이유를 찾기에 몰두합니다. 결국 링고가 알아낸 것은 저 화살표의 의미는 21석이라는 의미 외에 다른 의미는 없는 것이며 제조 시기에 따라 표시된 것과 되지 않은 것이 있을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일한 무브먼트(11 시리즈의 16사이즈 21석)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제 아무도 입찰하지 않는 이 제품에 링고는 편하게 285,000 원을 입찰하여 링고의 물건이 되었습니다....
2. 시계에 대한 배경 지식
(1) Edward Howard
Edward Howard
영국의 식민지 시절부터 미국에도 시계 기술자들은 있었습니다만... 이들의 대부분은 영국에서 수입한 시계를 수리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미국에서 1800년대 중반에 들어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은 물론 시계 선진국인 프랑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도 아직 시도되지 않았던 통일된 부품을 사용하는 공장제 시계제조방식이 세계 최초로 시작되게 됩니다. 그 후 시계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준 대량생산방식은 영국이나 프랑스 혹은 스위스가 아닌 비유럽권 국가인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며 1930년대까지 미국을 세계 시계산업의 중심에 서게 했던 거대한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주도한 인물의 한 사람이 바로 Edward Howard입니다.
Edward Howard는 미국 시계의 초창기인 1829년부터 Aaron Willard Jr.의 밑에서 시계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1842년에 David Davis와 함께 벽시계 및 밸런스 스케일 제조공장을 차리게 됩니다. 그리고, 1951년 Aaron L. Dennison, Edward Howard, David P. Davis와 Samuel Curtis에 의해 American Horology Company가 창업됩니다. 주도적인 인물들은 Howard와 Dennison이었고,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시계를 제조할 수 있는 호환성이 있는 부품을 사용하는 시계제조에 대한 꿈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계 제조에 기계를 사용한 것이 처음은 아니라 할 지라도 통일된 부품을 사용한 공장제 제조 방식은 시계의 역사에서 바로 이들에 의해 시작된 것입니다. 이들은 1853년에는 회사이름을 Boston Watch Comapny로 변경하고 1854년에는 공장을 매사츄세크의 Waltham으로 옮기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초창기 시계 회사들과 마찮가지로 이들의 동업은 1857년 깨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경리를 담당하던 Curtis가 이 회사의 주인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이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Boston Watch Company가 몇 번의 통합과정을 거쳐 미국 최대의 시계회사였던 Waltham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E. Howard Co.의 직원들이 공장앞에서 찍은 사진 (1881년)
한편, Boston Watch Company를 떠난 Edward Howard는 Boston Watch Company에서 실패했었던 호환성을 가지며, 기계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계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해서 1858년 12월 11일 자본금을 투자한 Charles Rice와 공동으로 E. Howard & Co.를 창업하게 됩니다. E. Howard Co.는 Howard가 디자인한 새로운 무브먼트를 통해그 후 고급 시계를 만드는 회사로 성장합니다. 이때부터 1902년 회사가 회중 시계 케이스를 만들던 Keystone으로 넘어갈 때까지 E. Howard Co.의 시계들의 다이얼에는 "E. Howard & Co, Boston"이라는 문자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E. Howard & Co, Boston
1902년 회사는 "Edward Howard"라는 미국 회중시계 업계에선 고급 무브먼트의 제조자로 유명해진 이름과 함께 Keystone Watch Case Co.로 넘어가게 되고, Howard의 이름은 1930년까지 계속 다이얼에 사용되게 됩니다. Keystone은 그 후 Waltham의 US Watch Co와 New York Standard Watch Company를 합병하여 Waltham Watch Company가 수립됩니다. 이에 따라, 1930년까지는 Waltham에서 만든 시계에 Howard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였으나(Howard Waltham Watch), 1930년 이후에는 Howard의 상표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모두 Waltham의 상표로서만 판매되었습니다. 한편, keystone 시절의 Howard 제품은 다이얼에 "Howard"만 표기되고, 무브먼트에는 "E. Howard Watch Co., Boston. USA"가 표기되게 됩니다. Keystone으로 넘어가기 전에 Howard & Co는 시계 케이스를 만든 적이 없었습니다. 초창기의 미국 시계 산업은 무브먼트 제조자(watch maker)와 케이스 제조자(case maker)가 구분되어 있었으며, 소비자는 시계상점에서 무브먼트와 그에 맞는 케이스를 스스로 선택하여 구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 었습니다. 그러나, Keystone으로 넘어간 후의 E. Howard & Co의 시계는 케이스에 조립된 완성품의 상태로 판매되게 됩니다.
따라서, 엔틱으로 판매되는 Howard는 2가지 종류가 있으며 한 가지는 Edward Howard가 운영하던 시절의 "E. Howard & Co, Boston"이며 다른 하나는 Keystone으로 넘어간 후의 "Howard"입니다.
E. Howard & Company (Boston, MA 1879-1903)
E. Howard Watch Co. [Keystone] (Jersey City, NJ 1902-1930)
(2) Railroad Chronometer
Railroad Chronometer
유럽에서 항해시 경도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Marine Chronometer를 만들어 냈듯이, 미국에서는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의 안전운행을 위해 Railroad Chronometer (약칭하여 RR Chronometer)가 탄생하게 됩니다. 1830년대부터 미국에는 황금 광산이 몰려 있는 서부가 개발되면서 사람들과 물자를 실어나르기 위한 철도가 건설됩니다. 그런데, 1891년 4월 19일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Ohio의 Cleveland로부터 25마일 떨어진 Elyria 부근에서 열차 충돌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동부로 가던 우편열차와 서부로 가던 승객 및 화물열차가 충돌한 사건이었습니다. 아직 선로들이 복선화 되기 전이라 단일 선로를 시간차를 두고 양방향으로 운행하던 시기였던 것입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1891년 4월 19일 아침 No. 4로 알려진 급행 우편 열차가 동부로 가고 있었고, 같은 철로로 승객용 열차가 서부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하이오 클리블랜드로부터 25마일 떨어진 Elyria에서 승객 열차의 기관사와 운전사는 Oberlin의 서쪽의 작은 정거장인 Kipton에서 동부로 향하는 우편 열차를 통과시킬 것을 지시하는 명령서를 받게 됩니다. 승객 열차의 기관사와 운전사가 Elyria역을 출발할 때, 전신을 담당하는 직원(telegraph operator)가 플렛폼에서 기관사와 운전자에게 No. 4가 정시에 거길 통과할 것이니 주의 하라고 주의를 줍니다. 운전사는 자신의 일은 자신이 다 알아서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떠벌리고는 출발합니다. 승객 열차는 운전사의 시계로는 정해진 시각에 그 역을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그 운전사가 몰랐던 것은 그의 시계가 그가 보지 않고 있는 동안 4분 정도 멈추어 있다가 다시 작동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승객열차는 4분 늦었던 것이고, 먼저 도착해서 길을 피해주어야 했던 승객열차는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우편열차와 Kipton에서 충돌하고 맙니다. 그 결과 양측의 기관사들을 외에도 9명의 승객들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열차충돌사고를 조사하고 그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892년 6월 15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Illinois Central Railraod는 시계의 검사 규칙을 발표하게 됩니다. 즉, 열차운행에 종사하는 역무원들은 분기마다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하고, 매주 한 번씩 표준시계와 비교하여 정확성을 검사하도록 하는 조치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 때 열차의 안전운행을 위해 일주일간 허용가능한 오차로 인정된 것이 30초였습니다. 그 후 각 지역별로 Railraod chronometer 규격에 대한 제정이 이루어졌고, 역무원들은 그 규격을 통과한 시계만을 사용하며 주기적으로 시계의 작동을 검사 받고, 주기적으로 각 지역의 표준시계들에 시계를 맞추어야할 의무가 부과되게 된 것입니다.
한편, 1893년에 Central Railroad Timepiece Standards Commision은 RR 시계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게 되며, 그 후 이 가이드라인을 참조로 하여 시계 회사들은 RR Chronometer를 제조하게 되고 각 지역의 철도회사에서도 이 규정을 만족시키는 시계들을 선정하여 승무원들에게 구매해도 좋은 시계 리스트를 제공하게 됩니다. RRChronometer는 회사에서 승무원에게 지급되는 시계가 아니라 승무원이 스스로 구매하여 관리해야 하는 장비로 취급되었습니다.
RR Chronometer 전문회사 Ball Watch Co. Illinois의 RR Chronometer "Bunn Special"
이와 같이 제정된 각 지역의 레일로드 크로노미터 규격에 따라 제조되어 철도 승무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밀도를 가진 시계를 Railroad Chronometer라 부르는 것입니다. 물론, 군용시계처럼 실제로 승무원들이 사용한 시계와 같은 규격에 따라 만들었지만 일반에게 판매된 시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군용시계와 달리 승무원들에게 특별히 납품된 시계가 별도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승무원들도 일반 시계 상점에서 구입했던 것이므로 승무원이 사용한 시계라고 해서 특별한 표식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Railroad Chronometer에 대한 규격은 1893년부터 1910년까지 다양한 규격이 생겨나고 개정되었습니다. 규격에는 RR(Railroad) Chronometer로서의 구조적인 규격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1930년대 이전에는 회중시계중에서도 다이얼이 개방된 형태(open face)의 회중시계로서 시인성이 좋은 하얀색 다이얼에 검정색 아라비아 숫자가 요구되었고, 무브먼트는 16 혹은 18 사이즈이며 스틸제의 이스케이프먼트 휠과 micrometric regulator를 구비하고 최소한 17석의 무브먼트로서 5 포지션과 cold 및 hot의 온도에서 온도조정을 받아 일주일간 30초 이내의 오차를 유지할 것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RR 크로노미터들은 실제로 대부분 19석 이상으로 제조되었으며 고급제품들은 21석 또는 23석으로 제조되었습니다. 즉, 수동 무브먼트에서 필수적인 보석수는 15석 또는 17석 정도지만, RR Chronometer에서 요구된 최저 사양은 17석이었으며 대부분의 고급 RR Chronometer 무브먼트는 21석과 23석이었므로, RR Chronometer는 보석수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품질을 추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RR 크로노미터의 또 다른 특징은 레귤레이터입니다.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아 오차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어여 했으므로 micrometric regulator가 사용할 것이 기본적으로 요구되었기 때문에 정밀한 레귤레이터는 RR Chronometer의 필수요건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대표젹인 micrometric regulator인 Swan Neck 레귤레이터가 많이 사용되었고, 그 외에도 정밀한 조정이 가능한 독특한 스타일의 micrometric regulator들이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따라서, 보석수와 레귤레어터 등을 확인함으로써 RR Chronometer 여부의 확인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도 합니다.
한편, 이렇게 제조된 RR Chronometer를 구입하더라도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 철도에서는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의 Webb C. Ball에게 의뢰하여 표준 관리 방식을 제정하게 됩니다. 그 후 각 지역마다 조금씩 변경하기는 했으나 Ball이 제정한 방식은 시계가 7일 내지 14일 내에 30 초 이상 오차가 나면 조정을 하거나 수리를 받아야 하며, 승무원들과 기관사들은 자신의 시계의 성능을 주기적으로 체크하여 이를 기록으로 남길 것과 시계의 조정과 수리는 공인된 시계 기술자만을 통해 받고, 시계의 정확성 또한 철도에서 공인한 검사관에게 받을 것 등을 골자로 하는 RR Chronometer 관리 규정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철도 사고는 실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즉, 1890년대에서 1930년대에 이르는 미국의 RR Chronometer는 스위스의 최고급 시계들에 비견할 만한 최고급의 품질로 대량으로 제조된 정밀한 시계였었습니다. 물론, 미국 시계들의 특징이 공장에서 기계를 이용하여 대량 생산된 것이므로 스위스의 명문가문들의 수제 시계에 비해 피니싱 등의 품질에서는 차이가 나는 것이었고, 미국 내에서도 최고급의 시계들은 수제로 제조되었습니다. 그러나, RR Chronometer는 사치스런 시계가 아닌 열차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목숨을 지켜주기 위한 당시로서는 매우 정확한 회중시계였으며, 그 후 스위스에 대량 제조기술이 도입될 때 큰 영향을 미친 회중시계였던 것입니다. 현대에 유행하는 손목시계용 COSC Chronometer의 선구자가 바로 미국의 Railroad Chronometer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회중시계와 손목시계의 차이점을 인정한다 할 지라도 Chronometer의 기준은 미국의 RR Chronometer가 일주일 30초이었음에 비해, 스위스에서는 하루 30초로 엄청나게 완화되어 적용되었습니다. 스위스의 COSC 크로노미터는 일반인들에게 시계를 고급스럽게 포장하여 판매하기 위한 포장술에 불과하였음에 비해, 미국의 RR Chronometer는 승객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오차를 최대한 없애기 위한 인스투르먼트로서의 Chronometer였기 때문입니다...
3. Howard "Series 11" 16 size 21 Jewel "Railroad Chronometer""
이 시계는 1902년 E. Howard & Co가 Keystone에게 넘어간 후에 만들어진 다이얼에 Howard라고만 표기된 시계입니다. 또한, Waltham에 의해 제조되기 이전의 Howard의 공장에서 설계되고 제조된 무브먼트로 만든 시계입니다. Howard의 시계는 1893년 이후 거의 전량이 RR Chronometer의 규격으로 만들어졌으며, 1902년 Series 0부터 시작된 Keystone Howard의 Series 11은 처음부터 RR Chronometer로 개발된 무브먼트로 무브먼트에 Railroad Chronometer가 표기된 거의 유일한 무브먼트입니다. Series 11은 전량 21석으로만 제조되었습니다. 따라서, Keystone Howard 시리즈 중에서도 상이한 보석수가 사용되었던 다른 시리즈들과는 달리 Keystone 시절의 보석수 및 조정 표식인 화살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박동수는 18,000 BPH이고, 청색의 브레게 헤어스프링(overcoil hair spring) 및 간략화된 형태의 Swan Neck Regulator가 채용되고 있습니다.
수동 무브먼트에서는 흔하지 않은 스타일인 T자형의 메인 브릿지에는 E. Howard Watch Co와 BOSTON U.S.A와 "Railroad Chronometer"가 표기되어 있으며, 화살표가 표기된 무브먼트와 표기되지 않은 무브먼트들이 있습니다. 참고로, 화살표 중간의 원 내에 하얀색의 크로스(십자) 표식이 있으면 23석이며 5 포지션 조정된 것, 검정색의 별표이면 21석의 5 위치 조정이며 별표 밑에 V자가 있으면 19석의 5 위치 조정입니다. 원 내에 검정색 삼각형이 있으면 19석의 5 위치 조정이며, 원 내에 아무것도 없으면 17석의 3 위치 조정의 무브먼트입니다...
보텀 플레이트에는 5 포지션 및 온도 수정(adjustment)이 이루졌다는 것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배럴 브릿지에 Series No.인 11과 보석수 21석 및 무브먼트 넘버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즉, 화살표로서는 원 내에 검정색의 별표식이 있는 화살표가 표시된 무브먼트와 동일한 구성의 무브먼트인 것입니다.
4. 시계의 구조 설명 및 사용기
시계에 대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한 셈이므로, 이제는 링고의 회중시계의 실제적인 구성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릴까 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RR Chronometer의 규격에 따라 제조된 Keystone Howard Series 11인 링고의 회중시계는 백색 다이얼(에나멜)에 검정색의 굵은 글시체로 아라비아 숫자가 표기되어 있으나 사진과는 달리 시계 바늘은 검정색이 아닌 열처리한 파란색입니다. 1910년이후 각 지역에 따라 규정이 변경되면서 열처리한 파란색의 시계 바늘도 허용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계의 지름은 약 54mm이고, 두께는 약 13mm입니다. 1910년대 당시에 RR Chronometer 케이스는 정면의 시계유리가 부착된 베젤을 개방하는 방식, 케이스백을 개방하는 방식 등 다양한 형태가 있었으나 링고의 Howard는 정면의 베젤부분을 회전시켜 개방하는 방식입니다.
정면의 베젤을 회전시켜 정면을 개방한 상태의 사진입니다. 다이얼에는 HOWARD만이 표기되어 있고 서브다이얼에도 10에서 60까지 표기되어 초를 정확히 읽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한편, 다이얼의 1시 방향에 홈이 있고 작은 돌기가 보이는 데, 이 것이 이후 다른 사진을 통해 설명할 크라운을 와인딩 포지션과 시간 세팅 포지션을 선택하는 레버입니다. 한편, 사진의 다이얼과는 달리 링고의 시계의 다이얼에는 미세한 크랙들이 2-3군데 남아 있습니다. 케이스 백 내부의 도안은 동일합니다. 저울 윗 부분에는 KEYSTONE과 WATCHCASE라는 문자가 각각 도형속에 표기되어 있고, 저울 밑의 도형속의 글자는 J.BOSS입니다. 케이스의 재질은 황동에 금을 입힌 Gold Filled Case입니다.
1910년대의 회중시계는 현재의 손목시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신축식의 크라운이 아니라 고정식 크라운이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시계밥을 주는 상태와 시간을 맞추는 상태를 크라운만으로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 1시 방향의 홈에서 외부로 빼낼 수 있는 레버가 달려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이것이 내부로 들어가 있으며 이 상태에서 크라운을 돌리면 메인스프링을 와인딩하는 즉, 시계밥을 주는 상태입니다. 이 레버를 사진처럼 빼낸 상태에서 크라운을 돌리면 시계 바늘이 회전하여 시간을 맞추는 기능이 작동하게 됩니다.
한편, 정면을 개방하는 형태의 회중시계들이 흔히 채용하는 Swing-out식의 무브먼트 설치구조입니다. 다이얼의 윗부분이 케이스에 경첩으로 연결되어 있고, 다이얼의 아랫부분에 미세한 틈이 있어서, 거기에 손톱 등 뾰족한 것을 넣어 당겨내면 다이얼의 배면에 붙어 있는 무브먼트가 케이스에 힌지되어 스윙방식으로 외부로 드러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때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크라운과 연결된 사각봉 형태의 스템이 분리되게 됩니다. 무브먼트와 다이얼을 케이스에 재차 장착할 때는 스템이 무브먼트 상단의 구멍에 들어가 안착할 수 있도록 크라운을 약간 회전시켜 주어야 합니다.
무브먼트의 사진입니다. 밸런스 콕(밸런스를지지하는 부품)의 레귤레이터를 잘 보시면 일반적인 스완넥과는 다소 다른 형태의 소위 간결화된 스완넥 레귤레이터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보석중 이스케이프먼트 휠을지지하는 보석베어링에만 채톤링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 밸런스 보석 베어링을 보시면, 당시는 밸런스용 완충장치인 Incarbolic(1930년대에 개발됨)이 개발되기전이라 완충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충격에 약한 구조입니다. 또한, 밸런스는 온도에 의한 밸런스 재질의 원주방향 팽창을 고려하여 원주의 양측에 스플릿을 가진 형태의 스틸과 황동의 바이메탈 구조이며 밸런스의 원주에는 밸런스의 회전모멘텀(회전각)을 조정하기 위한 밸런스 스크류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손목시계에서는 일반적인 방수 크라운 구조나 케이스의 방수씰 등의 구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회중시계란 애초 방수나 방충은 고려할 수 없었던 시대의 유물입니다... 주머니에 보관하는 시계를 물 속에 가지고 들어갈 생각을 하는 사람은 자살하려는 사람 외에는 없었을 테지만 말입니다....^^*
시계의 오차는 90년 된 시계답지 않게 매우 정확한 편입니다. 몇 번에 걸쳐 확인해 본 바로는 하루 오차 45초에서 60 초 정도입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와 한 자세로 종일 놓아두었을 때의 오차가 달랐습니다. 이미 오일이 완전히 수지화된 상태이고 조정을 받은 지 오래되는 것이라 주유를 하고 시간조정을 하면 상당한 정도의 정확성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어차피 사용할 시계가 아니고 이따금 무브먼트나 구경하는 시계이므로 굳이 오버홀이나 주유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RR Chonometer : Ball Watch Co.
특별히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한 시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심심할 때 꺼내어 시계밥을 주고 시계의 부품들이 움직이는 동작을 구경하는 것이 이 시계를 소장하는 유일한 즐거움입니다. 직경 41mm(16 ligne)에 두께 7mm정도나 되는 무브먼트이고, 손목시계 등에 사용되는 Lepine식의 컴팩트한 무브먼트가 아니라 pillar(기둥)들로 상, 하 플레이트가 지지되는 형태의 간격이 큰 무브먼트이고, 내부를 보기 쉽게 적절히 배치된 브릿지 덕분에 내부의 각종 치차의 움직임을 육안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어서... 수동 무브먼트의 작동을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시계입니다. 회중 시계에 흔한 방식인 full plate, 3/4 plate나 half plate의 무브먼트의 경우 밸런스의 움직임 외에 이스케이프먼트 휠의 동작이나 2-4번의 휠의 동작을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풀 브릿지 방식의 무브먼트의 매력은 브릿지의 아름다움 외에도 브릿지들 사이로 시계의 내부 부품들의 동작을 구경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초보 회원님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무브먼트의 구성이나 브릿지의 형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링고가 벌써 1년 이상 준비중인 "명품 무브먼트 열전"을 통해 체계적으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 링고의 Howard Series 11은 다시 한 번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회중시계 수집가였을 전 주인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관리한 탓에 무브먼트는 오염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나이가 90 살이나 먹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상태의 무브먼트입니다. 시계 케이스는 세월의 흔적인지 아랫부분의 금이 벗겨져 케이스 자체는 mint라고 할 정도로 깨끗한 편은 아닙니다만, 무브먼트만은 인테넷으로 찾아 비교해본 무브먼트들중 가장 깨끗한 거의 mint 상태입니다.
참고 자료 :
1. 주요 사진
http://www.miles-pocketwatches.com/PageHO24.html
c1916 Howard "Series 11" 16 size 21 Jewel "Railroad Chronometer""Price $595
c1916 Howard Railroad Chronometer, Series 11, 16 size 21 jewel Pocketwatch. Original signed swing-out case is plain polished, gold filled, no dings, no dents, and but a a few light pocket scratches. The dial is Arabic RR, signed Howard and under a loupe, we found a faint hairline from the centre post to between 10 and 11, you have to catch it in just the right light to see it. It has a glass crystal. The movement is stem wind and lever set, serial number 1,318,486, marked "RR Adjustment, Temperature , 5 Positions" , "21 jewels", "Railroad Chronometer".
(2) eBay : http://cgi.ebay.com/ws/eBayISAPI.dll?ViewItem&item=2679236805&category=10307
시작 가격 최저 US$ 299.99 , 보통 US$ 499.99
(3) http://www.tic-tock.com/Railroad16Size.htm
가격 : US$ 790.00
2. Howard의 역사 등
http://www.oldwatch.com/howard.html
http://barrygoldberg.net/watch36.htm
3. complete price guide to Watches 2002 (서적)
제시 가격 (gold filled) : 평균 US$ 325, Fine US$ 400, Mint US$ 700
부록 :
현재 링고가 보유중인 시계들
(1) Vacheron Constantin Patrimony (구입일 2003. 10.)
(2) Howard Railroad Chronometer (구입일 2003. 2 or 3)
(3) Omega Seamaster Cushion Style (1980년대 중반제품) Cal. 1022
결혼예물시계..^^* (쿠션 스타일의 Seamaster인데 사진을 구하지 못함: 추후 보완 예정..^^*)
Caliber 1022
(4) Longines Quartz (구입일 : 1993. 5.)?
삼성과 론진의 합작으로 론진의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삼성이 조립한 제품임. 사진 추후 보완 예정